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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와 엑스포 사이의 온도차 … “국민은 가난보다 불공정을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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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와 엑스포 사이의 온도차 … “국민은 가난보다 불공정을 걱정한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51] 양대 사업 대응방식 분석

새만금잼버리와 부산엑스포를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에는 여러 감정이 녹아 있다.

미국과 영국 대원들의 조기 퇴영 사태까지 불렀던 잼버리 대회는 파행으로 시작해 화려한 퍼포먼스로 막을 내렸다. 투표 직전까지 초박빙이라는 판세 분석에 부산엑스포는 흥분으로 시작해 안타까운 좌절로 종지부를 찍었다.

한쪽(잼버리)은 사전 준비 소홀로 화를 자초한 반면 다른 쪽(엑스포)은 판세 오판이 문제였다.

행사 직전에 철저히 계산하지 못했던 '과정'과 지역민의 깊은 슬픔과 심한 고통을 가져온 '결과'는 비슷했다. 하지만 전북의 잼버리 파행과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방식엔 상당한 온도차가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북과 부산에 대한 대처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할 정도로, 두 지역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방식엔 누가 봐도 편차가 있다는 전북 지역민들의 반발이다.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우선 정부의 대응부터 살펴보자.

정부는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난지 20일 가량 지난 후인 지난 8월말에 전북 최대 현안인 새만금사업의 주요 SOC예산을 부처안(案) 대비 무려 78%나 대폭 삭감해 잼버리 파행에 따른 '징벌적 대응'이라는 비난이 지역에서 들끓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의에서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과 현안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긴축재정 기조에 맞춰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지 잼버리와 새만금 예산을 연계해 검토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변했지만 전북지역 민심은 "삼척동자가 봐도 보복성 예산 삭감이 아니냐"고 분개해 했다.

실제 다른 시·도 현안의 관련 SOC예산은 대부분 100% 반영됐다는 점에서 전북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이원택 의원(김제 부안)은 "정부가 새만금 예산을 난도질해놓고 원칙에 따라 사업별 진행상황과 연차소요 등을 감안해 편성했다고 말한다"며 "난도질을 원칙이라고 말하는 그 자체가 전북도민들이 크게 분노해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대응은 달라도 많이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직접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정부는 대형 사업 유치 실패로 가라앉은 부산 지역 민심을 달래고 경제적 비전을 제시하기에 주력했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예상했던 경제적 효과를 유사하게 누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일정을 늦추면 오히려 공사비가 더 늘어난다"며 "엑스포 유치와 관계없이 가덕신공항 2029년 개항은 그대로 진행한다"고 사전에 말하기도 했다.

대형공사의 일정을 늦추면 공사비가 증액되는 것은 상식이다. 선행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기에 후행투자를 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은 역대 정권마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찔끔 투자에 나서 공기(工期)가 축 늘어졌고, 공사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마당에 잼버리 파행 이후 정부가 또다시 기본계획(MP) 재수립을 선언한 데 이어 주요 SOC예산마저도 '적정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대거 칼질한 것이다.

한쪽은 일정을 늦추면 공사비가 늘어난다며 조기개항에 신경 쓰는 반면에 다른 쪽은 또다시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업기간을 늘리는 정부의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음은 여당의 심각한 편파적 대응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잼버리 파행 이후 전북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새만금 SOC예산 삭감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잼버리 대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북을 예산이나 빼먹는 꿍꿍이가 있는 지역으로 군불을 때기 시작해 '전북 책임론'의 기름을 끼얹었다. 여당의 문제제기가 하나의 시그널로 작용해 정부의 새만금 예산 칼질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전북 정치권의 주장이다.

급기야 지난 8월말에 전남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최고위원회의(8월31일)를 열고 "일 잘하는 지자체와 일 잘못하는 지자체 사이에 차별이 있어야 주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지방자치도 발전한다"고 언급하는 등 전북을 '일 못하는 지자체'로 낙인찍기도 했다.

새만금 주요 SOC예산 삭감 발표(8월 29일) 직후의 일이어서 마치 정부여당이 짜고 치는 징벌적 삭감 아니냐는 반발마저 거세게 일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잼버리 대회의 준비 소홀을 전북에 덤터기 씌우더니 이제 전남에 가서 전북을 욕보였다"며 "전북을 두 번 죽이는 책동을 멈추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잼버리 파행의 '전북 책임론'을 주장했던 국민의힘은 부산엑스포의 좌절 이후엔 부산 민심 달래기에 혼신을 다했다.

김기현 전 대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직후인 11월 30일 국회에서 '당 대표·부산 지역 국회의원 현안회의'를 하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낙심하고 계실 부산시민을 위로하고 부산 발전을 이끌어 나갈 과제들을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것"이라며 "부산발전 3대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주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지원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3대 과제와 관련해 ▲가덕도신공항은 예정했던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차질없이 계속 추진하고 ▲북항 재개발도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도록 챙기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도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의 대응 온도차에 양 지역 현안은 극명한 희비의 쌍곡선을 긋고 있다.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국제공항은 사실상 중단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반면에 부산엑스포 유치 무산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차질없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두 공항은 지난 2019년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되는 등 대도약의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었다.

하지만 잼버리 파행 이후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새만금국제공항은 당초 부처(국토부)안(案)에 580억 원이 반영됐지만 기재부 심의 단계에서 88.6%, 514억원이나 삭감됐다. 남은 돈 66억원만 반영된 채 국회 예산안 심의에 넘어갔지만 여당의 기류가 부정적이어서 내년 착공은 물론 2029년 개항도 사실상 물 건너간 갔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업비는 올해(130억원)보다 41배나 껑충 뛴 5363억원이 내년도 사업비로 반영되는 등 2029년 말 개항을 향한 탄력적 추진이 기대된다.

민주당도 가덕신공항과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등 부산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전북지역민 역시 부산경제 활성화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다만, 부산 현안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적극 나선 것과 같이 전북 현안에도 균형적인 잣대를 적용해 달라는 주문이다.

국회 양경숙 의원은 "정부가 새만금공항 예산만큼은 악착같이 반대하고 있다는 말을 국회 예산소위 위원에게서 들었다"며 "부산 가덕도 외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흑산, 백령, 울릉, 서산 등 전국의 모든 공항 예산이 부처안 대비 100%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양경숙 의원은 "잼버리 실패를 이유로 전북도를 향한 화풀이식 정치보복으로, 이런 예산편성은 역사 이래 없었다"며 "공항을 포함해 새만금 예산 전체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 정치시계는 2023년 8월말, '새만금 SOC예산 삭감' 시점에 머물러 있다. 지역민들도 지난 4개월 동안 새만금 예산의 원상복구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북 정치권에서는 요즘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는 성어를 자주 인용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국민은 가난한 것보다 고르지 못한 것에 더 분노한다'는 말이다. 서울과 부산의 경부축 거점개발의 뒤안길에서 전북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만금에 온 정성을 들인 만큼 더 이상의 불균(不均)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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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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