'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태원 유가족들이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 속에 이태원 유가족이 있다면 10분 만이라도 만나 달라"고 호소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5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먼저 만나고 특별법에 대해 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왜 우리를 피하는 것인가"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159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낳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49일째인 2022년 12월 16일, 처음으로 시민추모제를 열고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행진을 하여 6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지만 "이 중 그 어느 하나도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답을 해준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6가지 요구사항은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 성역 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등이다.
이어 "1년이 지난 이후 이 여섯 가지 항목 중, 세 번째 항목인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을 할 수 있는 '이태원 특별법'을 우리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냈"지만 "정부여당은 피해자들의 참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피해자들이 참여하면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하여 우리는 그것마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렇게(포기까지 해가며) 만들어 국회를 통과시킨 이태원 특별법을 거부권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다"면서 "왜인가? 왜 이렇게 특조위가 발족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건가?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2월, 3월, 10월 등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세 차례나 거절됐다며 "왜 이렇게 우리를 피하는 것인가?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우리의 면담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묵묵부답이었다. 과연 무엇이 두려운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라도 우리의 면담요청을 당당하게 수락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국민의힘을 향해 "공식적으로 특별법 관련 토론을 제안한다"며 "왜 정부여당은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법안이라고 호도를 하는 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설명해라. 무슨 이유로 특별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는 건가?"고 물었다.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거듭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이들은 "우리는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내 아들이, 내 딸이, 내 누이가, 내 형제가, 하늘로 떠나간 그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계 경제 13위 국가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그날의 참사를 왜 막을 수 없었는지, 알고 싶을 뿐"이라며 "재난을 막아내기에 제도적 문제는 없었는지,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 부족함은 없었는지, 위험 현장을 관리하기 위한 인력과 장비가 모자라지는 않았는지, 응급한 순간에 구조와 치료가 부족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가족을 잃은 가족이라면 누구나 알고 싶어하고 알아야만 하는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것들이 알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오직 이러한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을 찾아 줄 수 있는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450여 일간 이태원 특별법 제정 요청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며 "몇 번인지 셀 수도 없는 날들을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국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곡기를 끊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삼보일배로 한강을 건너고 꽁꽁 언 시멘트 바닥 위에서 오체투지로 국회를 몇 바퀴나 돌았다. 분향소 앞에서 체감온도 영하 22도의 혹한 속에서 철야를 하며 1만5900배 절을 하며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이 순조롭게 공포되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결정했던 날, 우리 유가족 어머니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을 했다"며 "차가운 바닥에 나뒹구는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이 나라에서, 이 정부에서 외면받는 우리 유가족들의 처지 같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비통해했다.
이들은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우리 유가족들을 만나 달라. 만나서 이 특별법에 대해 10분 만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윤 대통령도 동의하리라 믿는다. 대통령에게 우리 유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이 가 닿지 않을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30일 국무회의 전,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주말이든 휴일이든 언제 어디로라도 찾아가겠다. (이태원 참사 발생) 454일, 65만 3760 시간 동안 뼈가 녹고 살이 타들어 가며 살아온 우리 유가족들을 위해 단 10분도 내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대통령이 늘 말하는 '국민' 속에 우리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포함되어 있다면"이라고 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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