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7일 "이번 주 후반에 인사를 드리고 용서를 구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7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옳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지들과 약간 상의할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이번 주 후반 민주당 탈당 선언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어제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씀했다"며 "그 말씀은 지금의 정치가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저는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는 "무능하고 부패한 양당 독점의 정치구도가 대한민국을 질식케 하고 있다"며 "이 양당 독점의 정치구도에 절망한 많은 국민들께 희망의 선택지를 드려서 그분들이 정치 과정에 참여하시게 하는 것, 이것이 당장 대한민국을 위해서 급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희망을 만들어내는 첫걸음이라고 믿고 있고 그 길을 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저와 동지들은 양당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돌려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떠난 사람을 포함해 양당 모두 싫다는 분들에게 선택지를 드리려는 것"이라며 "이것은 야권의 재건과 확대의 작업"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정치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은 악의 편에 서는 것"고 했다.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고리로 탈당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힘을 얻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날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야권 통합' 당부를 강조하며 "우리는 또 다시 민주주의, 민생 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맞서기 위한 야권 단합을 주문하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우회적으로 만류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 전 대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합류 여부에 대해 "차츰 드러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으나, 현역 의원들이 당장 이 전 대표와 거취를 함께 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이 전 대표는 "정치인의 거취는 남이 말해서는 안되는 것"이라며 "현역 정치인들은 생각할 것이 많고 정리할 것도 많은 분들"이라고 했다.
탈당 수순을 밟는 이 전 대표를 보는 민주당의 시선도 냉랭하다. 박성준 대변인은 "어제 문 전 대통령은 야권 통합을 통한 선거 승리가 김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며 "지금 시점에서 야권 분열은 김대중 정신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민주당 정신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명(非이재명계)인 '원칙과상식'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피격 사건으로 입원 중인 이재명 대표의 추후 행보를 지켜보며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다방면에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세력들과 '제3지대 빅텐트'를 구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는 이들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해 "양당 독점 구도를 깨고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의 선택지를 드리는 일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전 대표와의 '낙석연대' 관련 질문에는 "그 조어(낙석연대)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받아들이기 싫다"며 "지금은 그 논의를 먼저 꺼낼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를 계기로 이준석 전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무릎을 꿇은 채 묵념했다. 이 전 대표는 "저를 낳고 키워준 광주전남에 제가 진 빚을 아직 갚지 못한 것이 많다"면서 "제게 힘이 남아 있다면 모든 것을 쏟아서라도 그 빚을 다 갚고 떠나겠다는 다짐을 다시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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