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도사들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김건희? 청와대 무속인 점령반대!'라는 문구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인천 시내 곳곳에 내걸었던 50대 남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씨(남)와 B씨(여)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와 B씨는 해당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지난해 1월 28일 오후 9시 2분경부터 다음날 오전 5시 53분경까지 인천지역 교차로, 지하철역, 시장 등에 게시했다.
A씨와 B씨는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조항 90조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던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90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한 현수막 게시 행위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또 현수막 게시가 위법한 사실인지 몰랐으며, 해당 문구는 정당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위반한 죄로 기소된 것"이라며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정치적 표현을 장기간 포괄적으로 금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현수막 게시 행위는 선거를 불과 39~40일을 앞둔 시점으로 유력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배우자의 사진과 이름이 인쇄돼 있다. 이 때문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었다"라며 "선거운동 기간 전 야간에 현수막을 동시다발적으로 설치한 것은 선거관리를 어렵게 하고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행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벌금 150만원의 원심을 유지한 데 대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254조에 따르면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전시설물이나 각종 인쇄물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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