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세력 하마스가 전쟁 발발 46일 만에 나흘간의 짧은 휴전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과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22일(현지시각) <AP> 통신은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하마스와 일시적 휴전을 갖기로 합의했다"며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가자지구에 붙잡힌 인질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합의에 따르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240여 명의 인질 중 50명을 4일간 석방하기로 했으며, 인질 10명이 석방될 때마다 일시적 휴전을 하루 씩 연장하겠다고 밝혔다"며 "이스라엘 정부는 여성과 아이들 인질을 우선적으로 석방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1일 늦은 시각에 내각을 소집해 위 합의에 대한 투표를 실시했다. 회의는 날을 넘겨 22일까지 계속됐는데, 하마스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이스라엘의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는 문제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면서 회의가 길어졌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하마스 측 역시 이날 휴전에 합의했다며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 동안 가자지구 남부 상공의 모든 항공편을 중단하고, 가자지구 북부 지역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항을 금지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억류 중인 팔레스타인인 15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의 여성과 어린이 50명을 석방하기로 합의했으며, 가자지구 전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허용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은 휴전 기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체포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거주지역의 남부와 북부 사이를 이동하도록 내버려 둘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에는 카타르와 미국 등이 중재자로 나서 이스라엘, 하마스와 몇 주간 협상을 벌여 왔다. 이들은 일시적 휴전 및 추가적인 원조 등도 함께 논의했는데,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합의에 거의 근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1200명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망한 이후 처음으로 휴전에 합의하면서 이번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첫 단계가 마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휴전 기간이 나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이스라엘이 휴전 이후에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인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네타냐후 총리는 나흘 간 휴전이 만료되면 하마스에 대한 공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관들에게 휴전은 단지 전술일 뿐이며, 휴전이 종료된 후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 중이며, 우리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하마스의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기간 동안 정보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음 단계의 전투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자가 이스라엘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할 때까지 전투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이스라엘의 공습과 지상 군사 작전으로 몇 주 동안 팔레스타인인 1만 1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 여성과 미성년자고 2700명 이상은 실종돼 잔해 속에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이마저도 지난 11일 이후 집계가 멈춘 실정이다. 통신은 "가자지구 보건부는 보건분야의 붕괴로 11일부터 사망자 통계를 집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며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의 보건부는 21일 1만 33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자체 집계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팔레스타인) 보건부 통계수치는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무장세력 수천 명을 사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하마스 무장세력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가자지구에서의 전투가 북쪽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유엔에 따르면 여전히 16만 명의 사람들이 이 근방에서 머무르면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고위 관계자 마이클 라이언은 통신에 가자지구의 대부분의 병원들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다며 이는 "대재앙"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