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교육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거론돼 온 교권침해 문제의 해결 및 안정적인 현장 안착을 위해 교육당국이 여러 개선책 마련을 비롯해 토론회<관련기사 ☞ "교권보호 대책? 현장에선 못느껴요"·본보 11월 10일자 보도>를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생활지도의 주체가 모호한 점 등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에서 ‘교권보호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교육부도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공포하는 등 각종 악성민원으로 인해 침해받고 있는 교사의 교육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보호자에 의한 교직원 또는 다른 학생의 인권 침해행위 금지 및 교사의 학생 지도에 적극 협력하도록 하는 한편, 학교장이 교육활동과 관련된 학교 민원 처리를 담당함으로서 교사 개인이 민원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개념 및 유형을 명확히 규정하고, 교권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가 기존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했다.
이와 함께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인지하는 즉시 가해 학생과 피해 교원을 분리하도록 하고, 교육감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돼 수사가 진행될 경우 의무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상급자의 책임도 부여했다.
앞서 지난 7월과 8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추진 계획과 도교육청 차원의 ‘교권보호대책’ 마련 등을 밝힌데 이어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회’ 구성을 제안해 교권보호 4법의 개정을 이끌어내는 등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던 도교육청 역시 지난 7일 교육부의 학생 생활지도 고시에 따른 ‘학교현장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 같은 교육당국의 갖은 조치들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경기전교조)는 전날(13일)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당국의 조치들은 실제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다"며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분리조치 시 학생에 대한 1차 인계 책임자를 학교장으로 명확히 하라는 게 학교 현장의 요구지만, 도교육청의 지원안은 ‘교원의 연계지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학교장의 책임을 회피하도록 해 구성원 간의 갈등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 생활지도 고시에 따라 분리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절차상 민원인의 이의제기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위축될 수 밖에 없으며, 아동학대 신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학교 공간에서 보호자에게 통지할 수 있는 권한과 권위를 가진 학교장이 분리조치의 1차 책임자가 되도록 학교장의 책무가 명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전교조는 "특히 이번 학교현장 지원 방안에는 교사 업무 경감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나와있지 않은 채 ‘교원수당지급을 위한 학운위 심의, 각종 인력 신청서류 작성’만 제시돼 오히려 이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에 대한 갈등만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교사노동조합(경기교사노조)도 이날 ‘학생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하지 않겠다는 교장, 교감관리자는 각성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교육당국의 태도를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교사노조는 "최근 열린 ‘2023학년도 2학기 교장·교감 지구장학협의회 워크숍’에서 학교 관리자들은 도교육청에 ‘생활지도는 교사의 책무로, 이를 교장과 교감에게 떠넘기는 매뉴얼이 아니라 교사가 책무성을 갖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령과 지침을 정비해주시기 바란다’와 ‘생활지도가 어려울 경우, 교장과 교감이 하도록 하는 방향의 매뉴얼(지침) 제작은 하지 않도록 해달라’ 등의 충격적인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들은 지난 여름 전국의 학교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와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집단적 트라우마에 빠질 정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고, 직접 거리로 나와 추모집회를 열어 교육활동 보호 대책 목소리를 높였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도 교장·교감은 지난 시간 발생했던 사태들을 해결하기는 커녕, 관리자와 교사를 나누며 본인들의 책무가 아니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수업방해학생은 교사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며 담당하고, 민원실의 CCTV와 녹음 전화기등 시설 설치도 교사들이 맡으며, 지난 8월에 발표한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에 있던 ‘3단계 민원 시스템’은 아직 담당부서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며 "즉, 기존에 하던 것을 새로운 것처럼 꾸민 대책들과 교사 돌려막기 식의 학생 분리조치, 교사에게 떠넘겨진 민원실 설치 업무 등으로 정작 현장의 교사들은 변화를 전혀 체감하지 못한 채 오히려 업무와 부담만 증가됐다는 한탄만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더욱이 도교육청은 학생생활지도 고시 해설서가 나온 이후 수업방해학생 분리조치시 각 단계별 지원인력과 장소를 명확히 하며 학교장의 분리조치 역할을 명시한 표준안을 내려 보낸 제주·울산·대구 등 5개 지역과 달리, 사실상 관리자의 편의를 옹호하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에 내려보내는 반교육적 태도를 보이며 교육청의 권한과 역할을 스스로 내팽개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전교조와 경기교사노조는 △분리조치 시 1차 책임자 학교장 명시, 분리공간 교장실 포함 △분리조치 시 교사 업무 배제 △정서위기학생 지원 방안 마련 △학칙개정에 따른 지침과 학칙 표준안 마련 △민원대응절차 세부계획 수립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종합대책 마련 등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행정직 직원들 역시 비슷한 불만을 표출 중이다.
경기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경일노)은 도교육청이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대책’에 따른 민원 면담실 조성 사업을 학교시설업무로 분류하며 학부모에 의한 민원업무를 행정실로 전가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일노는 "지난 10여 년간 각종 이유로 학교 행정실 실무 인력을 줄인 도교육청의 방침으로 인해 현재 학교 행정실은 3∼4명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관리와 보안, 시설공사, 학교회계 예·결산, 계약, 교육통계, 당직관리 등 400여 가지가 넘는 업무를 담당 중"이라며 "말이 좋아 종합행정이지, 사실상 잡무에 허덕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생활인성교육과 관계자는 "도교육청은 지난 8월 교육활동 보호 대책이 담긴 교육감의 서한문을 일선 학교에 배포하면서 총 14개 부서가 참여하는 추진단을 통해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10일 ‘2023 경기 교육활동 보호 소통 토론회’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파악한 만큼, 최대한 학교 현장이 혼란을 겪지 않고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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