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의원 중 의정활동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이들에 대한 '공천 페널티'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는 "현역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당내에서는 "친명 공천 의도", "당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반발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은 24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를 받은 의원의 경선 득표 수 감산 비율을 30%까지 상향하는 안을 의결했다. 현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는 경선 득표 수의 20%를 감산하는데, 하위 10%의 경우 10%포인트를 더한 것이다. 하위 20% 해당자는 그대로 경선 득표 수의 20%를 감산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은 "하위 감산 비율을 더 자세하게 나누고 하위 10%에 대해서만 감산 비율을 늘린 것으로 최소한으로 (패널티를 적용)한 것"이라며 "경선 득표에서 30%를 감산한다고 해도 도전자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전날 "총선기획단 제안을 그대로 받은 것"이라며 "(최고위 내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현역의원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공천 룰을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친명 공천을 해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도 일었다.
친문계 전해철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총선 1년 전에 특별당규를 만들었고, 당헌을 바꾼다고 해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개정된 내용을 떠나서, (공천 룰은) 특별당규로 1년 전에 정하자는 당의 대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친명 공천을 해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우리 당이 이런 대원칙을 무너뜨리면서 공천 룰을 개정해야 하는 사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시스템 공천'을 할 거면 이미 만들어진 공천룰을 왜 만지작거리느냐"며 "당 지도부는 어차피 (현역의원 평가에서) 100점을 받지 않겠냐. 적용되는 기준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이날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에서 대의원 표의 반영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 당시 기존의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10%, 일반당원 5%' 반영 규칙을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25%, 일반당원 5%'로 변경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행 규정에서 일반당원과 국민을 합쳐 30%로 하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전체 표 비중을 합계 70%로 하되 대의원 대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으로는 권리당원 6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된다. 결국 현행과 비교하면 권리당원들의 1표 가치가 상대적으로 3배 이상 올라가는 셈이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중에는 강성 친명 성향 당원들이 많아,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중 조정은 기존 당내 구도에서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핵심 갈등 소재였다.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가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겨냥해 '대의원제 폐지'를 혁신안으로 냈을 때, 비명계는 집단 반발했고 결국 논의 자체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당시 의원총회에서는 격론이 오갔고,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대의원제는 통상적으로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선출 제도에 관해 토론하고 정하게 된다"면서 "다음 전당대회 전까지 이 문제를 역사적 맥락, 우리 당 상황을 반영한 깊이 있는 토론을 해나가면 되지 않겠나. 총선 이후에 (논의하자) 하는 말씀도 있었고, 반대되는 말씀도 있었다"(이소영 당시 원내대변인 브리핑)이라고 했었다. (☞관련 기사 : 수적 우위 과시한 비명계…의총서 '김은경 혁신안' 반대 봇물)
'총선 이후 논의하자'는 말까지 나왔던 대의원 비중 축소 반영이 이날 당 지도부에 의해 전격 결정된 데 대해 비명계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팬덤 정당으로 가겠다는 결정"이라며 "약속을 어기고 원칙을 무너뜨리는 지도부가 나중에 이에 대한 외상값을 치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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