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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리해진 타이밍에 윤 정부 대러 제재 강화…국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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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리해진 타이밍에 윤 정부 대러 제재 강화…국익은 어디에?

러시아 제재 속에서도 국제적 협력 강화하는데 스스로 경제 영토 축소시키는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수출 통제를 통한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 외무부는 한국이 비우호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고 러시아와 다른 국가 간 경제 협력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이 국익을 저해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이하 현지시각)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한국 정부가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한 러시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미국의 요청에 따른 비우호적인 조치"라며 "한국 경제에 피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는 이에 대응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반드시 대칭적이지는 않을 것이고, 한국이 놀라면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26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제33차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산업부는 "국제사회의 대(對)러 수출통제 공조를 위해 682개 품목을 상황허가 대상에 추가하여 통제대상 품목을 총 1159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추가 품목은 건설중장비, 이차전지, 공작기계, 항공기부품 등 군용 전용(轉用)가능성이 높은 품목"이라며 "추후 고시가 시행된 이후 해당 품목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고시 시행 전 체결된 계약분, 자회사향(向) 수출 등 일정 요건 충족 시 사안별 심사를 통해 허가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함께 상황허가 대상품목의 무허가 수출 및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도 철저히 조사 단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동조하여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인데, 문제는 현재 상황이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 6월부터 실시했던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마무리됐다. 병력을 상당 부분 소진한 우크라이나는 지난 25일 징집 기준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추는 새 징집법 초안을 공개하면서 병력 확보에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5일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공방을 벌여왔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마린카를 점령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동부 전선에서 입지를 상실했다"며 "러시아는 동부 지역 전체를 점령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현실화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가 기대를 걸고 있는 서방의 지원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지난 10월 한화 약 80조 원에 해당하는 61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립으로 결국 연내에 이를 처리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헝가리의 반대로 50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 원조가 막히자 우크라이나에 대출로 지원해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역시 무상지원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200억 유로 규모의 대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막혀있는 원유 수출 물량을 대부분 중국과 인도로 돌렸다면서 제재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27일 국영 로시야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2년의 경험은 러시아가 제재 속에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고 보도했다.

노박 부총리는 중국과 인도에 원유 수출의 90%를 실행하고 있고 유럽은 40~45%에서 4~5%로 줄어들었다면서 "유럽과 미국의 공급 제한과 제재는 우리의 에너지 공급망 재조정을 가속화시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제재가 불법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프로젝트의 효율성, 비용, 운송 및 물류 비용 등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의 개발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 2년의 성공적인 경험은 우리에게 어려운 조건, 도전 및 제한이 부과되는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우리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인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군사 기술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전시켰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군용 장비 업체를 다각화하려는 인도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인도가 필요로하는 물품 제조를 위한 지원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후보가 된 인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주로 국가 이익, 평등하고 공정한 국제 협력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 지역 및 세계 문제를 고려하고 해결하려는 인도의 열망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의 입장"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회담에서 '국제남북운송회랑'(INSTC, 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사업과 관련한 논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사업에 '두 번째 바람'은 필요하지 않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사업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러시아, 인도, 이란은 2000년 남북복합운송회랑 건설에 관한 정부간 협정에 서명했고 이후 14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됐다"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도, 이란, 페르시아만 국가들에서 러시아 영토를 거쳐 유럽으로 수송되는 화물 운송"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인도가 원유와 물류에 이어 군사 협력까지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양측의 정상회담도 타진되고 있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내년에 만날 것으로 매우 자신한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각)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러시아 외무장관과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은 경제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에 소속된 국가들의 GDP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주요 7개국(G7) 국가들의 GDP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브릭스에는 내년에 이집트와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이 새 회원국으로 가입되는데, 이를 모두 합할 경우 G7의 GDP를 추월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브릭스가 전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수많은 실수와 용납할 수 없는 조치들로 인해"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브릭스 확대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서방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기 때문에 이제는 세계 경제의 발전에 다수의 역할에 의존해야 한다"며 "누구의 손해가 아니라 상호 이익에 기반을 두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견제에 브릭스 확대로 대응할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세계 경제의 블록화를 가중시킨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가 당장 러시아의 행동을 바꾸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아닌 한국 국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서방에 속하지 않는 브릭스의 경제 영토 확대 및 인도-러시아 협력 강화 등 서방이 아닌 국제사회가 국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반면, 윤석열 정부는 '가치'를 중시하면서 스스로 경제 활동 영역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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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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