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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도 공약이다” 민심의 이 한마디에 … 기금본부 전북으로 갔다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37] 대통령 약속의 무게

때와 장소는 2013년 6월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지금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으로 맹활약 중인 김춘진 당시 국회의원(전북 부안·고창)이 대정부질문 단에 서서 정홍원 국무총리를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속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김춘진 =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 (박근혜) 대통령께서 공약한 사항인데 안 챙기십니까?

-총리 = 공약까지는 아니고 이것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춘진 = 선거 때 공약 하신 것 모르십니까?

-총리 =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김춘진 = 전북 전역에 플래카드 걸려있는 것 보고 못 받았습니까?

-총리 = 그게 전북도민들의 염원이라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전북 혁신도시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연합뉴스TV

-김춘진 = 그러면 그거 허위사실이었습니까? 선거법 위반입니다.

-총리 = 아니, 그게 선거법하고는…. 선거법을 논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춘진 =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총리 = 그 당시 후보 입장에서는 ‘전북 이전을 적극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가 갖고 있는 자료에는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김춘진 의원이 집요하게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과 관련한 플래카드 공약론을 주장하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정홍원 총리는 어떤 식으로든 ‘공약’이 아니라고 우회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정홍원 총리가 답변에서 “그 당시 후보 입장에서 ‘전북 이전을 적극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하자 전북 정치권은 “발빼기 수순 아니냐”며 강력 반발하는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사실 18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2012년 10월 28일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금본부 전북 이전 공약을 발표하는 등 선수를 쳤다. 기금본부를 간절히 희망하는 지역 민심을 갈파한 당시 문 후보의 결단과 전북 정치권의 설득이 대형 공약 발표로 이어진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에 대정부 질문하는 김춘진 전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그게 무슨 소리이냐?”며 전북 이전에 극히 부정적이었다. 전북 민심의 절규는 갈수록 커졌고, 같은 해 11월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구두로 약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18대 대선이 코앞으로 임박했던 12월 11일 ‘새누리당 공약발표’에는 기금본부 전북 이전이 빠져 있었다.

'플래카드 노(No) 공약' 발언에 민심 폭발

자연히 전북 민심이 다시 들끓었고, 다음날인 12월 12일 박근혜 후보는 한국지역언론인클럽 소속 8개 지역언론사 공동인터뷰를 통해 “기금본부 전북 이전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며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있어 전북 이전을 적극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문을 열어놓았다.

정홍원 총리가 김춘진 의원과의 국회 답변과정에서 밝힌 “적극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가 갖고 있는 자료에는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되어 있다”고 말한 근거가 이것이었다.

18대 대선 직전에 새누리당은 '기금운용본부를 전북이 이전하겠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전주시내 등 곳곳에 걸었고, 며칠 후인 2012년 12월 19일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선에서 51.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승리해 청와대로 들어가게 된다.

해가 바뀌며 한동안 '플래카드 공약'은 망각의 바다를 건넌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이 2013년 3월부터 '기금본부 전북 이전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고, 급기야 김춘진 국회의원이 6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부의지를 밝히라고 밀어붙이게 된 것이다.

정홍원 총리는 이날 끝까지 "공약까지는 아니다"고 말했고, 다음날인 6월13일에는 아예 "플래카드는 공약이 아니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플래카드 노(No) 공약' 발언이 민심 폭발의 도화선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전북 정치권은 "국민이 약속으로 받아들였다면 그것이 바로 공약"이라며 "전북 곳곳에 '기금본부 전북 이전'이란 현수막을 걸어놓고 공약을 부정하는 것은 도민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에서는 당시 새누리당이 걸었던 '기금본부 전북 이전' 플래카드 사진을 찾으려 혈안이었고, 몇 장의 사진을 발견하자 "옳지, 바로 이것이야"라고 무릎을 탁 쳤다는 후문이다.

증거를 찾은 이후 민주당의 약속 이행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를 통해 기금본부 전북 이전을 확정 발표하게 된다. 물론 그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플래카드가 왜 공약이 아니냐는 전북지역 내 민심이 흉흉하게 변하자 종전까지 찬반양론이 격화했던 기금본부 전북 이전은 더 이상 정치의 문제도, 경제의 영역도 아닌 ‘대통령 약속’의 문제로 비화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플래카드도 공약이다"에 힘을 실어주며 '대통령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 SOC 예산 삭감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지역민들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월에 전북을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양경숙 의원실

윤 대통령은 새만금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고 "새만금을 중심으로 전북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만금 삭감 모피아(MOFIA)의 전횡

대통령의 강한 톤에도 기재부는 새만금 SOC 예산을 각 부처에서 올린 것에서 5000억원 이상 삭감하는 등 무려 78%를 난도질해 국회로 넘겼다. 대통령의 의중과 기재부의 삭감이 전혀 다르다며 모피아(MOFIA)의 전횡이 아니냐는 지역 내 반발이 거세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지난 10월 24일 전북도청 4층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의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께서 '새만금 개발은 속도다'라고 말씀하셨음에도 각 부처에서 요구한 새만금 관련 예산이 마지막 기재부 심의단계에서 사상 유례없이 대폭 삭감되었다"며 "500만 도민과 출향인들의 우려가 크고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만금사업은 1989년 11월 노태우 정부에서 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 34년 동안 전북도민을 ‘희망고문’으로 괴롭혀왔다. 8번의 대통령이 바뀌는 동안 사업은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마땅히 갖춰야 할 SOC는 계속 후순위로 뒤처지고 있다.

낙후지역 공약부터 우선 챙겨야

단군 이래 대역사(大役事)인 국책사업이 수십년 동안 토지조성조차 되지 않은 사례는 새만금이 유일무이해서 대통령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전북 '제3의 금융중심지 조성'도 대통령의 약속이 있지만 흔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작년 2월 12일 대선후보로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주를 서울에 이은 제2의 금융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전북 공약의 두번째에 배차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에는 전북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역민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전북 금융중심지 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소외감과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양경숙 의원은 "​전북을 서울, 부산에 이은 '제3의 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180만 전북도민과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비수도권의 염원을 반영한 첫 걸음"이라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새만금에 국내 첫 하이퍼튜브 시험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예비타당성 검토에 걸려 좌초 위기를 맞자 잼버리 파행의 후속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1조1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국내 첫 하이퍼튜브 시험장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전북 7대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

윤 대통령이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였음에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지 못해 원점으로 회귀할 상황에 처하자 전북도가 재도전을 선언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실시한 '2024년 정부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국회에 계류 중인 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법 등 민생경제법안에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낙후지역의 현안에 대해서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약속이 실현되어 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부터 적극 챙기고 최우선 배려해야 할 것"이라며 "후발지역 대선공약의 우선적 이행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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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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