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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이름 지우는 日 자니즈…"성폭력 피해 배상 뒤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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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이름 지우는 日 자니즈…"성폭력 피해 배상 뒤 폐업"

지난 주말까지 478명 피해 상담·325명 배상 요구…조치에 의구심 여전

사망한 창업자의 연습생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일본 대형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이하 자니즈)가 회사 이름에서 창업자 이름을 떼고 피해자 배상 업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배상 업무 종료 뒤 폐업할 예정이다.

일본 <교도> 통신, NHK 방송 등을 보면 2일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자니즈 사장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명을 오는 17일부로 '스마일업(SMILE-UP)'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창업자인 자니 기타가와의 이름을 회사 이름에서 지우는 것이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회견에서 "자니즈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것이 사라질 것"이라며 자니즈 명칭이 붙은 소속 그룹이나 관련 회사 이름도 변경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자니즈는 지난달 초 창업자의 수십 년에 걸친 연습생 성폭력을 인정했지만 그의 이름을 딴 사명은 유지하기로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자니즈 소속 대표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소년대' 출신으로 지난달 자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사실을 회사가 공식 인정한 뒤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사장직을 맡게 됐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스마일업이 지난 2019년 사망한 창업자 자니 기타가와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배상 업무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 내 피해자 구제 위원회에 지난달 30일까지 성폭력 피해자 478명이 연락을 해 왔고 그 중 325명이 배상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 중 현재 또는 과거 자니즈 소속 기록이 확인된 인원은 150명 가량이다. 배상은 다음 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스마일업은 피해자 배상 업무를 마친 뒤 문을 닫을 계획이다. 자니 기타가와의 조카인 후지시마 전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독된 편지를 통해 "가해자 유족으로서 피해자에 어떻게 보상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자니 기타가와의 흔적을 세상에서 없애고자 한다"고 밝혔다.

후지시마 전 사장은 새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한 주주로 잔류하게 된다. 그는 잔류 이유를 "피해자에게 법에서 요구되는 것 이상의 구제"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자니즈의 핵심 사업인 연예 관련 업무는 한 달 안에 새로 설립될 다른 회사가 맡게 된다. 히가시야마 사장이 새 회사 대표를 맡을 예정이며 새 회사의 이름은 팬클럽 등에 공모할 계획이다. 히가시야마 사장은 자니즈 소속 기존 연예인들이 신설될 새 회사와 계약할 수 있으며 새 회사는 연예인들이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후지시마 전 사장은 새 회사에 출자하거나 이사직을 맡지 않을 예정이다.

자니즈는 기자회견에 앞서 뒤늦게 미성년자 보호를 보장하는 인권 정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교도>는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둔 국제 인권 비정부기구(NGO) 휴먼라이츠나우(HRN)의 부회장 이토 가즈코가 자니즈의 이번 조치가 "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회사 쪽이 인권 정책을 수립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 내용이 피해의 심각성에 상응하진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교도>는 팬들 사이에서 이번 조치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30년 간 자니즈 팬이었던 긴조 히로세는 통신에 "사명 변경은 단지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시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부 구조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자니즈를 설립한 자니 기타가와는 '아라시', '스마프' 등 수많은 남성 인기 아이돌 그룹을 배출한 일본 연예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2019년 사망 전까지 그의 연예인 지망생 성폭력 의혹이 여러 차례 불거졌지만 은폐됐고 지난 3월 영국 BBC 방송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뒤에야 일본 내부에서 본격적인 진상규명 요구가 일었다.

지난 4월엔 자니즈 연습생 출신 오카모토 가우안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니 기타가와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자니즈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창업자의 성폭력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난주 NHK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 노력이 충분히 이행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자니즈 소속 연예인 출연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일본 방송 및 기업 광고 등에서 자니즈 퇴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사장(오른쪽)이 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명을 '스마일업'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는 자니즈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집중하고 이 작업이 완료되면 폐업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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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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