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이 '합계출산율 0.7명 초저출생 문제'의 원인으로 <나 혼자 산다> 등 TV 예능 프로그램과 불륜 드라마 등을 지목했다. 지난해 11월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저출생의 원인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지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서 의원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 통계청이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한 일을 언급하며 "저출산 대책을 맞춤형으로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어 "방송사에도 건의한다. 방송사 프로그램 편성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온통 <나 혼자 산다>, 불륜, 사생아, 가정 파괴 등의 드라마가 너무나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라도 좀 더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좀 많이 개발하셔서 이런 사회 분위기 조성에도 방송사도 기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서 의원은 또 "저출산에 기여하는 집단들이 있다.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발목잡기식 일부 정치인들의 꼴불견도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출생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라고 한다"며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모두 이러한 여의도발 정치 공해 생산자에게 다 점수를 카운트하고 있다. 이제라도 여의도에 있는 정치인들이 거짓과 선동을 일삼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나라라는 얘기가 젊은이들로부터 나오지 않도록 우리가 자성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발언에서 저출생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비전을 제시하거나 기존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가 부모 급여, 돌봄 서비스, 신혼부부 주거 지원 등 각종 저출산 대책을 열심히 또 성의 있게 내놓고 있지만 결혼과 출산에 대한 파격적인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한 지금의 초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파격적 조처의 필요성은 언급했다.
정부여당 내에서 이 같은 현실진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나경원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하며 비판 받은 바 있다. 나 전 부위원장은 당시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으로 너무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정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 10월엔 저고위 간담회에 참여한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이 <요즘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등 '육아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미디어에 결혼·출산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가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저출산마저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때문이라고 하는 것인가"라며 "역시 남 탓만 하는 정부·여당답다"고 비판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인 여당 의원이 저출생의 원인을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로 꼽는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라며 "이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있겠나" 꼬집었다.
최 대변인은 이어 "정부가 실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저출산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와 '자녀 양육 교육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높게 꼽혔다"며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위원이 정부의 저출산 인식조사도 읽지 않나, 서정숙 의원의 주장은 헛다리 짚기가 아니라 무책임한 책임 전가"라고도 했다.
이성 간의 결혼, 출산 등 '정상가족'의 행복을 강조하는 방식의 저출생 대책은 동성애 커플, 1인가구, 비혼동거가구 등 사회적 소수자 계층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프레시안>과의 지난 인터뷰에서 "결혼·출산을 하지 않으면 비난하고 보는" 인식은 "국가의 정상시민 만들기 프로젝트"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나경원 부위원장님,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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