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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관에 텅 빈 거대한 유령 공간 … 섬유패션클러스터 '돌파구 마련'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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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관에 텅 빈 거대한 유령 공간 … 섬유패션클러스터 '돌파구 마련' 급하다

전북 익산제2산단 내 '에코융합섬유연구원' 현지 취재

전북 익산시 서동로 익산제2일반산단에 있는 '에코(ECO)융합섬유연구원'의 섬유패션클러스터동 3층 건물은 16일 오후 사실상 텅 비어 있었다.

1만1200㎡의 섬유신소재 연구센터 중 한 곳인 클러스터동은 2021년 12월에 국비 42억원을 들여 대규모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건축공사비 25억원 중 관급자재 5억원을 뺀 20억원 공사 입찰에서 전북의 한 업체가 18억7000만원에 낙찰을 받아 공사를 진행했고, 외장 판넬 구입과 설치, 전기, 정보통신, 소방 등 9개 공사로 쪼개 총 42억원을 집중 투입했다.

연구원은 당초 섬유패션클러스터동에 섬유관련 업체 18곳을 입주시켜 섬유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해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등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며 입주업체 모집에 나섰지만 현재 8곳만 입주해 분양률 44.4%에 불과한 실정이다.

▲섬유패션클러스터동은 1층에 일부 기업만 입주해 있을 뿐 사실상 텅 빈 거대한 공간이 됐다. ⓒ프레시안

클러스터동 2층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사람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대형 자루만 썰렁하게 지키고 있었다. 3층 역시 유령이 나올 것과 같은 적막(寂寞)만 남아 있어 "과연 이곳이 수십억원을 투입한 섬유산업의 본산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연구원은 "준공 후 누수 등 하자가 발생해 작년부터 보수공사를 진행해 왔다"며 "섬유관련이 전통산업이다 보니 입주업체 모집에도 어려움이 있어 장기간 미분양 상태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곧바로 하자 발생이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은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보급, 인력양성, 제품생산 지원 등을 통해 국내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1년 1월 지금의 자리에 '전북니트산업종합지원센터'로 출범했다.

재단법인으로 시작한 센터는 2년 후 '(재)한국니트산업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2년 후인 2005년에는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의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로 지정돼 재단법인을 뺀 '한국니트산업연구원'으로 재개칭하는 등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섬유패션클러스터동 2층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가운대 몇 개의 대형 자루만 놓여 있었다. ⓒ프레시안

하지만 섬유산업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장기간 어려움을 겪다 '친환경 신소재 연구센터 구축사업' 계획에 따라 2014년에 경매로 나와 있는 바로 옆 공장과 부지를 19억원에 매입해 지금의 ‘섬유패션클러스터동’ 구축에 나서게 된다. 당시 구입비용은 전북도와 익산시가 각각 20억원씩 지원한 40억원의 일부였다.

연구원은 남은 돈으로 건물 신축은 어렵다고 보고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했지만 자체 재원이 부족해 3층 건물 중 1층의 입주지원시설만 1차로 수리하게 된다. 골머리를 앓은 연구원은 이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휴폐업공장 리모델링 사업'에 선정돼 2019년 12월 국비 42억원을 확보하면서 간신히 숨통을 트게 된다.

연구원은 국비를 토대로 섬유패션클러스터동 2~3층을 전면 보강하고 외관도 완전히 바구는 등 전체적인 2차 리모델링에 들어가 2021년 12월 말 준공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준공 이후 입주기업 모집도 쉽지 않은 상태에서 누수 등 하자가 곧바로 발생해 작년부터 한 쪽에서는 공사를 진행하고 다른 쪽에서는 입주기업을 모집하는 '희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연구원은 전반적인 경영 쇄신과 실속 운영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노력했지만 '섬유연구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구원은 전반적인 경영 쇄신과 실속 운영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노력했지만 '섬유연구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전통산업인 섬유와 관련한 연구개발(R&D)에 한계가 명확한 만큼 기업들의 역량 강화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한편 안전보호 쪽으로 방향을 틀기 위해 지난 2021년 10월에 '안전보호 융복합섬유 기술지원센터'까지 신축했지만 연구개발과 기술지원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어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다 출자·출연금 수익이 2020년 52억1400만원을 정점으로 작년에는 35억62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올해에는 23억원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겹악재에 휘말려 있다. 그것도 전북도(8억원)와 익산시(1억5000만원)의 출연금에 각종 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한 지방비 매칭 13억5700만원을 모두 포함한 수입이다.

연구원이 자구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지원부 지정의 ‘전문생산기술연구소’는 연구용역을 확보하고 여기에서 연구원의 인건비를 충당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은 지난 2021년부터 연구용역 확보에 적극 나선 결과 58억원이었던 연구용역 수입이 이듬해 89억원, 올해 93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하지만 '섬유연구원'이라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아 고민을 더해준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안전보호와 관련한 산업이 부상하고 있어 이 분야에 주력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의 연구용역 확보, 이차전지와 탄소산업 관련 분야 지원체계 강화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클러스터동의 한 통로에는 형광등 하나만 간신히 지키고 있다. ⓒ프레시안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지역에 있는 전문연구원은 연구개발을 통해 지역기업에 이식(移植)하고 이들 기업이 상품화해 돈을 벌어 세금을 내고 인력을 고용하는 등 '선순환 구조의 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다만 이런 연구개발 과제가 단기간에 상품화하는 등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연구원과 전북도, 기초단체, 의회 등이 치열한 고민을 하고 새로운 육성방향을 마련한 뒤 연구원을 통해 지역경제 저변에 훈풍을 몰아올 수 있도록 4각 협력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총면적 2만1300㎡에 연구동과 생산동, 섬유패션클러스터동, 안전보호 융합복합섬유기술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등 5개동에 장비만 251동 307대를 보유한 섬유관련 연구원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지역발전의 새로운 축으로 활용할 것인지 전북도와 익산시, 연구원 등 각계의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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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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