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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예산 '부대의견'에 숨은 3개의 폭탄…'적정성 평가'의 부적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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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만금 예산 '부대의견'에 숨은 3개의 폭탄…'적정성 평가'의 부적정 논란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55] 4년 전 '적정 의결' 다시 평가 왜?

지금부터 정확히 4년 1개월 전인 2019년 11월 27일.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이날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사업계획이 적정하다며 원안대로 의결, 전북의 하늘길을 여는 새만금국제공항의 밑그림이 타당하다고 기재부 차원에서 인정해줬다.

송하진 전북도정은 당시 6쪽에 달하는 상세한 '보도자료'를 낸다.

통상 보도자료는 2장 가량이고 많아야 3장 분량임을 감안할 때 전북도가 새만금공항의 적정성 검토에 얼마나 많은 비중을 뒀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보도자료의 제목 역시 '새만금국제공항, 기재부 행정절차 완료 본격 건설 돌입'이었다.

▲새만금 공사 현장 ⓒ연합뉴스

기재부의 새만금국제공항에 대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공항입지와 시설규모, 총사업비, 예정공정, 항공수요 등 총괄적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다.

당시 공항 입지는 새만금 화포지구와 김제공항 부지 등 전북지역 총 13개소를 후보지로 장애물과 공역, 접근성,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고 현재의 군산공항 활주로에서 서쪽으로 1.3km 떨어진 지금의 새만금 부지가 선정됐다.

예정 공정은 국토부가 2021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4년에 착공해 오는 2028년에 준공한다는 계획이었다.

관련 자료는 새만금국제공항의 항공수요와 관련해 2030년에 74만800명, 2055년엔 84만8200명 등으로 예측됐다.

장래 인구변화와 지역내총생산(GRDP) 변화, 군산공항 제주노선 점유율(2018년) 등을 반영한 항공수요였다.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계획이 기재부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했다고 전북도가 발표한 보도자료 ⓒ프레시안

전북도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는 사업시행을 전제로 한 사전타당성 용역의 검증 단계"라며 "적정성 검토 결과가 타당성 용역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타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4년여 전의 일을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정부가 새만금국제공항을 포함한 주요 SOC 사업과 관련해 다시 적정성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1일 여야 합의로 새만금 주요 SOC 예산 3000억원을 복원했지만 문제는 '적정성 검토'의 벽을 넘지 못하면 국회가 승인한 예산조차 무용(無用)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여야는 이날 합의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 통과에 앞서 '새만금 SOC 사업과 관련한 부대의견'을 달았다.

'적정성 검토 결과 감안해' 독소조항 우려

정부가 대거 삭감한 5100억원의 일부인 3000억원을 국회에서 복구해 주면서 그나마 조건을 달았던 일종의 '조건부 복원'이었던 셈이다. 사실상 빼앗긴 예산을 절반 정도만 되찾아 온 것으로 보는 전북도민 입장에서 보면 두번 가슴에 상처를 주는 처사라는 반발이다.

조건부에 해당하는 '부대의견'을 자세히 보면 '적정성 검토'라는 표현이 두 차례 나온다.

'새만금 SOC사업은 2024년 6월 종료예정인 적정성 검토 결과를 감안해 전라북도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서 새만금 개발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현재 적정성 검토를 시행하고 있는 신공항, 지역 간 연결도로는 2024년 예산을 반영한다.'

'부대의견'에 또다시 '적정성 검토'라는 이중의 잠금장치를 마련해 언제든지 새만금사업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부대의견'에서 3가지 대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의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3개의 폭탄이 숨어 있어 새만금 사업 추진의 복병으로 작용할 우려가 깊다"고 지적했다.

첫번째 폭탄은 '적정성 검토 결과를 감안해'라고 전제한 대목이다. 이 11자의 글자가 자칫 새만금 사업의 발목을 잡을 독소의견으로 작용할 공산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새만금 SOC 사업과 관련해 각 부처에서 요구해 온 6626억원에서 무려 5147억원을 잔인하게 삭감한 채 1479억원(반영률 22%)만 반영해 국회로 넘긴 바 있다.

새만금 SOC 예산을 부정적으로 보고 대규모로 삭감했던 정부가 적정성 검토 용역을 발주하는 주체인데 수탁기관이 이런 맥락을 뛰어넘어 새만금사업이 경제성이 탁월하다는 식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지역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관측이다.

새만금 예산 부대의견이 '적정성 검토를 감안해서' 추진한다고 못박고 있는 만큼 주요 사업의 적정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또다시 공회전이 불가피해진다는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된다.

두번째 폭탄은 '유관기관과 협의해서'라는 문구이다. 이 역시 유관기관이 어느 기관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북 정치권의 요청에 따라 '전북도 등'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지만 여러 기관들과 협의할 경우 전북도의 의견보다는 정부의 간접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칫 전북의 의견보다는 정부여당과 관련 기관의 입장이 우선 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 폭탄 문구는 '적정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대목이다. 사실 '적정한 방식' 역시 기준이 없는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적정한 방식' 등 모호한 표현이 문제

사업타당성과 경제성 분석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느냐에 따라 적정한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아울러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적정한 방식 또한 변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예컨대 특정사업에 대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만큼 추가수요가 발생할 때까지 당분간 사업추진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충분히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3선 출신의 이춘석 전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여야가 내년도 예산을 합의하면서 특정 사업에 국한해 ‘부대의견’을 단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며 "적정성 검토에서 사업 보류 판단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앞으로 새만금 사업은 예산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이미 4년 전에 기재부가 적정성 검토를 했고, 원안대로 의결했음에도 다시 적정성 재검토를 거치게 된다. 도로와 항만 등 다른 사업들도 엄격한 타당성 검증을 거쳐 수년 간 예산이 반영돼온 현안이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그럼에도 정부가 새만금기본계획(MP)을 재수립하겠다며 주요 SOC 사업까지 적정성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자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소재철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은 "2019년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국제공항이 별도의 적정성 검토를 받게 됐다"며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신공항 등과 비교해 볼 때 엄연한 지역차별이다"고 말했다.

지역개발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국회에서 수십 년 동안 예산을 심의·의결해 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 예산을 놓고 '조건부'의 토를 달아 예산을 의결했다는 점부터 공정과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속도전 위해 '적정성 검토' 백지화 여론

학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새만금 MP의 재수립 이유를 드는 기업유치는 사업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것보다 사업 추진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국회는 새만금 예산 복원의 부대의견을 삭제하고 정부는 적정성 검토를 백지화하는 등 정치권과 정부의 강한 새만금 개발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만금산단 민간투자가 단기간 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기업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수십 년 동안 해온 대규모 SOC 사업을 적정성 검토 등으로 지연시킬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적정성 평가 방침을 백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정성 평가'가 부적정 논란에 휘말려 있는 만큼 당초의 새만금 MP에서 추가 보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등 '새만금 속도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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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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