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당초 파리협정 당시 인류의 목표였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의 시한이 2029년으로 앞당겨지리라는 뉴스까지 나올 정도다. 그야말로 위기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격변하는 기후 상황에 발맞춰 세계 경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탄소배출제로 목표가 각국 기업에 사명처럼 주어지면서 RE100(재생에너지 백퍼센트 사용)은 현실화한 무역 장벽이 됐다. RE100 조건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길이 막힐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현실이다.
한국은 이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자리한 나라다. 수출 의존도가 크고 제조업이 국가 주요 부의 원천이다. RE100 달성은 거창한 구호 정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독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경고가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경고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한국 기업과 정부에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한국의 탄소 중립 전환 움직임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 RE100 달성을 위해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이 당장 시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 같은 물음에 지침이 되어 줄 '2023 경기탄소중립포럼'이 14일 경기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컨퍼런스홀에서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시민 사회와 연구 단체, 정부, 기업 현장에서 에너지 전환의 오늘을 확인하고 미래를 고민한 김혜애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원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정규창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사업지원팀장이 RE100 달성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창간 22주년을 맞은 프레시안 협동조합과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이 공동 주관했다. 경기도가 행사를 후원했다.
경기도는 RE100 전환의 주축
김혜애 원장의 여는 말로 본 행사가 시작됐다. 김 원장은 우선 이번 포럼이 열리는 경기도가 RE100 전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짚었다.
경기도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지역이다. 2020년 현재 경기도의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은 전력 소비량 기준 6314만 톤에 달한다. 2위 충남(2562만 톤)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경기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이후 연평균 3.2%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 2.0%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가 한국 제조업의 중추 지역임을 보여주는 통계 지표다.
그만큼 RE100 전환 필요가 큰 기업도 경기도에 몰려 있다. 경기도에는 RE100에 가입한 기업이 본사 기준 7개사, 사업장 기준 17개사, 공장 기준 57개사가 자리했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자, 네이버, KT,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이 주인공이다. 공통적으로 막대한 전력 소비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다.
경기도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소비 전환을 위한 도 차원 목표를 세웠다. 도는 2026년까지 공공 부문 RE100을 달성하고 수출 기업의 무역 장벽 돌파를 지원하기 위해 경기 내 산업단지에 RE100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 내 50개 산단을 한국 RE100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2026년까지 총 4조 원을 투자 유치해 2.8기가와트(GW)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게 경기도의 목표다. 이를 통해 연간 151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관련 일자리 4만 개를 신규 창출하겠다는 목표치도 제시했다. 전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인 기조다.
하지만 전환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주요 선진국 중 기후 위기 대응에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이다. 정부 차원의 전환이 특히 더디다. 이 같은 태도는 선진국 중 두드러질 정도로 낮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에 그치는 한국의 오늘 현실을 낳았다. 연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필요성 홍보 부족, 지자체와 민간 기업 간 협력 부족 등의 장벽으로 이어졌다. 이는 그만큼 RE100 전환을 위한 구체적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미도 된다.
RE100은 이미 시작된 무역 규제
김 원장의 발표에 이어 발제자들의 본격적인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우선 이유진 소장이 '국제 탄소중립 정책과 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첫 강연자로 나섰다.
이 소장은 현재 기후 위기 상황부터 짚었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에는 북극 해빙이 완전히 소멸하고, 1.5도 목표 데드라인이 2029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이 소장은 소개했다. 관련해 최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 등에서 참여한 연구진은 기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까지의 기후 데이터만을 바탕으로 '2030년 지구 평균 기온 1.5도 상승' 전망치를 냈으나, 당시 기후 모델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고려해 1.5도 도달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아울려 연구진은 국제 사회가 1.5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중립 목표 시기는 2050년이 아닌 2034년으로 앞당겨진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인류 생존을 위한 결단의 시간이 촉박하다.
오늘날 현실은 부족하다. 2021년 현재 전 세계 1차 에너지 사용량의 77%가 화석에너지다.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에너지 전환에 성공해야만 넷 제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절박함을 바탕으로 전 세계 151개국의 매출액 기준 상위 2000개 업체 중 1007개 기업이 탄소중립, 즉 글로벌 넷 제로 목표를 선언했다. 이 중에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있다.
이 소장은 재생에너지 전환에 더딘 한국 정부와 달리, 세계의 RE100 규제 강도는 점차 더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의 녹색산업법상 전기차 보조금제도 개정안을 이 소장은 그 사례로 제시했다.
이는 앞으로 기업의 제품에 단순히 최종 생산물의 탄소배출량만을 따지는 것을 넘어 그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탄소발자국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총 80점의 규제 척도에서 탄소발자국이 길어져 60점에 미달하는 기업은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이 소장은 이처럼 "무역 규제 장벽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특히 제조업 의존도가 큰 한국은 더 절박한 전환 요구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철강의 경우 독일과 프랑스의 탄소배출계수는 1.4에 불과한 데 반해 한국은 1.7이었다. 가공 조립 에너지 부문을 보면 독일의 탄소배출계수는 0.83, 프랑스는 0.58에 불과했지만 한국은 이 계수가 1.43에 이르렀다. 그만큼 같은 제품을 생산할 때 한국 기업의 탄소발자국이 더 길다. 그만큼 탄소발자국이 실질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동할 경우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악화한다.
이 같은 규제는 전 산업에서 강화되고 있다. 볼보와 머스크, 지멘스 등 세계 38개 기업이 '스틸 제로(Steel Zero)' 전환에 나섰다. 미국은 EU와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인 '그린 스틸 클럽' 발족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의 13.5%에 달하는 346만여 톤이 EU로 수출된다. 직접적인 타격이다. 고로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최대한 빨리 수소환원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으로 한국의 중요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는 배터리 부문 역시 탄소발자국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앞으로 배터리 제조에 소요된 탄소발자국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리튬과 니켈 등 광물은 재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해운, 물류 등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대상국인 미국과 중국도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이기도 하다. 중국은 화석에너지 사용량 정점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5년으로 앞당기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국가 목표를 세웠다.
실제 한국 기업에 RE100은 이미 실존을 위한 과제가 됐다. 애플은 2030 탄소중립을 목표로 자사 공급망에 들어온 업체들에도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한 기업만 애플의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다. 이 소장은 경기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경기도 기업 절반 이상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확인 또는 RE100 달성 요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당장 탄소중립에 나서는 게 국가적 과제가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현 상태로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석광훈 전문위원은 "지금 상태에선 한국의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7.7%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이다. OECD 평균이 26.0%에 달한다. 이미 전체 소요 전력의 83%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덴마크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독일, 영국, 포르투갈, 리투아니아 등 유럽 주요 국가가 소요 에너지의 40% 전후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늦었다'는 말로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더디다.
이에 더해 윤석열 정부는 기존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을 뒤집고 원전 의존도를 높이는 전력 믹스를 구성했다. 이 같은 선택이 얼마나 큰 오판인가를 석 전문위원은 최근 한국 원자력 업계가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 실패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SMR 설계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가 진행한 첫 번째이자 세계 유일한 SMR 프로젝트가 미국 아이다호에서 추진됐다. 당초 오는 2029년까지 원자로 제작을 완공한다는 게 목표였다.
이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발전단가가 너무 비싸 시장성이 없다고 판명났다. 이 사업에 한국 SMR 관련 기업 7~8개사가 참여했다. 이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1년 사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석 전문위원은 "사실상 국제 원자력계의 희망이 꺾인 사건"이라고 이 사건의 의의를 설명했다.
원전은 발전단가가 싸다는 점이 그간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현실성을 비판하고 원전을 대안으로 보아야 한다는 논거의 핵심이었다. 이에는 우라늄 채광으로부터 핵 폐기물 보관에 이르는 기나긴 탄소발자국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 허상이 '원전이 발전단가가 비싸 좌초되는' 현실로 미국에서 확인됐다.
석 전문위원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서 지난 3년 중 (윤석열 정부) 2년이 갉아먹은 셈"이라며 "이제 문제는 사실상 총선 이후, 다음 정부가 과연 에너지전환을 이행할 수 있느냐가 됐다"고 개탄했다.
석 전문위원은 이 대목에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논쟁 거리를 던졌다. 과연 지금의 한국전력 수직독점 체제로 재생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석 전문위원의 답은 "전력 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석 전문위원은 한전 독점 체제는 '개도국 계획경제의 잔재'라며 이제 한국 경제 수준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평가했다. 그 폐해는 미국의 테네시전력공사(TVA)의 투자 실패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석 전문위원은 주장했다.
미국의 발전 체제는 1990년대까지 지역독점 체제였다. 이 같은 체제는 1996년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REC)의 경쟁촉진조치인 '명령 888(Order 888)' 발표로 깨졌다. 전기 도매 시장을 경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에 대부분 미국 지역의 전력 사업모델이 특히 송·배전과 발전 부문이 분리되는 체제로 전환했다. 반면 TVA는 수직독점체제를 유지했다.
석 전문위원은 2020년 현재 텍사스(ERCOT)와 캘리포니아(CAISO) 대비 TVA의 풍력,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실적을 비교하며 수직 독점 체제의 폐해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ERCOT의 설치 실적이 4만4000여 건, CAISO는 3만3000여 건인데 반해 TVA는 1035건에 불과했다.
석 전문위원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를 사례로 들며 "전기, 가스는 저장이 어려워 유류보다 가격변동성이 훨씬 큰 시장재"라며 "자유화와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경쟁 체제로의 전환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까. 석 전문위원은 영국의 사례를 예시로 지역별 차등화한 송·배전요금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의 경우 지역별로 전기요금이 최대 11.7%가량 차이가 난다.
수도권이 전국 에너지 수요의 절반가량을 소비하면서도 에너지 발전은 지역으로 미뤄 불공정 논란을 낳는 한국에서 참고할 대목이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수도권과 기타 지역의 송전혼잡비용을 투명하게 요금에 반영하도록 시장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재 에너지 소비만을 하는 수도권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 경제개발을 유인하는 긍정적 변화를 낳을 수 있다는 평가다.
태양광 설치는 이제 기업에 필수
마지막 발제자로는 기업 현장에서 RE100을 체감하는 정규창 사업지원팀장이 나섰다.
한화큐셀은 지난 2021년과 22년 두 해 동안 약 28만 달러를 투자해 태양광 셀과 모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6%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2050년에는 넷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은 RE100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직접 전력 거래 계약(PPA), 신재생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건설, 녹색전력 구매 등의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RE100 전환이 비현실적'이라는 반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과 달리, 이제 화석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도 한국 기업이 감내해야 할 변수임이 최근 유가 급변동을 통해 확인됐다. 한전의 누적된 적자로 인해 전기요금이 급등하면서 기존 에너지 체제만이 능사는 아님을 이제 기업 현장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료가 꾸준히 인상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이 기업 경쟁력 확보의 필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은 "2020년, 21년만 해도 한국 기업들은 RE100을 그저 마케팅 차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제는 심각하게 RE100 이행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지난 2년여 사이 전기료가 급등하면서 실질적으로 2년 전 국내 제조공장은 킬로와트(kW)당 100원 대의 전기료를 부담했으나 이제 150원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즉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기료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만큼,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도" 기업이 RE100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떠오르는 건 REC 구매다. 기업이 에너지 솔루션 공급자와 전기 소비자-발전사업자 간 REC 구매계약을 체결해 단발성으로 REC를 구매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키우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 큰 투자 없이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얻는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현재는 킬로와트당 70~80원 수준에 이르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문제가 있다.
PPA는 장기적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수단이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전기소비자가 한전의 중개를 바탕으로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발전사업자는 한전에 재생에너지를 판매하고, 기업은 한전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전력을 구매하는 2단계 계약이 이뤄진다. 최근 3년여 사이에 도입된 방안이다.
정 팀장은 "최근 전기료가 오르는 와중에 태양광 설비료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역사적 저점에 이르렀다"며 "지금 PPA 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20년간 전기료가 점차 인상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이 위험을 헤지(hedge)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소비자인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해 PPA나 REC 계약을 체결하는 지분투자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전력 소비자인 기업이 주도적으로 RE100에 참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장기 운영에 따르는 운영 위험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건설해 에너지를 자가소비하는 방안이 궁극적으로 고려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전력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니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력도 수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초기 투자 비용이 고려돼야 한다.
정 팀장은 "궁극적으로는 자가소비가 전력 소비자가 전기료를 아낄 최적의 수단"이라며 "망 비용이 들지도 않고 결국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여러 기업이 자가 태양광 설치에 나서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도 있다. 전기소비자가 한전으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따로 구매하는 제도다. 단기적 차원에서 경제성이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애플 등 주요 글로벌 플레이어 일부는 이를 RE100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정 팀장은 "우선 추천할 건 자가소비"라며 "시설 주변에 유휴부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태양광 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한다면 실제 전기료가 얼마나 절약되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비를 직접 설치하지 않는다면 그 효용을 절대 알 수 없다"며 "경영진이 확신을 갖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정 팀장은 강조했다.
다음으로 장기적인 위험 헤지 차원에서 PPA 역시 적극적으로 기업이 검토해야 할 RE100 달성 수단이라고 정 팀장은 거론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장기 차원의 RE100 수단을 확보한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REC 등의 대안을 고민하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행사 기조 맞춘 자리…기후위기 시대를 돌파할 해결책 모색할 때"
이날 포럼은 기존 포럼과 형식면에서 약간의 차별점이 있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차별점은 행사를 안내하는 현수막도, 발제 자료집도 없었다는 점이다. 행사 취지에 맞춰 이번 포럼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페이퍼리스(paperless)'로 진행됐다. 발제문은 QR코드를 통해 청중이 다운로드 받아 볼 수 있도록 했고, 청중 질문 역시 QR 코드를 통해 소셜미디어 단체채팅방에서 이뤄졌다.
본 행사 전 차성수 경기도 기후환경에너지 국장의 축사에서도 이 점이 강조됐다. 차 국장은 "행사 기조에 맞춘 뜻 깊은 자리"가 됐다며 "경기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자 노력하는 와중에 중요한 말씀을 들어 많은 것을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36조1345억 원 규모의 내년 본예산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6.9% 올라간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 축소에 나선 정부와 정반대로 확장재정에 나선 셈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가 특히 강조한 조치가 '경기 RE100 추진'을 위한 예산으로만 1018억 원을 편성하고 기후대응기금 신설에 251억 원을 책정한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정부와 달리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도의 의지가 읽힌 대목이다.
차 국장은 "도의원님들로부터 '정부는 태양광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줄이는데 왜 경기도는 늘리느냐'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며 "저는 그 때마다 항상 재생에너지 관련 'OECD 데이터를 보시라'고 이야기한다. 한국은 이런 데이터에서 대부분 꼴찌"라고 강조했다.
차 국장은 "올해 각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다 늘리거나 최소 유지하는데 한국은 오히려 줄인 유일한 나라"라며 "한국 정부가 RE100에 역행하는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 국장은 "세계적으로 RE10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고, 그 점에서 제조업이 집약된 경기도는 최전선에 있다"며 "지금과 같은 퇴행의 시대에서도 경기도는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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