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로 양측 사망자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가 아닌 서안지구(웨스트뱅크)의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공습해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2일(이하 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제닌의 알안사르 모스크를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이슬라믹지하드(PIJ) 등 소속인 테러리스트 제거'가 이번 작전의 목적이며 해당 모스크는 "테러리스트들의 지휘센터이자 실행 기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스크를 목표로 한 공습은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범(氾)이슬람 세계 전체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번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측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가자가 아닌 서안에서만 최소 83명의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일 서안지구 툴카름의 난민 캠프에도 공습을 가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습은 가자지구 지상전 개시가 시간문제로 다가오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민간인 보호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이뤄졌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날까지 계속 이어졌으며, 21일 오전 기준 사망자가 4385명, 부상자가 1만3561명 발생했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통화에서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 과정에서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다만 미 국방부는 같은날 중동에 사드와 패트리어트 등 미사일 전력을 추가 배치하는 등 사실상 반(反)이스라엘 세력을 겨냥한 군사 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 명의로 발표된 21일자 펜타곤 성명은 미국이 "현지 미군 보호 강화를 위해 사드 포대와 패트리어트 대대들을 배치"하고 "아이젠하워 항모타격단을 미 중부사령부(중동관할) 예하로 재배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이 조치가 "이란과, 중동에서 이란을 대리하는 세력에 의한 최근의 긴장고조(escalations)"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혀 이란과 헤즈볼라를 겨냥한 것임을 공개 선언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레바논 무장정파로,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개입할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우리는 이미 전투의 중심에 있다"며 "적 이스라엘을 약화하고 그들에게 우리가 준비돼 있음을 알리려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미 <AP> 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지역에서도 지난 7일 이후 헤즈볼라 측 사망자 19명, 이스라엘군 부상자 3명이 발생하는 등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미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 정부에 '헤즈볼라와의 확전은 피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1일에도 두 차례 교전을 이어가는 등 미국의 '조언'은 별 효과가 없는 모양새다.
이스라엘은 또 22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공항에 대해서도 폭격을 가했다고 <AFP>가 시리아 관영매체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시리아 측은 해당 공항들의 운영이 중단됐으며 특히 다마스쿠스에서는 민간인 사망자가 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은 헤즈볼라와 마찬가지로 시아파 분파로 역내 대표적 친(親)이란 세력이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은 이번 사태에 대한 이란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스라엘이 남부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강행하고, 북부에서는 레바논·시리아 접경지역에서 2개의 전선이 열리는 등 이번 사태가 신(新) 중동전쟁으로 번질 위험성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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