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이 계속되면) 적화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를 느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본인의 쿠데타 옹호 발언,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극언 등으로 빚어진 극우논란과 관련해 '근본적인 생각엔 변함이 없으나, 진의는 그게 아니다'라는 취지로 일관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특히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문제",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붕짜짜 붕짜" 등 지난 2019년 태극기집회 당시 신 후보자의 발언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행해졌던 해당 발언들이 정치적 극언에 해당한다며 사과 및 사퇴 의사를 물었다.
이에 대해 신 후보자는 "장외투쟁 과정에서 오직 안보만을 생각하던 상황에 과격한 표현이 나왔다", "일부 과격한 표현엔 사과드린다"라면서도 "안보와 관련한 생각 자체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확언했다. "당시 정부의 잘못된 국방정책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일부 과격한 표현이 동반됐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윤 의원이 "국방정책은 정책으로 비판하거나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신 후보자는 "표현이 과했다는 점은 지금 거듭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라면서도 "그때는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고 많은 사람이 응집한 야외 집회에서 한 연설"이라고 강조했다.
신 후보자는 문제가 된 문 정부 당시 국방정책에 대해서는 "2018년 당시 (정부가)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라고 이렇게 전제를 두고 판문점 회담, 9.19 선언 등을 진행했다"라며 "안보만을 생각하는 예비역 장성으로서 굉장히 큰 위기와 문 정부에 대한 분노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이렇게 하다가 잘못되면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갈 수 있다)", "이대로 잘못하면 (한국이) 적화될 수 있겠다 하고 정말 위기를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안보정책이 '한반도 적화'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때문에 장외인사였던 본인은 국무위원으로서는 부적절한 극언을 펼치는 한이 있더라도 해당 정책을 비판해야 했다는 취지의 해명이다.
신 후보자는 이어 "(극단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표현이 담고 있는 내용 자체는 안보를 걱정하는 나의 신념이었다"라며 "국방부장관이 된다면 앞으로 격조 있는 표현으로 이 같은 소신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이 문제적인 사안으로 지적한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해서는 "(장관이 되면) 폐기까진 못시키더라도 효력정지는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9.19 군사합의는 우리 군사적 취약성을 확대하기 때문에 반드시 폐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신 후보자가 문제 발언을 남긴 2019년 태극기집회는 대표적인 '극우인사'로 꼽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다. 전 목사 등 집회 참여자들은 당시 현장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표현하거나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정치관을 표방했다.
신 후보자 또한 2019년 집회 참여 당시엔 우리는 태극기, 태극기가 헌법이고 정의"라며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을 파멸로 이끌었던 촛불은 거짓이다", "2016년 촛불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계속성을 파괴한 반역" 등의 발언을 하며 같은 정치적 관점을 공유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극단적 표현은 유감"이라면서도 당시 집회에 참여하고 극언을 쏟아낸 배경인 '정치적 관점'은 유지하겠다는 신 후보자의 이날 태도에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윤후덕 의원)라는 지적이 이는 이유다.
특히 당시 집회 참여자들은 군사독재 당시 정치적 반대파나 시민운동 세력들을 탄압하는 데 활용되어온 '레드콤플렉스'를 적극 활용해 여권으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바 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재임 당시 전 목사 예배 현장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 반대',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킨 끝에 5월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아 총선 길이 막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 당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난 4~5월 이른바 '전광훈 파문'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가리켜 "스스로 '이사야'라고 칭송한 욕설 극우목사나 끼고 돌면서",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 하시는게 어떤가"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신 후보자는 이 같이 극단적 정치관을 공유하는 집회현장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던 배경에 대해서는 "당시 (정부 정책에 문제를 느껴) 보수진영, 우파인사들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나왔다", "그때 상황에 저는 안보만을 생각하는 예비역 장성이었다"라고만 말했다.
신 후보는 앞서 '종북주사파와 협치는 못한다'라는 발언을 남긴 바 있어, 이날 야권 위원들 사이에선 이에 대해 "(태극기집회 등에서 보이는) 레드콤플렉스가 아니냐", "야당을 협치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공세가 펼쳐지기도 했다. 신 후보는 이에 대해서는 "지금 민주당하고 종북주사파는 관련이 없다고 제가 말씀을 드린다"라면서도 "종북주사파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남아서 실재하고 있다는 것은 저는 사실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신 후보자는 지난 2019년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V'에 출연해 전두환 씨를 "애국심 있게 한 사람"으로, 12.12 군사 쿠데타를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온 것"으로 표현한 일에 대해서는 "쿠데타가 절대 불가능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그것을 실감나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표현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제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5.16 군사 쿠데타에 "혁명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한 일과 관련해서도 "5.16의 시작이 쿠데타였고 불법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누누이 강조를 했다"라며 "(5.16은) 군사 쿠데타고 불법이지만, 그 뒤 현상은 이런 (산업 혁명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씀드리는 과정이었다"라고 이전의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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