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집권 여당의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의 한 경로당에서 열린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취임을 축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법무부가 전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되면 여야 정당 대표로 이 대표와 카운터파트(맞수) 관계가 된다.
이 대표는 다만 한 장관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도, 그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총선 후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서는 "결국 시간을 때우고 지금 현재의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 대표는 "집권여당과 정부의 일방적 태도를 저희가 자주 지적하는데,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총선 후에 할 생각이었으면 총선 한참 전에 했었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한편 이낙연 전 총리 등 비명계의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생각은 다양한 것이 정당의 본질이고 의견이야 얼마든지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하며 "민주 정당에서 정당 구성원이 자기 의견을 내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을 겨냥해 "무책임의 극치", "'법과 원칙' 운운하더니" 등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통상 대통령이 먼저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뒤 이임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그러나 한 장관은 이런 절차들을 모두 무시하고 사임하겠다니 법무행정의 공백은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이어 "부르기도 전에 달려가다니 그렇게 마음이 급했나"라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법무행정의 공백쯤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다"며 "그동안 국회와 국민 앞에서 해왔던 말들은 다 허언이었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말잔치와 말싸움으로 끝난 '한동훈 법무부'의 1년 7개월"이라며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여태까지 이재명 대표 수사, 윤석열 대통령 징계취소에 대해 '법과 원칙' 운운하더니,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 될 사람이 뭘 얼마나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수사했겠나"라며 "지금 한 장관의 선택은 법무부와 검찰 역사에도 부끄러움의 한 페이지로 추가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해철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장관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은 국회와 국민을 경시하는 부적절한 결정"이라며 "여야 협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경험이 전혀 없는 검찰 출신으로 하여금 총선을 지휘하게 하는 것은 당을 윤 대통령 직할체제로 만들고 이번 총선을 윤 대통령의 선거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여당 총선후보로 검찰 출신들을 대거 내세워 '검찰 국회'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