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5일 만의 당무 복귀 첫 일성으로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른바 체포동의안 가결파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삶이 절박하다. 그런 문제로 우리 역량 소진하고 시간을 보낼 만큼 현실이 녹록지 않다"며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 폭압으로 인해서 대한민국 시스템이 붕괴되고 과거로 퇴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번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히 꾸짖는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총선 승리를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가결파를 끌어안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이러한 뜻을 지도부에 사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강경파 최고위원들이 반대하자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받아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 최고위원이 전했다.
이 대표는 대내적으로는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민생 경제를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국정 기조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지난 8월 말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요구한 '내각 총사퇴'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을 넘어서 대한민국 정치권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 삶을 지키고 개선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여당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으로 인해서 국민의 삶이, 이 나라 경제가, 이 나라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그로 인해서 인플레, 고유가가 심화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삶, 민생이 더욱 더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국가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계속 말씀드렸던 것처럼 국정 기조를 전면 쇄신해야 한다.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되어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로만의 반성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에게 정부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는 핵심적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알앤디(R&D) 예산 대폭 삭감 같은, 전 세계가 비웃을 행동을 해선 안 된다. 정부 역할을 다시 제고하기를 바란다"며 "이번에 제출된 정부 예산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여야 간 협의와 토론을 거쳐서 경제 살리고 민생을 살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삶, 생존 자체 위협을 느끼는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예산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에 한 가지 칭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부가 최근에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선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 가지 좀 지적하고 싶은 건 정부 발표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확충하겠다는 얘기가 지금 없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필수 공공 의료 확충에 적극 나서겠다"며 "국민 뜻에 부합하고 필요한 일들을 해내는 첫 사례로, 여야가 힘을 합쳐서 처음으로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첫 사례로 공공 의료 확충, 필수 의료 확대,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나서주시기를 기대한다"며 협치를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다만 전날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민생 협치 회담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한 듯 주변인의 부축이나 지팡이 없이 최고위원회 회의가 열린 당 대표실에 걸어 들어갔다. 이 대표는 자신을 마중 나온 당직자들에게 웃으며 "고생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회의 분위기도 시종 화기애애했다. 이 대표는 병원 입원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새롭게 취임한 홍익표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이 대표 모시고 처음으로 하는 최고위 회의"라며 "건강하신 모습으로 되돌아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가 '가결파 징계 없음'을 선언함에 따라, 그간 여러 공식석상에서 징계를 주장해왔던 정청래·박찬대·서은숙 최고위원 등은 이날 회의에서 징계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징계 대상으로 거론된 비명(非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가결파 징계를 주장해온 일부 최고위원들에 대해 "이(징계) 이슈를 이렇게 계속 손바닥을 뒤집듯이 호떡 뒤집듯이 왔다갔다 계속 이어왔다. 자기 장사한 것"이라며 "아니, 도대체 뭐가 해당(害黨)행위에 해당되길래 이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끌고 왔느냐. 개인적으로 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회담 제안에 민주 "대통령 포함 3자회동하자" 역제안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메시지 중 '내각 총사퇴' 언급과 관련해 "전면적으로 국정을 쇄신하는 그런 각오로 민생을 챙기라는 강조의 의미"라며 실제 총사퇴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의 회담 제안에 대해선 "민생이 굉장히 어렵고 그동안에 정부 여당의 야당 무시가 굉장히 심했던 상황, 정치 실종된 상황, 복원돼야 하는 상황이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는 게 민주당 기본 입장"이라며 "경기 회복과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 여·야·정(대통령-여·야 대표) 3자회동을 제안한다"고 역제안을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아울러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 말라'고 한 것과 별도로 가결파 징계 청원에 대한 답변은 실무적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당헌·당규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실무적인 차원에서 답변해야 한다"며 "그건 실무적인 차원에서 검토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가결파 5인(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에 대한 징계 청원은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당헌·당규상 지도부가 필히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날 이 대표의 발언과 별개로 실무적 차원에서 답변이 있을 것이란 취지의 이야기다. 다만 이미 이 대표가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한 이상 실무적 차원에서 답변이 나온다 하더라도 '통합'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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