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8000억 규모의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과 13조 규모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닮은 꼴이 많으면서도 서로 다른 큰 차이를 보인다.
두 사업은 예산 규모 면에서는 아예 비교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두 사업은 모두 대통령공약사업이면서 국책사업이고 양 지역의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추진됐다는 점이 닮은 꼴이다.
특히 세계적 규모의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규모 공항건설이 추진됐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가덕도는 부산엑스포, 새만금국제공항은 새만금 잼버리
가덕도신공항은 2030 부산엑스포대회를, 새만금국제공항은 이제는 '실패한 대회'라는 오명을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2023 새만금잼버리 대회를 앞두고 시작됐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지난 2019년 1월 “50년 만에 하늘 길이 열려 전북이 항공오지 ‘낙후지역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게 됐다”는 환영 속에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에 포함됐다.
이에 앞서 2016년 5월 새만금국제공항은 국토부의 ’제5차 공항개발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됐다.
이후 전북도는 전세계 4만 여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하게 될 세계잼버리대회의 유치에 나서면서 공항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간다.
소위 잼버리대회 개최를 빌미로 공항건설을 촉구하려는 전략이었다.
대통령이 나선 부산엑스포 유치전, 도지사가 나선 새만금잼버리대회 유치전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해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의 풍부한 국제 행사 유치 경험을 부각시켰는데“한국은 이미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인정 박람회를 통해 충분한 경험을 축적했고 또한 1988년 하계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2018년 동계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를 치른 나라”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망신을 산 새만금잼버리대회 개최 두달 전 일이다.
전라북도 역시 새만금잼버리 대회 유치를 위해 당시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구촌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회원국들의 마음을 샀고 2017년 8월 대회유치에 성공했다.
전북도는 그 후 새만금국제공항이 국가예산 적기 확보와 함께 각종 행정 절차 이행기간을 단축해서 최소한 세계잼버리대회를 전후해 개항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공항 건설의 경우 통상적으로 예타 통과 이후 8~9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예타통과 시점인 2019년을 기준으로 4년 후인 2023년 8월에 열리게 되는 새만금잼버리대회 이전에 새만금국제공항 개항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이웃한 전남광주권과 충청권의 강한 견제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새만금국제공항이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앞두고 추진된 점과 이웃한 자치단체들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았다는 점도 가덕도신공항과 매우 닮은 꼴이다.
닮은꼴 '환경 파괴'
그런가 하면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 놓고는 환경단체로부터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것도 매우 흡사하다.
지난 3월, 부산녹색연합 등 전국 74개 환경·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을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공항 건설은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가 뒤따른다”며 “생태파괴를 강행하는 것이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나서면서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을 제시한 부산시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토교통부와 부산시가 제시한 공법에 따르면 섬의 지반과 매립지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세계박람회 개최 전 개항 목표로 공사 기간 단축을 강행하고 있다”며 “10여 년의 공사 기간을 5년 안에 끝낸다는 것은 안전을 내팽개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전북지역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지난 8월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망한 잔치는 끝났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잼버리를 명분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2018년 송하진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시·군 단체장, 의회 등 지역 정치권은 새만금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제공항 건설이 꼭 필요하다며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후 문재인 정부가 새만금 신공항을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무리 빨라야 2028년에야 완공되는 공항을 두고 2023년 잼버리를 위해 예타를 면제해달라는 전북 정치권의 어처구니없는 우롱과 사기에 1조 원에 가까운 국가 예산이 낭비될 상황"이라며 "이미 전북에는 만성적자인 군산공항이 있는데도 미 공군 제2활주로 증설에 불과한 또 하나의 공항 건설계획으로 수라 갯벌이 매립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그동안 새만금국제공항 예정지인 새만금 수라갯벌 보존을 위해 공항건설 반대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가장 확연하게 다른 점은 새만금국제공항은 잼버리대회가 유치 확정된 이후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는 점이다.
새만금잼버리대회는 2017년 8월에 유치가 확정됐고 예타면제는 2년 후에 확정됐다.
가덕도신공항 예타면제는 2022년 4월이다. 총사업비가 13조7천억 원으로 역대 예타면제 대상 사업 가운데 최대규모의 사업이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은 경제성 검토에서 낙제점을 받아 폐기됐다가 되살아 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선거용 카드‘로 부활한 케이스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2017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추진에서 출발했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도 부산.경남지역 표를 의식해서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있다.
어지간한 국책사업들 모두 ’표밭’ 때문이라는 경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려 34년째 터덕이고 있기는 하지만 새만금사업을 비롯해 새만금국제공항 역시 역대 정권 때마다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공약사업 1호였다.
또 가덕도신공항은 새만금국제공항처럼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엑스포는 유치확정조차 되지 않고 오는 11월에서야 확정된다.
여기에서부터 가덕도신공항과 새만금국제공항은 다른 듯 닮은 꼴을 지니고 있다.
예타 면제와 함께 잘 나갈 듯하던 새만금국제공항은 당초 바램처럼 잼버리대회 이전에 완공되기는 커녕 된서리를 맞고 있다.
애당초 국제공항을 4년여 만에 완공하겠다는 꿈도 헛된 망상였지만 이제는 전북도가 잼버리를 핑계로 SOC사업을 끌어들였다는 식의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뭇매를 맞고 있다.
전북도가 잼버리를 성공적인 대회로 치루지 못했다는 질책과 함께 새만금사업 전체 내년 국가예산이 78%가 싹둑 잘려나갔는가 하면 새만금국제공항은 무려 89%나 줄어들었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예산으로 790억 원을 요구했으나 89%가 줄어든 겨우 66억 원만 반영됐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2035년 완공 목표로 지난해 4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난 3월 완공목표 시점을 2029년 12월 말까지 개항하겠다면서 5년이나 앞당겼다.
다른 꼴, 가덕도신공항 5364억 증, 새만금공항 724억 감
여기에 총 사업비가 8077억 원인 새만금국제공항은 내년 예산으로 790억 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고작 66억 원만 반영했다.
완공목표 년도가 5년이나 앞당겨진 가덕도신공항은 1647억 원을 요구했는데 무려 3.3배인 5364억 원이 증액됐다.
잼버리대회가 끝나고 벌어진 일이다.
상대적으로 바짝 쪼그라든 새만금국제공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덕도신공항에 요구액보다 세배가 많은 예산이 반영된 것을 두고는 또 내년 ‘총선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닮은꼴, 묻지마 선거용
이를 의식했는지 국토부는 지난달 20일에 열린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설명회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결과와 관계없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전인 2022년 4월 24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비용(C)대비 편익(B) 비율(B/C)이 0.41~0.58로 비용 대비 편익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할 때 2025년부터 착공이 가능하고, 공사기간도 9년 8개월 정도로 예상돼 2035년에야 개항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렇다면 1년 만에 확 바뀐 정부 기조는 무엇때문일까?
2030부산엑스포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 총회에서 결정된다.
아무리 부산엑스포와 가덕도신공항을 떼어 놓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 절대 공기 무시하는 공항건설
전라북도 역시 새만금국제공항을 불과 4년 만에 완공시키겠다고 욕심을 부렸었다. 절대 공기가 부족한데도 잼버리대회를 위해서는 공항이 꼭 필요하다면서 억지를 부렸다.
지금 전라북도가 새만금잼버리를 핑계로 11조 원의 새만금SOC 사업을 챙겼다는 오해를 받는 지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어떤가?
부산엑스포는 유치확정도 안됐는데 13조 이상의 예산을 들여 공항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덧붙여 완공시기를 5년이나 앞당겼다.
5년을 당겼어도 2030 부산엑스포때 세계 각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가덕도신공항을 이용하려면 불과 6년이라는 시간 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박지홍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지난 6월 "가덕도신공항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대통령 공약"이라며 "내년 초 공사를 발주하고 내년 말 착공해 2029년 말까지 개항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산 규모면에서 가덕도신공항의 10분의1도 안되는 총 사업비가 8000억 원 규모의 새만금국제공항도 공사기간이 8~9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새만금국제공항에 비해 예산규모가 10배 이상되는데다 육상과 해상에 건설될 예정인 가덕도신공항이 6년 만에 완공이 가능할까? 라는 우려가 당연히 제기되고 있다.
공항 부지면적이 가덕도신공항의 9분의 1인 울릉공항의 공사 기간도 5년으로 잡고 있어 2020년 11월에 시작돼 2025년 12월 완공목표다.
국토부는 보상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민간의 신기술.신공법을 적극 활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하겠다고 한다.
같은 대선공약사업이며 국책사업이고 지역개발을 위한 사업인데 한쪽은 보복성(?) 예산삭감으로 정상 추진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고 한쪽은 유치 확정도 안된 엑스포를 향해 예산횡재를 맞으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대형 국책사업 선정과정과 ‘엿장수 맘대로’ 식의 국가 예산 배정,
결과적으로 일이 잘못됐을 때 제기되는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새만금잼버리’를 ‘반면교사’한다면서 새만금을 닮아가는 사업들이 늘어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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