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로 인해 본격화된 교육자치시대를 맞아 대한민국 교육의 나침반으로서 다양한 교육정책을 발굴·시행 해 온 경기도교육청은 민선 5기를 맞아 ‘교육다운 교육’을 위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의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교육’이라는 기조 아래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민주시민 육성’을 핵심 지표로 삼았던 경기교육과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경기교육’ 및 ‘학생중심·현장중심’을 기조로 했던 이재정 전 교육감에 이어 지난해 취임한 임태희 교육감은 ‘자율·균형·미래’ 등 3대 원칙을 바탕으로 미래교육을 그려 나가고 있다.
주요 얼개는 △학습체제 강화 △미래학교 유형 확대 △AI(인공지능) 기반 교육 △디지털 역량 강화 △글로컬(글로벌＋로컬) 융합인재 육성 △돌봄·유아교육·방과후학교 강화 △미래지향적 교육행정체계 구축 등이다.
사실 교육의 변화는 교육부장관 또는 교육감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교육 수요자들인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이 원하는 미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그에 따라 교육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자치시대의 진정한 의미다.
과거 하향식 정책 실행 구조 속에서 어떠한 의사표현도 하기 힘들었던 학생과 학부모 및 교직원들은 교육자치시대를 맞으면서 비로소 미래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미래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자율’을 꼽고 있다.
학생이 자율의 힘을 키워 스스로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탐색하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과제이자 교육의 책무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경기교육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자율’을 들여다 본다.
[글 싣는 순서]
①교육자치시대,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는 경기교육
②민선 5기 경기교육의 ‘자율’
③민선 5기 경기교육의 ‘균형’
④민선 5기 경기교육의 ‘미래’
□ 교육과정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경기도교육청
임태희표 경기교육이 제시하는 미래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정책은 단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의 도입이다.
임 교육감의 핵심 교육공약 중 하나인 ‘IB교육’은 경기교육의 3대 원칙 중 하나인 ‘자율’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정책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미래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풍부한 지식과 탐구심과 배려심을 갖출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IB교육’은 기존 경기교육의 ‘혁신교육’과 궤를 같이 한다.
실제 2009년 전국 최초로 도입돼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경기혁신교육’은 대학 입시만을 위한 주입식·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아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목적이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인권 향상과 교육공동체의 자발적 참여 등을 이끌어 낸 ‘경기혁신교육’은 그 지향점과 내용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경기지역을 넘어 전국의 교육현장 곳곳에 안착됐다.
결국 학생의 창의적·비판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목적인 ‘IB교육’과 ‘혁신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평가의 유무다.
즉, ‘IB교육’은 앞서 도입된 ‘혁신교육’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취지와 방향성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았지만, 실행 이후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보완하는 ‘미래형 학습체제’다.
특히 도교육청은 기존의 ‘IB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경기도형 IB 모델’을 구축해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다.
구체적으로 △‘탐구-실행-성찰 중심 수업’ 설계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과 평가 전문성신장으로 수업의 질 제고 △논·서술형 평가 확대에 따른 타당도와 신뢰도를 갖춘 공정한 평가 시스템 운영으로 공교육의 만족도 제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역량을 키우는 수업·평가 확산으로 ‘경기도형 IB 운영 기반’ 마련을 도입 목적으로 밝힌 도교육청은 우선 IB 프로그램을 제대로 배워보고, 경기도만의 자율적인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을 목표로 지난 3월부터 총 30개 교를 ‘관심학교’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18개 교가 ‘후보학교’로 선정되면서 현재는 12곳의 관심학교가 운영 중이다.
‘관심학교’는 IB 교육철학 및 운영에 대한 학교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 및 향후 ‘IB 관심-후보-인증학교’로의 단계별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후보학교’는 전 세계 IB 학교에서 공유하는 교수학습자료를 활용해 IB 수업과 평가를 일부 설계·적용할 수 있고 IB 컨설턴트 방문 및 온라인 지원을 받으며 IB 인증학교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인증학교’는 IB 본부의 심사를 거쳐 최종 인증을 받은 학교로, IB 수업과 평가 전 과정을 본격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도교육청은 안정적인 현장 정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학교를 시작으로 후보학교와 인증학교의 단계별 확대를 추진하고, 희망하는 학교가 IB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 중이다.
또한 교사의 IB 실천 역량 강화를 위해 △IB 국제공인 전문강사 연수 △대학 연계 IB 전문가과정 △IB 이해 입문과정 원격연수 △교장, 교감, 코디네이터, 수석교사, 사서교사 등 교원 역할에 따른 맞춤형 연수 등의 실시와 함께 ‘IB 프로그램 이해자료 개발·보급’ 등 다방면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현장의 교사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교육과정에 접목하는지 여부가 ‘IB교육’ 성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IB 프로그램’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위해 서울대학교와 ‘IB 교육정책과 교원의 실천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도교육청은 향후 고등학교 과정인 ‘IB DP(Diploma Programme)’까지 도입된 이후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까지 시험관 및 채점관을 양성하는 한편, ‘IB DP’ 이수자의 대학 입학 연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학교 지원 체제도 마련해 최종 ‘경기도형 IB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 자율을 바탕으로… ‘미래 교육과정’
경기도교육청은 ‘경기 미래 교육과정’의 운영을 통해 공동교육과정의 확대를 위한 ‘온라인학교’를 내년 9월 개교하는 한편, 초·중학교 졸업 때 공통으로 도달해야 할 ‘경기형 기본학력’을 전국 처음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경기 미래 교육과정’은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반영한 학교의 교육과정 실행력 강화 △질문과 탐구로 학생이 학습을 이끄는 수업 △미래형 평가체제 구축 등 미래 사회에 필요한 주도성과 역량을 갖추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먼저 그동안 소규모 학교 중심으로 운영했던 공동교육과정을 2025년부터 지역사회 또는 공유학교와 연계해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고등학교에서만 운영됐던 공동교육과정을 초·중학교까지 확대해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넓힌다.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위해 내년 온라인학교를 개교한 뒤 중학교까지 확대 도입할 방침으로, 학생 주도적 선택에 기반한 창의·봉사·활동 중심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및 ‘2022년 개정 교육과정’부터 새롭게 도입하는 학교 자율시간에 맞춰 선택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해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높인다.
학생의 주도성과 역량 함양에 중점을 둔 수업과 평가를 통해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답을 찾아가는 수업을 위해 ‘탐구-실행-성찰’의 과정을 함께 구현하는 수업 프로그램(프레임워크)을 개발해 내년 신학기부터 적용, 학생의 삶과 연계한 논술형 평가 내실화를 통해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기르도록 이끈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할 때 공통으로 도달해야 할 ‘경기형 기본학력’을 전국 처음으로 정한 도교육청은 그 기준인 ‘공통 핵심기준’도 설정했다.
미래형 역량 평가도구를 컴퓨터 기반(CBT)으로 개발해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 결과에 따른 보정·지도로 책임 공교육 실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 교육환경의 변화를 위한 움직임
경기도교육청은 교육환경의 변화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활용한 지역교육협력 플랫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는 임태희 교육감의 또 다른 주요 정책사업인 ‘공유학교’로,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과 함께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학교 밖 교육 활동과 시스템 구축을 포괄하는 지역교육협력플랫폼이다.
도교육청은 지역교육지원청을 중심으로 지역교육협력 지역협의회를 통해 △학교 밖 배움터 운영 현황 파악 △유휴공간 및 폐교 등 시설자원 파악 △교육자원지도 제작 △교육공동체 요구 파악 △공유학교 모델 개발과 프로그램 설계 △전문가 인력풀 구축 △공유학교 운영을 위한 지역단위 온라인 통합시스템 구축 등을 진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광주·하남과 동두천·양주, 시흥, 여주, 연천, 용인 등 6개 시범교육지원청에서 지역별 특화된 경기공유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이 같은 플랫폼 구축의 안정적 도입과 정착을 위해 △공유학교 모델 개발 정책연구 △정책실행연구회 운영 △정책협의회와 실무추진단 운영 △정책 포럼과 콘퍼런스 △정책 추진 컨설팅 매뉴얼 제작 △찾아가는 컨설팅 △경기공유학교 모델 개발 등도 지원한다.
또 기존의 경기꿈의학교는 꿈의학교와 몽실학교를 통합한 ‘경기이룸학교’로, 경기꿈의대학은 대상을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한 ‘경기이룸대학’으로 변경한 뒤 지역 특화 공유학교 유형으로 재구조화하는 등 지자체 협력을 통한 지역 특화 돌봄프로그램도 공유학교 유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자율선택급식’ 역시 경기도교육청이 추구하는 ‘자율’의 가치가 담긴 정책이다.
무엇보다 경기도에서 선거법 위반 논란 등 오랜 시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갖은 풍파를 겪은 끝에 어렵게 이뤄낸 ‘무상급식’에 이은 학생 맞춤형 정책인 점이 눈에 띈다.
앞서 경기도에서는 지난 2010년 성남시가 도내 처음으로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이후 점차 도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대됐고, 경기도교육청도 이 같은 지자체들의 움직임에 힘입어 2010년 도내 모든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5년간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하는 내용의 ‘초·중학생 무상급식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국에 친환경 무상급식의 표준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자율선택급식’도 학생의 자율권과 선택권 확대를 통해 자기주도 식생활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기호에 따라 메뉴와 양을 정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되는 급식을 통해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편, 학생 스스로 건강과 기호에 맞는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이고 있는 특히 교육과정과 연계한 학생주도 급식 활동과 편식 및 음식물 쓰레기 문제 개선을 위한 영양·식생활교육도 병행하면서 단순히 식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교육적 가치’를 담은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도교육청은 ‘학교 자율’로 운영하도록 했음에도 실제로는 사실상 강제성을 띈 채 운영돼 오던 ‘9시 등교제’도 실질적인 ‘학교 자율 운영’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바꿨으며,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선정하는 ‘학교자율과제’를 통해 학교 예산 편성의 자율성을 강화한 기본운영비 집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한편, 일선 교육지원청의 자율성도 확대해 지역마다 특색 있는 교육활동이 펼쳐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임태희 교육감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뤄진 경기도교육청 출입기자단과의 공동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 가장 중심에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교육공동체의 ‘자율’ 확대였다"며 "자율을 실행 동력으로 할 때 각자의 다양한 역할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기 때문으로, 일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주도적으로 실행할 때 지속가능한 교육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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