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4일 간의 휴전을 시작한 가운데, 한국 대표부 대사를 겸하고 있는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사는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나흘 휴전으로는 부족하다며, 평화 구축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24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한국을 방문 중인 주일본 팔레스타인 대표부 왈리드 시암(Waleed Siam) 대사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을 면담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시암 대사는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 "세상이 완전히 인간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전쟁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대한 학살이자 인종 청소"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 일제 강점기가 있었던 것처럼 이스라엘은 점령자이고 팔레스타인은 피점령자"인 상황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현재 합의된 나흘 간의 휴전으로는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극복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시암 대사는 본인 역시 가자지구 출신이고 친척들 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면서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과 식민 통치가 종식되고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 세계의 지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상희 의원은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 슬프고 분노한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보호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즉각 휴전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서 국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국 국민들 역시 팔레스타인의 인도적 상황에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휴전이 이루어지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항구적 평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암 대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에 매일 2억 7000만 달러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가자 지구의 60% 이상이 완전히 파괴되었다. 지금 공격을 멈춘다고 해도 재건에 드는 비용만 약 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비용은 누가 다 부담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키바 토르(Akiva Tor)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언제든 이스라엘로 돌아가 집과 땅을 가질 수 있고 자유로운 이동권도 누릴 수 있다. 영국 위임 통치령 당시 팔레스타인이 발행한 땅문서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정작 주어지지 않는 권리"라며 "국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문서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에서 온 유대인 이민자의 모든 권리를 인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배진교 의원은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한국 임시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대사의 상황을 충분히 공감한다"며 "어떤 나라도 침략할 권리가 없고 어떤 나라도 침략당할 이유가 없다. 많은 한국 국민들도 휴전을 지지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휴전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암 대사는 앞서 2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오만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장기적인 휴전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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