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개봉으로 전두환 씨의 12.12 군사 쿠데타 사건이 여론의 재조명을 받는 가운데, 사망 2주기를 맞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해가 경기 파주시로 안장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불어민주당 파주 지역 의원들이 "(안장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 윤후덕 의원(경기 파주갑), 박정 의원(파주을)과 경기도의원·파주시의원 일동은 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 죄인 전두환 유해의 파주 안장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파주는 전두환을 받아들일 수 없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에 참여한 윤 의원은 "오늘도 많은 이들이 영화관을 찾아 <서울의 봄>을 보며 분노하고 있다. 오늘은 아마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며 "그런 와중에 파주에서는 전두환을 고이, 평안하게 (파주에) 안장하겠다는 그런 시도가 있었다"라고 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2021년 사망 이후 약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인 전 전 대통령의 유해가 경기 파주 장산리의 한 사유지에 안장될 것이라는 소식이 지난 16일 전해졌다. 이는 전 전 대통령이 생전 회고록에서 '북녘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남긴 데 따라 유족 측이 결정한 일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전두환은 대한민국 광주를 피로 물들인 폭군,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7년 후퇴시킨 독재자이면서 죽을 때까지 역사 와 광주 앞에 사과 한 마디 없었던 자"라며 "그런 자가 무슨 자격으로 파주로 오겠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전 전 대통령의 파주 안장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이들은 '통일'을 언급한 전 전 대통령의 생전 소망에 대해서도 "북한과 적대적이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탱크와 장갑차로 권력을 찬탈했던 독재자가 통일을 맞이하고 싶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물으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서라도 전두환은 절대 파주에 묻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유해 안장을 시도 중인 전두환 일가를 겨냥 "지금 추징금도 1000억 원 넘게 안 갚고 있지 않나. 돈이 하나도 없다면서 어떻게 땅을 사겠다는 건가"라고 꼬집으며 "(유족은) 국가에 진 빚부터 갚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생전 본인의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 주장하며 추징금 1020억 원과 체납세금 30억 원을 끝내 납부하지 않은 바 있다.
유족들이 유해 안장을 위해 구매 중인 장지는 사유지로 알려져 있다. 윤 의원은 사유지로의 유해 안장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묻자 "안장은 묘지법 관련 부분이 있어서 파주시청에서 인허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도 "(전두환 안장에) 시민단체를 비롯해 마을주민들이 많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파주시장도 안장 허가를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럴 의지도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최근 장산리 인근엔 주민들의 전 전 대통령 유해 안장 반대 현수막이 게재되는 등 지역사회에선 안장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전날에는 민족문제연구소고양파주지부 등 11개 시민단체가 파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산리에 학살자 전두환이 묻힐 자리는 없다"며 안장을 반대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유족 측과 가계약을 진행 중인 땅 판매자들과도 접촉해 매매 중단 등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가계약 방식의 장지 매입 과정에 전매 제한 문제가 적용될 수 있는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윤 의원은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주변 시민들 정서다. 가계약을 하신 분과 땅의 원래 주인 분 모두 파주시민이시기에 시민들의 반대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1월 23일 사망해 지난 23일로 사망 2주기를 맞았다. 그는 1997년 대법원에서 군사반란죄·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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