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비대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회말 2아웃에 2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수락 관련 결심을 밝혔다.
한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갖고 앞장서려 한다"며 "그 나침반만으로는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 없겠지만, 지지해 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 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했다.
그는 "비상한 현실 앞에서 '잘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보다,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서 잘 해야만 되겠다는 책임감을 더 크게 느낀다"며 "상식 있는 동료 시민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용기와 헌신으로 해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도 했다.
그는 정치 참여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저는 어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쟁투의 의미에서의 정치에 대해서는 멀리 있었고, 실제로 그런 일을 하지 않았지만 공공선의 추구라는 큰 의미의 정치는 벌써 20여 년째 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그 마음 그대로 현실 정치에 들어가려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의 화두로 떠오른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한 장관은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정부든 모두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런 기본을 저는 잘 안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록 소수당이지만 대선에 승리해 행정을 담당하는 이점이 있다. 국민의힘이 하는 정책은 곧 실천이지만, 다수당인 민주당이 하는 정책은 약속일 뿐이다. 그건 큰 차이"라며 "그 시너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국민들께 필요한 정책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했다.
이는 당정관계가 긴밀하게 유지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윤심 비대위'라는 비판과 우려에 대해 간접 반박을 가한 셈이다. 그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었다.
비대위원 인선 기준을 묻는 말에는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특별히 누구를 접촉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탈당 의사를 밝힌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날 생각은 없나'라는 질문에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특정한 사람에 대해 따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한 장관은 ‘현직 법무부 장관이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직행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라는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는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대한민국에 10년 사이에 초유의 일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장관으로서 추진하던 이민청 같은 사업은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여당의 비대위원장이 되면 공공선을 위해 사심 없이 추진한 정책을 국회에서 더 잘 추진할 수 있다"며 "제가 장관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법무부에서 추진한 좋은 정책이 빛이 바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에 대한 우려가 당 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에서 당의 통합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해 그는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니까 다양한 목소리가 최대한 많이 나올수록 더 강해지고 유능해지고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겨야 할 때 이기는 정당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앞서 이임식에서 법무부 공무원들로부터 '정의와 상식의 법치. 제69대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라는 문구가 적힌 재임 기념패와 꽃다발을 받고 단상에 올라 "동료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 특히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며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임사 마지막 부분에서 법무부 직원들에게 "행운을 빈다"는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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