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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22년, 매력·감동 상실한 강원랜드…혁신 없으면 내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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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좌충우돌’ 22년, 매력·감동 상실한 강원랜드…혁신 없으면 내일이 없다

‘사면초가’ 빠진 강원랜드→비정상화의 정상화가 대안

강원랜드 카지노가 지난 28일로 개장 22주년을 맞았다.

▲개장 22년을 맞은 지난 28일 오전 10시 카지노 입장이 시작되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임시설 때문에 ARS추천 순서에 따라 고객들은 보통 1시간 가량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 ⓒ프레시안

2000년 10월 28일 스몰 사이즈로 개장한 강원랜드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사행산업이라는 핸디캡에 도박중독 문제까지 겹치며 규제 강화와 ‘독점 부메랑’은 서비스 저하로 이어지고 고객 불만 고조에 외부의 도전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재앙 수준의 ‘코로나 팬데믹’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강원랜드는 ‘고난의 행군’을 거쳤지만 폭락한 주가가 증명하듯 시장은 강원랜드를 외면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 캄보디아 카지노는 물론 일본과 태국 복합카지노 개장을 앞두고 강원랜드에 ‘몰락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게임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혁신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강원랜드에 실망한VIP와 우수고객들은 온라인과 사설카지노 및 원정도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처럼 최악의 위기를 맞아 프레시안은 2회에 걸쳐 강원랜드의 얼룩진 과거와 암울한 현재를 진단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1. 짜증과 불편, 시행착오 22년…낙하산 인사·규제 강화·서비스 퇴보→총체적 난국

‘강원랜드는 딜러만 있으면 팡팡 돌아간다’

카지노 업계에서 40년 가까이 근무했던 한 인사는 강원랜드를 이렇게 혹평한다.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모습. 고객에 비해 게임시설이 부족한 강원랜드는 게임환경 개선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다. ⓒ프레시안

정치권에서 낙하산을 타고 온 역대 사장들은 사상 최대 경영치적 부각에 바빴다.

이른바 ‘채용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모 사장은 2011년 7월 취임했다가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2014년 2월 퇴임했는데도 2013년 매출은 1조 2836억 원을 기록했다.

이어 국회의원출신 함승희 사장은 2014년 1조 4923억 원, 2015년 1조 6310억 원, 2016년 1조 6946억 원이라는 사상 최고 매출을 올렸다.

역대 사장들은 대부분 전문성과 거리가 멀고 카지노의 ‘카’자도 모르지만 독점기업 탓에 고객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매출과 경영성과는 사상 최고 보도자료로 자랑했다.

강원랜드 역대 사장 가운데 설립취지를 가볍게 여기고 정치적인 야심을 품고 온 낙하산들이 회사 이미지 훼손과 강원랜드 가치 추락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 첫 위기는 일파만파 소용돌이를 일으킨 ‘채용비리’. 채용비리 사태로 강원랜드와 지역사회에 씻을 수 없는 수모와 불명예는 물론 ‘채용한파’까지 덮치게 만들었다.

채용비리 사태 이후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계기가 되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출신 채용축소와 강원관광대학교 학생들의 취업난으로 폐교가 앞당겨지고 있다.

아울러 채용비리 사태로 감사원 제2사무총장 출신이 후임사장으로 왔으나 지역사회와 불통논란으로 상가마다 ‘문태곤 출입금지’ 홍역파문에 경영성과도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 번째 위기는 휴장과 부분영업 등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친 뒤 우수 고객들의 ‘탈 강원랜드화’는 규제강화와 서비스 질 추락이 만든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다.

두 사건 모두 사전 예고도 없이 찾아왔으나 채용비리는 강원랜드의 이미지를 급전직하 시켰고 코로나 팬데믹은 우수고객들을 온라인과 사설카지노 등 불법 도박으로 내모는 직격탄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사상 첫 카지노 휴장을 실시한 2020년 2월 23일 강원랜드. ⓒ프레시안

고객 L씨는 “코로나 팬데믹기간 강원랜드의 휴장과 부분개장으로 상당수는 접근성이 좋고 고객편의적인 온라인 도박에 발길을 돌렸다”며 “강원랜드는 더 이상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호 지역살리기공추위원장은 “코로나 기간에 속칭 앵벌이 여럿이 온라인 도박 브로커로 나선 뒤 거액을 챙길 정도로 강원랜드 주변까지 온라인 불법도박이 성업 중”이라며 “온라인도박은 다단계 판매방식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강원랜드 등 오프라인 게임이 위축되자 온라인 불법도박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호기를 만들었다”며 “온라인도박은 접근성과 베팅조건, 환급성 등에서 강원랜드는 상대가 안 될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 앤데믹 이후 강원랜드의 실적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최근 강원랜드 주가는 1만 4000원대를 맴돌 정도로 바닥을 헤맨다.

박종철 강원랜드 소액주주협의회장은 “정부는 현재의 사이즈로 강원랜드를 계속 끌어갈 생각으로 보여진다”며 “희망이 없는 공기업이 강원랜드”라고 전했다.

최장수 강원랜드 사외이사를 지낸 박종철 회장은 부적절한 경영을 했다며 강원랜드 사장을 고발하고 청와대와 산업부를 찾아가 문제점을 지적할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그는 “주변에 강원랜드 주가는 성장성이 전혀 없으니 팔아 치우라고 권유한다”며 “골치 아픈 사행산업이라는 점에 설립취지를 망각하는 (관료들의)무관심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강원랜드에 고객 서비스가 실종되고 ‘고객은 왕이 아니라 봉’이 될 정도로 매력을 상실했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고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세계 최악의 난장판 카지노로 지적하는 강원랜드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RS 추첨방식 입장제도 ▲하루 20시간 게임시간 규제 ▲베팅 한도(5~30만원) ▲출입일수 제한(월 15일, 분기 45일 미만) ▲음주단속 ▲테이블 휴대전화 사용금지 ▲게임좌석 휴식시간 제한 등이다.

▲지난 28일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입장을 앞둔 한 여성고객이 입장권과 신분증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프레시안

이 때문에 강원랜드 고객들은 매일처럼 ARS 신청을 시작으로 입장전쟁, 자리 쟁탈전, 딜러와 보안 눈치보기 등이 공공연한 일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원랜드 20년 좌충우돌 경험담과 에피소드를 출간한 이겨울씨는 “카지노를 합법화했으면 레저오락장으로 즐기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도박장으로 전락한 느낌”이라며 “일부 딜러는 친절하지만 상당수 딜러는 사무적으로 고객을 대하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지노 개장 22년을 맞으면서 서비스와 게임환경 등 고객들이 느끼는 시스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이런 시스템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계속 오게 될 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강원랜드 고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BK 카페’(강원랜드 이기는 방법) 고객들은 강원랜드의 열악한 게임환경과 서비스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카페 운영자 A씨는 “테이블에서 하루 저녁 100~200만 원을 베팅해도 콤프 적립이 적어 사북식당에서 밥 한 끼 사먹을 수도 없는 수준”이라며 “한 번 떠나간 고객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원랜드는 모르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이 차고 넘치니 고객을 우습게 볼 정도로 서비스마인드가 한심하다”며 “고객을 기다리는 외국 카지노와 달리 강원랜드는 좌석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덧붙였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역설적으로 고객서비스가 실종되었다는 지적이다.

20년 넘게 강원랜드를 출입했다는 P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왔지만 (카지노)입장순간부터 짜증과 불편이 시작된다”며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베팅을 즐기는 시스템이 전혀 갖추지 못한 황당한 카지노”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고객 이탈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열악한 게임환경은 정부의 과잉규제 탓이라는 것이 고객들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마카오 베네시안 카지노 모습. 동남아 카지노는 24시간 고객들이 편안하게 게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프레시안

우선 2007년 설립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연 매출 한도를 규정하는 ‘매출총량제’가 합법을 옥죄고 불법도박은 팽창시키는 ‘악마’같은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속칭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전국이 들끓자 정부가 불법도박을 막겠다며 급조해 만든 기구가 사감위라서 직원들의 전문성도 없어 합법만 규제하고 불법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은 “사감위가 발족되기 전인 2006년 불법도박 매출은 10조 원 미만에 불과했는데 2023년 현재 불법 규모가 300조 원 수준”이라며 “불법도박 팽창의 일동공신인 사감위를 폐지해야할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도박 근절에 나서고 있는 ‘도박없는학교’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경찰청과 언론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불법계좌 차단 등 온라인도박 근절에 혁혁한 업적을 보이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는 게임테이블 200대와 슬롯머신, 비디오게임 1360대를 갖추고 있으나 게임테이블은 120~130대 수준만 운영하면서 가뜩이나 열악한 게임환경이 더욱 나빠졌다.

특히 강원랜드는 최소한 1800~2000명의 딜러가 필요하지만 출산과 휴직, 퇴직 등을 제외하면 간부를 포함해도 전체 딜러는 1500명 수준에 불과하다.

정원충원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장형 공기업’인 탓에 카지노 영업장 확장과 게임테이블 및 슬롯머신 증설 등 고객들이 줄기차게 원하는 게임환경 개선도 정부승인이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기원 한국게이밍관광전문인협회 고문은 “문체부 카지노 부서 직원들은 업무를 이해할 시간이 되면 다른 곳으로 떠난다”며 “관광산업의 핵심인 카지노산업을 지도 감독하는 기관의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체부 직원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등의 복합카지노리조트 현장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카지노산업을 제대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카지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지노 매출총량제와 영업시간 및 영업장 제한 등은 강원랜드의 가장 큰 리스크”라며 “22년 경륜을 쌓은 강원랜드에 온라인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제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홀덤 포커’는 세계적으로 ‘두뇌스포츠’로 수십년전부터 인정받고 오는 2028년 미국 LA올림픽 시범종목 채택이 유력하지만 강원랜드는 홀덤포커 테이블이 고작 3대에 불과하다.

▲필리핀 마날라의 한 카지노 테이블에서 딜러가 칩스를 점검하고 있다. 동남아 모든 카지노는 강원랜드와 다르게 고객들이 편안하고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프레시안

세계 포커챔피언을 27차례 차지한 캐빈 송은 “국내 포커 인구가 최소 500만 수준인데 강원랜드 홀덤포커 테이블 운영은 답답한 수준”이라며 “강원랜드는 포커 테이블을 최소 20대 이상 운영해야 하는데 시대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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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봉

강원취재본부 홍춘봉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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