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대법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손 들어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대법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손 들어줘

일본 "매우 유감, 한국 정부가 노력할 것"…일본 기업 책임 면제한 한국 정부에 사실상 "해결 하라" 주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다시 승소했다.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 준 정부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정부 안을 수령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채권을 정부가 임의로 없애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이를 두고 정부와 피해자 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2012년 대법원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를 통해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며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일본 기업)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적어도 2018년 10월 31일 전원합의체 판결 때까지는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번 판결 확정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피해자 한 명당 1억∼1억 5000만 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확정 배상금 총액은 11억 7000만 원이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곽 모씨 등 7명은 지난 2013년 3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인 1942∼1945년 군수업체인 일본제철의 가마이시제철소와 야하타제철소 등에 강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14년 2월 강제동원 피해자 3명과 유족 오 모씨 등 4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1944~1945년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에 강제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들의 1심과 2심 재판부는 일본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이날 소송 당사자인 피해자 고(故) 주석봉 씨의 딸 주순자 씨는 "오늘 판결에서 원고에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이 나와서 너무 슬펐다"며 "늦게나마 이길 수 있어 좋았고 앞으로도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나서서 꼭 해결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2013, 14년부터 소송이 진행되어 한국 소송만으로 10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법정에서 싸웠고 2018년 10월과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4년이 넘게 소송이 이어졌다"며 "승리는 기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원고) 당사자는 모두 사망했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이 확정됐고 이후 어떤 절차를 진행할지는 원고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대응하겠다"며 "이 판결은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손해배상 채무가 있음을 확인한 판결이다. 피고는 당사자로서 이 판결을 어떻게 이행할지 고민과 논의와 답변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책임을 명시했지만 실제 피고 기업이 이 금액을 지급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씨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이 판결에 대한 집행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날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 정부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한국인 징용공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지급하도록 한 한국 대법원의 확정 판결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위배돼 매우 유감"이라며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하야시 장관이 "정부 차원에서 한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며 "한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일본 기업의 배상 지급을 한국 재단이 대신하도록 하는 해결책"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한국 정부가 앞으로도 원고들의 이해를 얻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주일본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했다. 이날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김장현 주일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초치했다.

앞서 지난 3월 6일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정부입장 발표문'을 통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 재단'이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재단이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면, 이를 배상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계획이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당시 재원과 관련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재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피고 기업의 참여가 있을지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않았는데, 실제 이 기업들의 참여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이후 정부는 7월 재단이 마련한 기금을 수령하지 않는 피해자 및 유족 4명의 채권을 없애기 위해 공탁을 시도했으나 지방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이에 여전히 대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의 채권과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기업들의 채무는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는 이전에 활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판결에 대해서도 지난 3월 발표한 강제징용 확정 판결 관련 정부 입장에 따라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원고분들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정부는 지난 3월 입장 발표 이후에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정부 해법에 대해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3건의 확정 판결 피해자 15분 중 11분의 피해자와 유가족들께서 해법에 따라 판결금을 수령한 바 있다"며 "앞으로도 재단과 함께 피해자와 유가족 한 분, 한 분을 직접 뵙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 해법에 대해 충실히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