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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총선 입지자 78% "잼버리 파행은 여가부와 조직위에 주된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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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총선 입지자 78% "잼버리 파행은 여가부와 조직위에 주된 책임"

[지방정치 오디세이 2] 설문조사로 다시 본 새만금 민심

경제에 흐름이 있다면 정치엔 민심이 있다. 민심은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보이지만 깊은 바닥에서 자갈과 모래가 격하게 혼융하듯 움직이며 때에 따라서는 분노를 표출한다.

11월 7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앞에는 전국 각 지역에서 상경한 5000여명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만금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 예산이 5100억원 이상 대거 삭감되자 이에 항의하는 '전북인 총궐기대회'가 열린 것이다.

전북의 민심은 잼버리 파행 문제가 제기됐던 지난 8월10일 대회 폐영 당시만 해도 그렇게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민들은 잼버리 파행을 무겁게 바라보며 "끙~"하는 신음소리를 낼 정도였다.

▲국회로 온 전북도민들은 11월7일 총궐기 대회를 갖고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런 민심에 분노의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8월29일 발표된 정부의 새만금 예산 삭감이었다. 각 부처에서 올린 새만금 주요 SOC 예산 6626억원 중에서 1479억원(22%)만 남겨놓고 정부가 무려 78%를 죄다 칼질하자 ‘보복성 삭감’이라는 분노가 메마른 평야의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이날 총궐기에는 전북도의회와 전북인비상대책회의,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경기·인천 전북도민총연합회, 재경전북인 14개 시·군 비상회의 등 전국 각지의 주민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목소리를 냈다.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 문제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어서 차후에 명백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가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부터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전북 책임론'을 제기하며 '일 못하는 지자체'를 운운하는 등 전북도민들에 모욕감을 주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낸 것도 대규모 궐기의 원인이 됐다.

수은주가 뚝 떨어진 추위에도 전북과 인천 등에서 올라온 전북도민과 출향인사들은 새만금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며 정부의 결단을 압박했다.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8일 야영지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에서는 '분노의 삭발'에 동참했던 14개 시·군 기초의원들이 이번에는 대거 상경해 '분노의 함성'을 토해낸 까닭은 무엇일까? 과연 전북 정치권은 잼버리 파행의 주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기에 대규모 상경의 강력 항의에 나선 것일까?

답을 찾기 위해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내년 4월 10일에 있을 제22대 총선에 출마할 입지자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섰다. 설문은 주관식과 객관식을 병행했으며, 새만금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3개의 질문을 던졌다.

설문에 응답한 입지자에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이 포함됐으며, 정당별 소속은 더불어민주당 21명과 국민의힘 8명,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 등이었다. 전북지역 10개 선거구에서 출마 예상자가 대략 50명 안팎이나 응답률 60% 이상의 유의미한 설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잼버리 파행의 주된 책임은 어느 기관에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46.9%)이 '여성가족부'를 지목했으며, 조직위원회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답변한 입지자(31.2%)까지 포함하면 여가부와 조직위 책임 응답이 78%까지 올라갔다.

전북의 차세대 정치 리더를 꿈꾸는 총선 출마 입지자 10명 중 8명이 여가부와 조직위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며 서울 여의도 총궐기에 동참한 셈이다.

반면에 "전북도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말한 입지자는 9.4%(3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기타 항목에 체크한 12.5%(4명)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기타'에 한표를 던진 입지자들은 주로 "여가부와 조직위, 전북도 등의 공동책임이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 질문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던졌다. 그랬더니 여가부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입지자는 새만금잼버리의 실질적인 운영 권한이 여가부 장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정부의 새만금 큰그림은 사기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안호영 의원 페북

재선의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12월에 잼버리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정부가 주도하고 여가부가 주관하는 국제행사로 법적으로 명확히 전환됐다"며 "조직위의 설립과 잼버리 관련 시설 설치·이용계획의 승인 권한이 여가부 장관에게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직위가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응답한 입지자 중에서는 잼버리 파행의 근원이었던 화장실과 샤워실 위생 문제나 폭염과 해충 대처 등이 모두 조직위 소관이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직위 책임론을 주장한 진보당의 강성희 의원(전주을)은 "국가행사의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이다"며 "특별법에 따라 정부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구성돼 잼버리의 준비와 개최 관련 범정부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뿐만 아니라 정부지원위원회 위원장인 한덕수 총리를 경질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잼버리 파행의 주원인이 전북도에 있다고 지적한 이유로는 "전북도가 잼버리 대회를 전북행사라고 강조해 왔다"며 "그럼에도 구체적인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예측도 대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타' 의견을 낸 4명은 주로 공동책임론을 제시한 입지자들이었다. 어느 한 기관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 여가부와 조직위, 전북도 등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북 서부권 출신의 한 입지자는 "여가부는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고, 조직위와 전북도는 안일한 행정처리와 시설관리 미흡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내년 총선 출마 입지자들은 잼버리 파행의 주된 책임과 관련해 '여가부>조직위>전북도'의 순으로, 그것도 여가부와 조직위의 책임이 막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총선 입지자 31명이 답변한 '새만금 SOC 예산 삭감'과 관련한 질문에는 "보복성 삭감으로 볼 수 있다"는 답변이 77.4%(24명)를 기록하는 등 압도적이었다.

서울 여의도를 뜨거운 열기로 뒤덮었던 지난 7일의 '전북인 총궐기대회'에 무려 5000여명이란 대규모 인파가 동참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장해온 것처럼 "긴축재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비율은 9.7%(3명)였으며, '기타' 12.9%(4명)로 나타났다. '기타'에 표시한 총선 입지자 중에는 "정부의 방침대로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계획(MP)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복성 예산 삭감이나 긴축재정 등을 이유로 보기보다는 그간의 추진 방향에 문제가 있는 만큼 예산을 삭감하고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전북 정치권은 정부에 삭감된 새만금 예산을 전액 복구해 새만금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새만금 예산 복원이 없다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도 없다며 텃밭의 민심 껴안기에 적극 나섰다.

정부의 방침과 민심의 항의 사이에 있는 전북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가뜩이나 험지(險地)에서 힘겹게 국민의힘 영토확장에 나서왔는데, 이번 새만금 예산 삭감이 최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전북도당은 당정에 전북의 민심을 전달하며 새만금 예산 복원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래저래 2023년 11월 국회 예산 심의 시간표에는 새만금 예산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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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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