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병원이 군사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는 이스라엘 측 주장을 입증하는 정보가 있다며, 병원을 공격한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14일(이하 현지시각)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고 미국 방송 ABC 뉴스 등 다수의 매체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포함한 가자지구의 병원들을 "그들의 군사 작전을 은폐하고 지원하기 위해, 또 인질들을 붙잡기 위해"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가 가자지구의 일부 병원과 지하 터널을 이용해 군사작전을 은폐, 지원하고 인질을 억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들이 "알시파(병원)에서 지휘통제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곳에 무기를 보관하고 있고, 그 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의 판단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나온 정보"라며 구체적 답을 하지 않으며 "우리는 정보원과 (정보 획득) 방법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병원과 연결된 터널을 군 지휘소로 사용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내 병원들을 공격하고 있다. 특히 알시파 병원 근처에서 전투를 벌여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측은 하마스가 해당 병원을 군사 시설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 작전에따른 사상자 발생 책임은 하마스 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병원 내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추진포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권 적십자 격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병원 내부에는 무장한 사람들이 없다. 의사, 환자, 가족들 뿐"이라며 "어떠한 발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병원 사상자 발생의 책임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더 이상의 민간인 희생이 이뤄지면 안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커비 조정관은 하마스의 이같은 행동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보호를 위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경감시키지 못한다"고 재차 경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는 "우리의 상대들과 계속해서 적극적인 대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책임을 언급하는 데에는 정부의 대처에 대한 내부 불만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미 국무부 직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 이어 6일 반대 메모 서명, 8일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의 공개 서한, 9일 주 오만 대사관 외교관의 외교전문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에는 바이든에게 직접 항의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4일 40여 개 정부 기관에 소속된 정무직과 일반직 직원 400여 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공격을 규탄하고 즉각 휴전이 이뤄지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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