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사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매우 심각하다는 현실을 대중들은 잘 모른다. 대학 강사들은 단기 계약직이기 때문에 직장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퇴직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학 강사들은 해마다 퇴직금 소송을 불사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소정근로시간이다.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소위 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노동법상 퇴직금, 연차휴가수당, 주휴수당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법원의 판례도 그렇고 교육부에서도 이를 근거로 대학에 안내하는 매뉴얼에서 강사의 퇴직금 지급 기준을 주 5시간 이상으로 정하고, 강사의 퇴직금 지원예산을 책정하여 각 대학교에 지원한 바 있다. 그런데 2023년 1월 27일 서울고등법원이 기존 판례 법리와 달리 대학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임용계약서에 기재된 '강의시간'으로 한정하는 판결을 선고하여(2022나2011720) 대학 현장에 상당한 혼선과 파장을 야기하고 있다. 이에 소정근로시간과 관련한 입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화
대학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에는 해당 강의 시간과 이에 더해 대학교의 학사관리에 관한 규정 및 학사일정에 따른 강의계획서 제출, 이에 따른 강의 준비를 위한 연구와 강의자료 작성, 수강생 출·결석 관리, 과제물 부과와 평가, 시험문제 출제, 시험감독, 채점 및 평가 등 학사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강의 준비를 위한 연구와 강의자료 작성이 소정근로시간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때 숙련 비숙련의 차이를 두지 않으며 강의 시간의 3배 이상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강사의 소정근로시간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강사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이를 각 대학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전임교원 최대 시수제의 도입
전임교원의 주당 수업 시간은 전체 전임교원의 주당 수업 시간의 합을 전임교원 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 및 전문대학의 교원(학교의 장과 강사는 제외)의 교수시간은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매주 9시간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학교의 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 제1항). 대학·산업대학·교육대학 및 전문대학의 강사와 겸임교원 및 초빙교원 등의 교수시간은 매 학년도 30주를 기준으로 강사와 겸임교원 등의 경우에는 매주 6시간 이하를, 겸임교원 및 초빙교원의 경우에는 매주 9시간 이하를 각각 원칙으로 하되, 학교의 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강사와 겸임교원 등(겸임교원 및 초빙교원은 제외)의 경우에는 매주 9시간을, 겸임교원 및 초빙교원의 경우에는 매주 12시간을 각각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고 다만, 외국인 초빙교원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등교육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비전임교원은 법적으로 최대 시수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전임교원은 최대 시수제의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해 과도한 시수를 담당하는 경우들이 발생하여 강의 교육 및 연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강사를 대량으로 줄이는 편법에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전임교원에게도 최대 시수제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이때 학칙으로 다르게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예외를 만들어 법의 목적을 형해화시킬 수 있으므로 두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겸임교수·초빙교수 등의 개선
비전임교원인 겸임교수·초빙교수 등은 강사와 달리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이 아니다. 겸임·초빙교수 등은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때문에 이들의 임용이 증가할수록 학문 후속세대가 줄어들고 그 양성의 토대가 무너지게 된다. 또한 이들과 기타 교원을 통해 강사를 대체하는 편법으로도 작용한다. 따라서 고등교육법상의 교원도 아닌 겸임·초빙교수 등을 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제6조(교원) 제4항과 대학설립·운영 규정 시행규칙 제9조(겸임교원 등 산정기준)는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강사의 대학 내 참정권 및 대학 기구에의 참여 보장
강사의 총장 선출 등 참정권 및 대학 기구의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 대학 내 참정권 및 참여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이면서도 대학 내 참정권 및 참여권이 없다. 법의 형식으로는 교원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대학 구성원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 따라서 기본권인 참정권과 대학 기구에의 참여권을 반드시 보장하여 대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고등교육법상 강사제도의 재개정
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및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교원으로 인식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인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형식적인 교원의 지위만 법문구로 인정받았을 뿐 전혀 교원의 지위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내용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너무나 기형적인 입법이다. 따라서 교원의 지위에 부합하는 근로조건과 처우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들을 다시 개정하고 이를 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대학 재정지원 및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국공립대학교, 사립대학교, 강사의 관련 대표실무자들로 구성되는 공식적 실무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제도개선을 마련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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