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을 끌어오는 새만금사업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고문'이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새만금을 '희망의 새만금'으로 고쳐 불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새만금 주요 SOC사업 예산이 잼버리대회 직후 부처요구액 대비 78%인 5100억 원이 삭감된 1467억 원으로 풀썩 주저앉자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는 국회 예산통과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9월 1일 새만금 SOC관련 정부 예산의 무더기 삭감과 관련해 전북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비상 행동에 나서면서 "새만금 예산을 그대로 둔 채 정부가 제출한 예산은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예산 복원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어 9월 13일 전북도청 종합상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라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비정상적인 예산 편성이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예산을 가지고 특정한 지역을 압박하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독재적 발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내년 예산 심의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응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새만금'을 '새억금'으로
그 자리에서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박정희 때 지역주의 이후에 상상하지 못한 신종 지역주의로정치적 악의를 가지고 전북을 죽여버리겠다. 정권이 전북의 미래와 공존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반드시 저지해야 된다"고 강조했고 서삼석 예결위원장은 "예결위를 통해 전북 예산을 회복시키는 그런 실무적인 역할을 최대한 노력하겠다"면서 "반드시 새만금이 새억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결기를 세우면서 전북도와 전북도민들은 최소한 삭감된 예산이 전액 복원될 것이라는 희망을 걸어온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국회 앞에서 전북도민 5000여명이 모여 새만금예산복원을 촉구하는 총 궐기대회를 가졌고 전북도의원은 전주에서 국회 앞까지 마라톤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12월 21일 "아쉬움은 많지만 어려운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데 민주당이 최선을 다했다“며 예산안에 합의했다.
이 때부터 새만금 예산은 복원이 아닌 ’0.3조 원 순증‘으로 둔갑하게 된다.
새만금 예산은 정부안에서 5100억 원이 삭감됐었다.
그러니까 실은 새만금 예산은 지난 8월 말에 5100억 원이 삭감됐고 12월 21일 3000억 원만 복원됐으니 삭감된 예산에서 58%만 복원된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0.3조 원(3000억 원)을 증액시켜 '좌초위기'에 몰렸던 새만금을 '희망의 새만금'으로 만들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부처안대로 6626억 원이 그대로 반영되거나 삭감됐던 예산이 그대로 복원될 수 는 없었을까?
사실 2024 새만금 주요SOC예산이 어떤 이유에서 느닷없이 무려 78%인 5100억 원이 전북 민주당 국회의원들조차 까맣게 모르는 상태에서 삭감됐는지 아직까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그런 유례가 없었고 단지 한덕수 총리가 얘기한 "'새만금 빅피쳐'를 다시 그리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유일한 정부 답변이다.
한덕수 총리의 답변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왜냐면 새만금지역이 잼버리대회 직전에 '이차전지 특구'로 지정받았고 기업들이 몰려 오면서 새만금에 입주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반시설은 '새만금국제공항'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만금국제공항은 부처에서 580억을 요구했으나 66억 원만 반영되는 등 내년 예산 삭감폭이 가장 컸었다.
2년 동안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유치에 실패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나타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을 다시 살펴 보면 의문이 조금은 풀리게 된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저의 부족 탓'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며칠 후에는 직접 부산을 찾아 부산시민들을 위로하면서 "부산은 다시 시작한다. 부산 이즈 비기닝이다"
"인프라 구축은 부산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산을 축으로 영호남 남부권 발전을 추진하고 전국 균형발전을 통한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뿐일까?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부산 시민과 많은 국민에게 위로의 말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3일 부산시당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면서 "그동안 많은 분이 직접 발로 뛰고 최선을 다했지만, 엑스포 부산 유치가 불발됐다"면서 "비록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신공항, 광역교통망 확충 등 남은 현안 사업이 중단 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지난 8월 말 새만금 주요 SOC예산이 78%가 삭감되던 때 유치 확정조차 안된 부산엑스포를 위해 필수 SOC사업이었던 가덕도신공항 예산은 부처에서 요구한 예산 1648억 원의 3.3배가 넘는 5364억 원으로 증액됐고 완공목표 년도도 2029년으로 5년이나 앞당겨졌다.
새만금잼버리대회처럼 책임을 묻거나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야 정치권을 포함해 극히 드물었다. 전북에서도 민주당 소속으로 내년 총선 처음 나서는 입지자들 사이에서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정도였다.
당초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된 주요 SOC 10개 사업 정부 부처 반영액은 6626억 원이었으나 기획재정부 심사과정에서 78%, 5147억 원이 삭감돼 정부안에는 1479억 원만 반영됐다.
특히 새만금 국제공항은 부처 요구액은 580억 원이었으나 66억 원으로 주저앉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민주당 주장처럼 새만금 예산은 ‘증액’이 아닌 삭감액의 ‘58% 복원’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또다시 전북도민을 향한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 해답은 내년 22대 총선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부산 18석 의석 가운데 3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나머지 15석은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차지했다.
반면에 전북에서는 10석 가운데 민주당이 무려 9석을 싹쓸이했다. 20대 선거에서는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에 밀려 2석만 차지했다가 다시 9석을 휩쓸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전북에서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신화를 다시 쓴 셈이다.
이같은 유추해석이 가능하다.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전북은 현재 표출되고 있는 지역 정서 상 막대기만 갖다 놓아도 당선될 것 같아 보이니 18석이 있는 부산에 더 신경을 쓰기 때문은 아닐까?
민주당은 역대 선거에서 전북 관련 숙원사업에 대해 공수표를 남발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전북에서는 20대 총선만 제외하고 ‘미워도 다시 한번처럼’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 다수 당선됐다.
그래서 민주당은 새만금을 다시 '희망의 새만금'으로 만들겠다고 전북도민을 다시 '희망고문'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예산 합의에서 ‘국회에서 추가되거나 증액된 사업은 특히 부산지역에 집중됐다.’는 한 시민단체의 분석이 그래서 설득력있게 다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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