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사회학적으로 '세대론'은 자주 사용된다. 최근에는 MZ세대가 대표적이다.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조직과 자신을 분리하고 ‘워라밸’을 지키는 세대로 규정된다.
그런 의문도 든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모두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걸까. 더 정확히는 자신의 근무조건에 적극 문제제기를 하고, 보장된 휴식시간을 반드시 지키며 살아가고 있을까.
같은 세대 내에도 부모의 능력과 교육, 성별, 태어난 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불평등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어떤 동질성'이 같은 세대라고 치부하며 그들을 MZ로 묶어버린다. 이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자칫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은폐 내지는 재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만난 10명의 도시 속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MZ세대이나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MZ세대의 삶을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도시 속 2030 여성들이 어떤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편집자
같은 알바를 6년 동안 했다면 그것은 알바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온 에프는 서울의 패스트푸드 매장 중에서도 매출 높기로 손꼽히는 곳에서 알바를 잡았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계절에 따라 지역 관광지 리조트에서 일하거나 시설 청소 일을 하면서 어머니가 꾸리는 생계에 생활비를 보태왔다. 서울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면서 동시에 전공이었던 예술 계통 일을 찾는 게 에프의 계획이었다. 패스트푸드 매장 알바 시간은 낮 근무 시급보다 1.5배를 더 주는 야간으로만 배정받았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한 달에 60시간 이상을 일하면 주휴수당을 받고 4대 보험을 적용받는데, 이 정도의 기본 시간이 아니라 밤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노동으로 시급을 계산하는 시간으로 풀타임 근무를 잡았다. 전세를 구하고 싶었다. 고시원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를 바라기도 했지만 월세도 아까웠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월화수목금토 가능한 야간 스케줄을 다 소화하면 목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피스가 밀집해 있고, 상권, 교통 모두 서울의 중심 가운데 하나라 할 만한 곳에 들어서 있는 24시간 패스트푸드 매장. 돈도 사람도 바삐 흐르는 곳에서 햄버거를 사러 오는 고객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최적화하여 관리하는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드라이브스루를 같이 운영했기 때문에 낭비가 용납되지 않는 조리 시간과 동선, 고객 서비스를 위한 초단위의 시간 배분이 필수였다. 밤10시 출근하면 야근을 하다 늦은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이 오고, 회사원만큼 많은 각종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하면서 버거를 먹었다. 밤 10시 피크타임을 찍는 야간 매장은 새벽 2시까지 손님이 많다. 드라이브스루 고객도 많다. 머리에 낀 헤드셋으로 드라이브스루 주문 내역이 들어오는 동시에 손은 번(버거 빵)을 굽기 시작한다.
주간 근무 마지막 팀이 밤 11시 퇴근을 하고 야간 팀만 남는다. 카운터, 주방의 그릴, 튀김까지 5명 정도의 야간 팀이 고객을 응대한다. 새벽 2시 청소가 시작된다. 새벽 5시까지는 튀김 담당이 자재정리, 그릴 담당이 2층 매장 청소로 위치를 바꾸는 식이다. 낮 시간의 매장은 바닥만 쓰는 정도이지만 새벽의 매장은 기계를 분해해 닦고 재조립하는 수준의 대규모 수선 현장이 된다. 하루치 사용된 자재 정리, 냉장고 정리, 냉동고를 녹여 닦고, 튀김 공정, 그릴 공정의 오염과 기름때, 조리시설의 기름과 얼룩을 제거한다. 아이스크림머신, 쉐이크머신, 커피머신을 닦는다. 기름통들을 빼서 기름 찌꺼기를 버린다. 통을 닦는다. 그릴판 기름때 제거, 주방벽 기름때 제거하고 박스 정리, 하루 동안 쌓인 쓰레기를 압축하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는다. 3개월에 한 번 매장 청결도 테스트가 불시에 이뤄진다.
청소면 청소, 버거면 버거, 업무를 바로바로 전환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손을 씻고 장갑을 끼고 그릴로 간다. 낮에는 카운터 직원과 드라이브스루 담당 직원이 다르지만 밤에는 한 사람이 한다. '야간에는 인건비가 비싸니까 줄여서 쓰는 거예요' 패스트푸드 매장의 효율은 노동을 잘게 쪼개는 데서 나오지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분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배달 주문이 많으면 배달 음식 조리 쪽으로 지원을 가고, 카운터 쪽 직원이 '살려주세요' 하면 카운터 주문을 빼기 위해 간다.
"번 넣고 토스터기에서 번이 나오면 거기 안에서 소스 있잖아요 소스기 총으로 돼 있는 거로 소스 넣고, 만약에 고객이 먼저 너겟 같은 걸 시켜요. 그러면 너겟을 먼저 튀겨요. 너겟은 한 3분 정도 돼요. 너깃을 먼저 넣고 번 넣고 소스를 하고 야채 넣고 한 다음에 바로 빼는 거죠. 카운터에서 와서 버거를 다 빼주는 거 보면 이제 고객이 그 시간에 차를 돌릴 거 아니에요. 돌아서 도착할 때 딱 나와요. 튀김 때문에 오래 걸리면 앞에 잠깐 파킹해 달라고 그러고 저 앞쪽으로 차가 나가 있으면 우리가 달려가서 갖다 주죠."
드라이브스루 고객에게 버거가 전달되기까지 순서를 물었는데 멀미가 난다. 시동을 안 끈 차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는 기분이다. 에프도 마음이 급해지는 답을 하다가 고기 패티를 빼먹었다. 모든 버거 조리는 2~4분을 넘지 않는다. 프렌치프라이, 치킨, 파이 종류, 디저트류 등 사이드 메뉴에 따라 1~2분씩 조리 시간이 달라지고 순서를 조정한다.
에프는 버거를 빠르면 1분, 늦어도 1분 30초 안에 만든다고 했다. 전에 만난 패스트푸드 알바노동자에게 버거조리 최장시간은 2분 30초, 2분 40초라고 들은 적이 있으니, 버거만을 주문한 고객은 빠르면 1분, 늦어도 2분 40초 사이에 버거를 받을 수 있다. 생산도 빠르지만 폐기도 빠르다. 서비스되지 않은 음식은 기준에 따라 조리한 지 수십 분에서 한 시간 이내에 폐기한다.
새벽 4시 30분부터는 아침 메뉴 판매 세팅을 한다. 직원들 아침 메뉴를 정기적으로 주문하는 회사가 있어서 더 분주하고 긴장한다. 아침 단체 메뉴 준비 사이에 드라이브스루 주문도 다시 시작된다. 아침 6시부터 7시까지 다시 피크 타임이다. 아침 7시 에프가 퇴근한다. 오전 근무 직원들이 출근을 한다.
점장은 에프에게 매니저로 진급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여러 번 했다. 휴일은 최소로 하고 출근해서는 뛰어다니면서 일하는 에프가 제일 낮은 직급으로 일하는 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매니저라는 직급은 펑크 나는 일 때우고, 알바 스케줄 관리하는 일이 추가되는 것 뿐이었다. 손님이 밀려들면 뛰어다닐 수 있는 건 에프 혼자일 때가 많다. 야간도 힘들지만 아침도 만만치 않다. 급여는 거기서 거긴데 책임은 왕창 많아지는 상황이 된다.
'안 하죠' 노동강도가 늘기만 하는 매니저 진급은 메리트가 없다. '손이 빨라야 하는데 고정적으로 잘하는 멤버들이 계속 있으면 안정적으로 탁탁탁 되겠죠. 근데 야간에 하는 젊은 친구들은 돈이 급하거나 혈기 왕성하니까. 나 야간에 일해서 돈 벌어 큰 소리 치다가 한 6개월 일이 손에 잡히려고 하면 나가고. 일을 오래 한 '어머님'들은 텃새는 부리시면서 체력이 안 되니까 오늘은 너무 힘들다 하면서 쳐지고.' 성실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힘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매니저 일을 할 이유가 없다. 서른 언저리의 에프가 '젊은 친구들'을 야속해 한다.
에프는 어떻게든 매장이 돌아가게 하려는 분위기가 점점 없어지고 힘들면 그만두고, 관리자급 직원들도 미리 짠 스케줄에만 나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에 마음이 상해 있었다. 누구에게나 다 사정이 있다. 나오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근무표 배정을 받지 않으려 하는 게 당연하다. 에프의 사정은 할 수 있는 모든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분, 초를 쪼개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무리 촘촘해도 에프와 같이 언제나 대기 중인 사람이 틈새를 매워주지 않으면 불완전하다. 인간적으로 보아도 쉴 수 없는 사정을 가진 사람이 있어 누군가가 쉴 수 있다. 에프에게는 그런 인간적인 호의가 별로 없었다.
'때워줄 사람이 없어서 둘이서 한 적도 있어요. 연말에 12월 31일에 아무도 안 나오려고 하니까.' 들떠있을 연말의 분위기에도 회사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독박 노동을 자처하는 알바들에 기대어 매출을 올렸다.
20대였고, 체력이 좋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나이와 체력을 믿었다. 1년 지나면서 다르고 2년 지나면서 달랐다. 3년째가 되니 잠을 자도 피곤하고 몸이 부어 왔다. 생리 주기가 들쭉날쭉해 지고 5일 하던 생리가 2일이면 끝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했다. 잠이 안 와서 못 자거나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곯아떨어지기도 했다. 야간 노동 6년은 몸이 망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병원에 가보니 '만성피로'라고 진단을 해 줬다.
아침에 퇴근할 때면 손목이 덜덜 떨려왔다. 그릴이며 청소며 더 바빴던 날은 손목이 더 떨렸다. 손목 통증이 심해 병원에 가니 일을 쉬거나 아대를 끼고 일을 하라는 처방을 해 줬다. 6개월 넘게 아대를 끼고 일했다. '전용 아대가 있어요. 뼈에 염증이 있는 거라고 해서, 뼈 주변이 안 아프게 구멍이 이렇게 뚫려 있는 아대죠.' 아대를 끼고 일한 지 6개월, 아대가 닿는 데가 눌려서 안 아팠던 데까지 아파왔다. 팔꿈치, 어깨, 허리로 통증이 옮겨가고 있었다. 한계가 오는 것 같았다. 산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산재할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에프가 답한다. 에프가 본 어떤 '어머님'들은 '산재 할 거야' 큰소리도 치고 실제로 산재도 했다. 에프는 산재라는 말을 꺼낼 생각도 안 했다. 회사가 불편해할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저한테 매니저 하라는 얘기를 한 거죠.' 아파도 참는 네가 매니저의 자격이 있다고 한 것 같아 에프는 자꾸 자책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쉬고 싶었다. 만성피로에 실업급여는 괜찮은 처방이지 않은가. 그러나 자진 퇴사하면 실업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노동을 할 권리는 있지만 중단할 권리는 없다. 월급에서 꼬박꼬박 고용보험 노동자 부담분을 내왔는데 해고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니.
에프는 원래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일을 좀 쉬고 싶거나 몸이 안 좋아서 쉬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한 건데 못 받았죠.' 체력도 동력도 고갈되었다. 에프는 버거매장을 나왔다. 6년의 밤을 보낸 에프의 알바는 그렇게 야박하게 막을 내렸다.
알바를 크루라고 불러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거대 도시의 중심부에서 24시간 불 꺼지지 않는 패스트푸드 매장은 기업에 매출액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최저시급, 주휴수당, 4시간마다 30분의 휴식시간 같은, 지켜지길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지켜진다는 것만으로 괜찮은 일자리로 여겨졌다.
에프는 스케줄 매니저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스케줄 매니저가 볼 때, 똑같은 할당량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사람은 문제를 일으키고 한 사람은 문제를 안 일으켜요. 똑같이 4일을 원하면 누구에게 4일을 주겠어요?' 스케줄 매니저에게 '큰 권력'이 있다는 에프의 주장은 참이었다. 당월의 매출에 따라서 다음 달 스케줄을 짜는 일은 매니저와 크루에게는 고역이지만 기업에게는 낭비의 제거다. 밑바닥의 눈치 게임, 생존 게임이 기업 이윤의 연료가 된다.
유연한 근무스케줄이 패스트푸드 알바의 가장 큰 매력이지만 아무도 자유롭지 않았다. 크루 한 사람 한 사람은 유동적이고 자율적으로 노동시간을 짜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멈추지 않는 시스템의 톱니바퀴를 굴린다. 에프가 거듭 '어머님' 크루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이유도 의도하던, 하지 않았던 '어머님'들의 사회생활 스킬이나 체력적 조건에 의해 시스템의 빈 부분이 생기면 에프가 빈칸을 메우려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노동하는 사람은 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시스템의 일부로 사고하고 시스템의 결함을 걱정하는 마음을 갖는다. 월세방을 벗어나고 싶은 에프의 곤궁한 사정도 매장 인력 조절에는 바람직한 영향을 미쳤다. 패스트푸드 매장은 에프의 수면 패턴과 생리주기를 바꿨다. 의료용 보조기구를 손목에 착용한 채 패티를 뒤집고, 기계를 닦았지만 에프의 선택이었다. 시장에서 어떤 것은 완전히 자유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밖에 나와 보니 시급도 더 세게 주고 그렇게까지 일을 안 해도 되는 데가 많았어요' 일한 만큼 받는다는 보람으로 6년을 버거 매장에서 보낸 사이 '밖'에도 최저시급 지키고 4대보험 되는 일자리가 꽤 있었다. 에프가 있던 매장의 매니저는 지금도 사람이 모자라면 에프에게 전화를 한다. '이제는 좋은 알바가 많이 생겼잖아요' 에프는 버거 매장을 정말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에프가 병원에서 받은 '만성피로' 진단은 너무 당연해서 힘이 빠진다. 야간 근무 시급이 너무 적다. 신체와 마음과 일상과 사회생활의 리듬을 거스르며 하는 노동에 할증에 할증을 붙여도 충분하지 않다. 야간 노동으로 저축한 돈으로 에프는 전셋집을 구했다. 그 전셋집이 전세 사기범의 깡통전세 수백 채 가운데 하나일 줄은 몰랐다. 그렇게 에프는 전세사기의 피해자가 되었다. 청춘을 갈아 넣어 모은 수천만 원이 날아갔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왔다. 고향의 엄마가 거의 모든 것을 걸어 일군 식당이 문을 닫았다. 에프가 자랑스러워했던 엄마의 가게, 자수성가했다고 존경한 엄마는 간데없고 갚아야 할 빚과 허리 수술로 딸의 간병을 기다리는 엄마가 남았다.
* 이 연재는 2022년 '노동건강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한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에서 만난 여성들, 노동건강연대가 활동하면서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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