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있음에도 국군포로를 포함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대책팀을 구성했지만,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과정인 남북 간 접촉 또는 대화를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통일부의 국군포로 업무 범위 및 내용'에 대한 답변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해 대북정책을 총괄‧조정하며 대북 협상대책 수립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통일부는 국군포로 문제와 관련 국방부와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방부는 국군포로 업무 관련 주관부처로서 관련 정책 수립‧시행 및 기록의 관리, 국군포로 및 가족의 생사확인‧상봉‧송환 추진 관련 업무, 귀환 국군포로 및 가족의 국내정착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고 "통일부는 대북협상에 관여하는 것이 (국방부와)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억류자 문제 등이 북한과 대화 및 협의 필요 없이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냐는 질문에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대화 재개 시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통일부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한 주관부처가 아님에도 납북자대책팀을 만들어 이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대북 협상 관여"를 언급했고, 이 문제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실제 계획에서 대화나 접촉에 대한 구체적 구상은 보이지 않았다.
일례로 통일부는 지난 8일 김정욱 선교사 억류 10년 계기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에 대한 접촉이나 대화 제의는 없이 "북한 당국의 불법적, 반인륜적 조치를 규탄하며 국제인권 규약 당사국이기도 한 북한이 하루 속히 북한 내 억류 국민들을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통일부는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한 통일부의 구체적인 방안 및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오랜 기간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남북대화가 단절된 상황 하에서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을 통해 동 문제 진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통일부는 23. 9. 8. 장관 직속으로 '남북자대책팀'을 신설하여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으로 대국민 공감대 확산, 정책 제안 및 의견 수렴 강화, 미국 등 유관국와의 공동협력 확대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현재 남북관계가 북한과 대화나 접촉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창궐 및 남한의 정권교체가 이어지면서 남북 간 직통 연락선은 작동을 멈췄고 양측은 언론 등 대외적 수단을 빌려 서로 입장을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납북자, 국군포로, 억류자 문제가 북한과 접촉 및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서도 증명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계획이나 구상, 그리고 실현하기 위한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통일부가 전 의원실에 제출한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 정부의 노력 및 성과, 과정에서의 통일부의 역할'이라는 자료를 보더라도 실제 남북 간 대화가 활발히 이뤄졌을 때 문제 해결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한 남북 간 접촉은 노태우 정부 때인 지난 1992년 9월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당시 동진호 선원 12명에 대한 송환 요구로 시작됐다. 이후 상대적으로 남북 간 긴장이 커졌던 김영삼 정부 때는 해당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다가 최초 남북정상회담을 이뤄냈던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8월 제2차 이산가족 상봉 당시 전후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생사확인 및 상봉이 이뤄졌다. 이어 2001년 2월 3차, 2002년 4월 4차, 2002년 9월 5차, 2003년 2월 6차, 2003년 6월 7차, 2003년 9월 8차 이산가족 상봉 때도 동일한 방식의 상봉이 진행됐다.
노무현 정부의 경우 이산가족 상봉 계기 만남을 가졌을뿐만 아니라 2006년 3월 '국군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제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또 그해 4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는 "(남북은)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후 정부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시 생사확인 및 상봉을 진행했으며 관련 법령 신설 및 위원회 설립, 보고서와 백서 발간, 유엔 등 국제사회에 홍보 등을 실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유엔을 통한 분위기 환기 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접촉은 시도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감안해 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직접 접촉은 불가피하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14년 11월 8일 억류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매튜 토드 밀러 씨가 전격 석방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과 함께 미국 귀국길에 올랐다.
또 2018년 5월 9일에는 한국계 미국인인 김동철, 김상덕(토니 김), 김학송 씨 등 3명의 억류자가 석방됐는데, 이 때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으로 들어가 이들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왔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는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한국으로부터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북한과 접촉 및 대화를 해야 한다는 점은 거부할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부 차원에서 납치자 문제 해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본은 이를 감안해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27일 일본인 납북자 귀국을 촉구하는 국민 대집회에 참석해 조건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갖자며 이를 위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고 북한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9월 29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동남아 주요 도시에서 북한의 당 관계자들과 비공개 접촉을 실시했다고 보도했고, 일본 정부는 "사안의 성질상 확인할 수 없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전해철 의원은 "북한과의 대화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밝힌 통일부가 기본 현황 자료나 대화에 대한 의지도 없이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만을 강조하는 것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접촉 및 대화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 및 대화에 열린 입장이며, 이미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을 촉구한 바 있다"며 "남북 접촉‧대화가 재개되면 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 문제에 진전이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미국 등 유관국과 공동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문제 해결이 충분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통일부는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황 하에서 납북자 등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우호적 인식공동체(Epistemic Community)가 형성된다면, 북한이 문제 해결에 좀더 진지하게 나오게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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