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 상원에서 진행되는 브리핑에 참석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갑자기 취소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5일(이하 현지시각)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의원들과 계획돼 있던 브리핑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며 "주 미국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취소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방송의 질문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등이 상원에서 비공개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및 미 남부 국경에 대한 민주당의 원조 제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으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시작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 지난 10월 한화 약 80조 원에 해당하는 614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포함한 안보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기에는 한화 약 18조 원에 해당하는 143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대만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원, 국경관리 강화 등의 예산이 포함됐는데, 전체 예산은 한화 약 137조 원에 해당하는 105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예산 처리와 관련 민주당이 다수당인 미 상원은 절차 투표를 6일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하루 앞선 5일 이에 대한 기밀 브리핑을 실시했다.
백악관도 이 예산 통과를 위해 지난 4일 샬란다 영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영 국장은 서한에서 의회가 정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와 장비를 보낼 자금이 바닥난다며 예산 통과를 호소했다.
그런데 이 기밀 브리핑에서 공화당은 민주당이 국경관리 강화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며 불만을 표했고 결국 중간에 퇴장하면서 브리핑은 사실상 파행됐다.
뎁 피셔(네브레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은 <폴리티코>에 "국경 문제가 제기됐을 때 활기찬 논의가 있었는데, 민주당은 국경 관련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추가 조치에 대한 움직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국경 관리 강화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정부가 제출한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 지원 예산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존 툰(사우스다코다)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들(정부)은 우리 의원들이 가진, 구체적으로 국경을 포함하여 우리가 직면한 광범위한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답하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체는 뎁 피셔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원조에 대해 가장 열려있는 공화당 의원임에도 브리핑 중간에 자리를 떠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이 정부의 예산안을 두고 쉽게 합의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미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원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 (전 트위터)에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서 명확한 정책이나 분쟁 해결 경로, 미국 납세자들이 제공하는 원조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의회의 우려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현재의 정부 방안으로는 예산 통과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BBC는 예산안 합의 가능성과 관련 "민주당은 국경에서 망명 신청자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고 미국 입국에 필요한 요건을 강화하는 등 공화당이 주장하는 이민 정책 변경안에 주저해 왔다"며 국경 이민자 관련 문제가 난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상원과 달리 하원의 경우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정부 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민주당이 6일로 계획하고 있는 상원의 절차투표도 의원 6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51명인 민주당 의원들로만은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전쟁 지속 여부를 두고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지원의 핵심인 미국의 군사 원조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3일(이하 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는 지난 11월 우크라이나의 사회 연구 및 여론조사 기관인 '평가 그룹'이 우크라이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쟁을 어떻게 끝내야 하는지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응답자의 44%는 다른 국가가 참여하는 협상을 통해 러시아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고 48%는 협상을 포기하고 영토를 수복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토 수복 시까지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올 여름 60%에서 12% 포인트 줄어든 수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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