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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호남 당선' 해법? … '진·정·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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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호남 당선' 해법? … '진·정·성'입니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57] 여권의 '전북의 사막화' 처방전

"저는, 우리 당은 광주에서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4일 호남(광주)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것도 '솔직히 말씀드리면'이라고 토를 달고 한 말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다시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호남 당선)만 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서 이 나라 정치에서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 한번 그렇게 해봅시다. 정말 멋진 일이 될 겁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윤상원·박기순 묘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남 현역 배출'의 간절함을 호소하며 '호남에 진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서진정책'에 재시동을 걸겠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사실 '호남 당선'의 해법은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다. 바로 '진정성'이다.

국민의힘은 과거 호남, 그 중에서도 전북을 대하는 모습이 '단순 1회성'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 때만 반짝 지도부가 전북에 내려와 "이것 해주겠다"거나 "저것도 해주겠다"고 농익은 러브콜을 보내고 AS는 '나 몰라'라며 뒷짐을 졌다.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면 이렇다.

제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가을에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거 전북을 찾았다. 지금은 전북도청 인근으로 이사를 한 전주상공회의소의 전주시 고사동 옛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새만금 적극 지원 등 고강도 구애에 나섰다.

회견을 마친 한 고위직 인사가 서울로 되돌아가는 버스에 한 발을 올려놓으며 실무 직원에 물었다. "나, 말 잘했어?"

새누리당 지휘부의 전북 공약이 단순히 '말의 성찬(盛饌)'에 그치는, 영혼이 없는 공허한 립서비스에 불과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곧이어 전북을 방문한 황우여 당 대표는 "호남이 사막화되고 있다. 이런 때 나무도 심고 물도 줘야 옥토가 될 수 있다"고 전제, 당내 인사 대탕평과 관련해 "호남 몫으로 3분의 1은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이 집권당이 되면 비례대표 배분부터 각 분야에서 호남인물을 30% 이상 쓰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야말로 전례없이 파격적인 공약이어서 전북 지지자들의 환호성은 대단했다.

그해 12월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51.6%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초로 호남 전체 10.5%에 전북 13.2%의 '두 자릿수' 득표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집권당으로 자리 잡은 후 '호남 30%'는 꿩 구워먹은 소식이 되고 말았다. '호남 30% 인재 중용이 대탕평'이라는 말도 진정성이 없는 선거용 구호에 불과했던 셈이다.

어디 이뿐이랴? 잼버리 파행을 전후로 한 집권여당의 '전북 접근법'은 가히 충격이었다. 국민의힘 전북 지지층조차 "중앙당이 전북 포기를 넘어 고사(枯死)에 나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품을 정도로 심하게 몰아쳤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7월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에서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김기현 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볼매'(볼수록 매력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전북의 볼매'를 자임했다.

김기현 대표는 또 "집권당이 호남 주민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진정성을 갖고 지역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예산,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찾아왔다"고 부연 설명했다.

'호남 볼매' 약속이 허공에서 사라지기도 전인 같은 해 8월 중순, 국민의힘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문제 삼으며 전북을 '예산만 빼먹는 꿍꿍이가 있는 지역'이라고 내쳤다.

김기현 대표는 이후 8월 말에 전남 순천의 국제정원박람회장을 둘러본 뒤 전남 단체장을 극찬하며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잘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한다"고 언급, 전남과 전북을 갈라치며 사실상 전북을 일 못하는 지자체로 낙인찍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작년 8월 31일 전남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을 방문했다.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만금 주요 SOC 예산을 부처안(案)보다 무려 78%, 5100억원 이상 대거 삭감하는 등 전북의 자존심을 뭉갰다. 각 부처에서 올라온 예산을 기재부가 통째로 칼질하는 사례까지 발생해 전북도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다행히 민주당이 새만금 예산 복원을 당론과 연계하며 연말 국회 심의단계에서 3000억원이 복원됐지만 전북지역민들의 가슴은 지금도 상처투성이다.

손바닥도 서로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국민의힘과 전북은 서로 다가서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는 여권도 할 말이 있다.

여권이 호남에서도 전북에 유난히 무관심했던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의 편향적 지지가 큰 몫을 해왔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전북에 공력을 들여봐야 선거의 승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선거공학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북은 지난 4회의 총선에서 극히 낮은 지지를 보냈다. 자세히 보면 18대 한나라당(9.2%), 19대와 20대 새누리당(9.6%와 7.5%), 21대 미래한국당(5.7%)의 정당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했다.

호남 유일의 국민의힘 현역인 정운천 의원(비례)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전북 208명의 지방의원 중 국민의힘 소속은 단 1명도 없다. 반면에 경북 지방의원 306명 중에 민주당 소속은 21명이나 된다"며 "전북은 정치적 편향성이 너무 심하다. 하나의 바퀴로는 수레가 결코 굴러갈 수 없다"고 설파했다.

지역주민들의 시각은 또 다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해묵은 논쟁 같지만 지역민들은 "힘있는 국민의힘이 먼저 전북도민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다가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험지를 넘어 사지(死地)에 해당한다며 전북을 단순히 표 계산 관점에서 일회성 립서비스 지역으로 보지 말고 중앙당 차원에서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면 전북 민심도 돌아설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해봤어?"라는 질타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호남 내 여권의 현역인 정운천 의원의 눈물겨운 스토리를 복기해 볼만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고 말한 그 당선의 주인공인 정운천 의원은 지난 2007년 11월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정치에 뛰어들어 지역구도 타파를 외쳤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던 시절, 정운천 의원은 쌍발통을 외치며 달걀로 바위를 내려치는 눈물의 호소에 나선지 10년 만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을 지역구를 꿰차며 초선 배지를 달게 된다.

▲정운천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정운천 의원 페북 캡처

진정성을 갖고 끊임없이 전북도민의 마음에 노크를 한 결과 보수당 소속으로는 32년 만에 처음으로 전북에서 보수의 깃발을 꽂은 셈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111표의 차이가 전북 민주당 철옹성을 뛰어넘었다고 제목을 달기도 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편향성이 심하다 보니 민주당은 '잡은 물고기'라며 신경을 쓰지 않고, 국민의힘은 '어짜피 남의 땅'이라며 거들떠 보지 않는 이중삼중의 고립과 방치가 수십 년째 지속됐다"며 "전북 내 민주당의 독주도 그렇지만 진정성 없는 국민의힘의 '전북 접근법'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인 K씨(47)는 "국민의힘은 그동안 광주·전남에 가면 광주·전남을 말하지만 전북에 와서는 호남을 이야기한다"며 "전북을 '호남의 별책부록'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4일 광주를 방문한 후 가까운 전북을 패싱하고 충북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여권 지지자인 50대의 L씨는 "전북인들이 여권에 원하는 '진정성'은 다시 '진·정·성'으로 나눌 수 있다"며 "국민의힘이 전북을 대할 때 '진실'과 '정성', '성과'로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실하게 전북을 이야기하고 끊임없이 정성을 들여 전북 발전을 모색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북 국민의힘은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작년 말 새만금 예산삭감의 파동이후 "수십년 동안 험지 중의 험지인 전북에서 벌어놓았던 정치적 자산을 모두 까먹게 됐다"는 하소연이 들릴 정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어떤 식으로 '호남 당선'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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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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