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지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면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두 개의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지지한다면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개의 국가 해법에 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이냐는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질문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두 개 국가해법을 지지한다"며 "모든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해법은 지난 1993년 9월 13일 중동평화협약안 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서로의 생존을 인정하고 이를 통해 각각의 독립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만든 선언이다.
미국 제재로 인해 한국의 우리은행과 IBK 기업은행 등 2곳에 묶여있던 약 6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원유 수출 대금이 지난 9월 19일 동결 해제되어 하마스에게 지원됐을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박진 장관은 "그렇지 않다. 동결됐던 자금은 대부분 카타르로 이동했고 이 금액은 의료 및 식료품 등 인도적 지원에 한정해서 운영되며 미 재무부가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현재 미국 정부가 과거 부시 정부 때와는 달리 두 개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이번 사태가 동시에 발생하게 되면서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중동에서 이번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안보 환경이 잘 유지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마스의 이번 공격 배경이 무엇이냐는 윤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그간 있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과 긴장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확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냐는 태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현재로서는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사태가) 장기화됐을 때는 상당한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개발 원조 사업을 중단할 계획이 있냐는 태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현재 우리는 (하마스가 아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하는 서안지구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무력 분쟁 현황과 양측 피해, 국제사회의 동향 등을 보고 종합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테러 단체냐는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가자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무장단체"라고 답했다. 이들을 테러 단체로 지정해야 하지 않냐는 하 의원에 지적에 대해 그는 "테러방지법에 의하면 유엔에서 지정된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게 되는데 하마스는 유엔에서 지정한 테러 단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약칭: 테러방지법) 제2조 제2호는 "'테러단체'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테러단체를 말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교민 및 체류민 안전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현재 이스라엘 지역의 여행객 안전에 문제가 없는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질문에 박 장관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 매주 월, 수, 금요일 대한항공의 직항노선이 있는데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 들어간 분이 360명, 다른 항공사를 통해 들어간 분이 120여 명"이라며 "한국 여행사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에는 570명 정도의 장기체류 국민들이 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체류 국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교민의 철수 문제에 대해 박 장관은 "가자지구에 일가족 5명 있는데 철수하겠다고 판단 내리셔서 현재 안전하게 철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외교부는 박 장관 주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상황 점검을 위한 본부-공관 합동 대책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머물고 있는 교민 및 체류민들에게 가능한 제3국 출국 및 신규 입국 자제를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대중음악, 게임 등 한국 문화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며 외교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한국 드라마의 경우 한한령 이후 방영이 되지 못하다가 2022년 들어와서 18편 정도 허가가 났는데 올해 2월 이후에는 아예 끊겼다. 그래서 한국 내 콘텐츠들이 중국 내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외교부 차원에서 이 문제 풀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어떤 복안이 있는지도 종합 국정감사 전에 보고하라"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한중 간) 외교장관 회담이나 경제공동위에서 영화나 드라마, 게임, 케이팝(K-Pop) 등 문화콘텐츠 관련 교류가 앞으로 다시 원활하게 활성화될 수 있도록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관계부처와도 긴밀히 협력해 가고 있다"며 "복원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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