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에 휴전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과 우려가 미국 행정부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처에 이어 이번에는 중동에 근무하는 외교관으로부터도 이러한 의견이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시각) 미국 방송 CNN은 주오만 미국 대사관이 백악관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에 보낸 외교 전문을 입수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송은 "CNN이 입수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아랍권에 근무하는 미국 외교관들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보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행하는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군사 작전에 대해 미국이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아랍권에서 한 세대에 걸쳐 평판을 잃는 행위"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우리는 메시지가 오가는 전장에서 크게 지고 있다"며 "광범위하게, 신뢰할 수 있는 (오만 내부 인사들과) 접촉을 가지며 대화를 해본 결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가 전쟁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간주되는 것에 대한 물질적, 도덕적 책임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오만 대사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서열의 관료가 이 전보를 작성했다며 "한 지역 대사관에서 보낸 전보 중 하나일 뿐이지만, 중동 지역을 휩쓸고 있는 반미 물결에 대한 경고를 비공개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내부 비판은 지난 2일 한 국무부 직원이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국무부 직원들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행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에는 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직원들이 서명한 공개 서한에서 "USAID의 노력(인도적 지원)이 효과를 보려면 즉각적 휴전과 적대행위 중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방송은 "최근 아랍권의 미국 동맹국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깊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동 지역에 방문했을 때도 요르단을 비롯해 카타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권 국가들이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에서도 좌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아랍권에서) 미국에 대한 분노가 늘어난 데 대해 미국 관료들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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