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복귀 후 '가결파 징계 없음'을 선언하며 당내 통합을 천명했음에도 당내 잡음은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친명(親이재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징계 보류'로 해석하며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압박을 가하자,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에게 말이 아닌 실천을 요구하며 가결파 색출을 요구한 친명계 의원들, 배타적 지지 행태를 보이는 강성 지지층에 대한 징계를 역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26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강성 지지층의 과격 행동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여기에 대해서는 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제지도 안 하고 그냥 놔두냐, 말로만 '왈가왈부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굉장히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고 고사(枯死) 작전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고사 작전'이란 표현은 친명계·주류가 이른바 '가결파'에 대해 징계를 당장 추진하지 않는 대신, 나중에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반대파를 말려 죽이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이중 플레이'라는 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지 않나. 한 번도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선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징계 논쟁이 끝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아니 (친명계 반대 주장이) 곧장 나오지 않나. 정청래, 서은숙 이런 분들"이라면서도, "언제라도 (징계 논의를) 꺼내가지고 '당원들이 계속 요구하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럴 수도 있는 갓"이라고 의심어린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뭘 잘못했는가"라며 "소위 '5적'(가결파로 지목된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내 민주주의 회복, 이걸 위해서 계속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의 향후 과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팬덤정치, 팬덤정당, 이로 인한 당내 민주주의 약화, 사당화 심화, 이런 것들을 빨리 깨야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말에 그친다면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그 하나의 실천으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자유투표에 의해 양심에 따라 투표한 가결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는 식의 발언 역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해당행위임이 명확하다"며 가결파 징계를 요구한 일부 친명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그는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과 관련해 "당론으로 정해지지 않았으니 가결표도 부결표도 해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가결 투표에 따른 징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나아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의 대선(당시 후보)공약이었다"며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1호 안건으로 제안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이 달려있긴 했지만 민주당 의총에서 결의한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대표의 부결 호소도 적절치 않았지만 백번 양보해 생각해 보면 본인의 다급함과 단식적 상황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며 "그러나 부결을 선동하는 행위는 엄연히 '사실상의 당론'을 어긴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론을 어긴 것은 해당행위이며, 해당행위를 하도록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인태 "이재명, 가결파에 큰 절이라도 해야"
민주당 원로 인사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비명계를 지원사격했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말로만 '우리 작은 차이를 극복하자'고 해서 되겠느냐"며 "이재명 대표가 저런 짓거리(강성 지지층의 과격 행위)를 못 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이어 "(이 대표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돼 가지고 나올 때 상당히 좀 겸연쩍어 하는 얼굴이었지 않나. 그냥 속된 말로 쪽팔렸다. 스타일 다 구겼다"며 "내가 왜 그때 부결 호소를 한 것에 대해서 해명을 하든지 사과를 하든지, 국민 신뢰를 좀 회복하려고 그러면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나마 가결시킨 동지들 때문에 기각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거 아니냐"며 "그때 부결됐다? 그렇게 됐을 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심지어 졌을지도 모른다. 아주 박빙으로 가든가"라고 했다. 유 전 총장은 "이게 가결이 돼서 기각까지 온 것인데, 그러면 그 공은 누가 세웠냐"라며 "누군지는 모르지만 가결파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 대표는 진짜 그들에게 큰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가결파를 향해 '외상값'을 언급한 데 대해선 "그런 모자란 애들 말 들었으면 당이 어떻게 됐겠냐"고 특유의 독설을 퍼부은 그는 "그때 그 말(이 대표의 부결 호소 입장문)을 듣고 부결이 됐다고 생각해 보라. 총선을 어떻게 치르고 이 대표가 더 이상 어떻게 당을 이 정기국회 끝나면 어떻게 더 끌고 가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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