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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싹한 이야기들을 들고 추석 고향으로, 여행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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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싹한 이야기들을 들고 추석 고향으로, 여행지로…

[프레시안 books] <엑소시스트> 외

인구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이다. 고향 가는 길, 여행 가는 길에 책 한 권을 끼고 간다면 이동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

긴 연휴에 아무래도 어려운 책보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한 장르 소설이 제격이다. 여전히 한여름처럼 더운 초가을에 오싹한 이야기가 머리를 식혀줄 것이다.

올해 나온 책 중 그간 <프레시안> 지면에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던 장르소설들을 정리했다.

<엑소시스트>(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문학동네)

모든 장르에는 마일스톤이 있다. 오컬트적 구마예식(엑소시즘)을 현대에 살린 윌리엄 피터 블래티의 기념비적인 작품 <엑소시스트>가 출간 40주년을 맞아 작가가 직접 수정한 2011년판 판본으로 국내에 정식 출간됐다.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 할리우드 영화배우 크리스 맥닐의 집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더 정확히는 열한살 딸 리건 주위에서 괴기한 현상이 이어진다. 현대 의학으로 이를 치료하지 못하자 구마사제 데이미언 캐러스와 메린이 나선다.

<엑소시스트>는 1973년 영화로 개봉해 세계를 홀렸다. 이 작품이 보인 귀신들린 아이의 설정은 이후 숱하게 오마주됐다. 당장 가까이는 국내에서 방영된 수작 드라마 <손 더 게스트> 등에서 엑소시즘이 여전히 중요한 오컬트 호러 소재로 활용됨을 알 수 있다.

작가는 40주년 기념판을 다듬으며 "첫 출간 당시 시간과 자금의 한계로 담지 못한 부분을 더했다"고 자평했다. 말하자면 이번에 출간된 소설 <엑소시스트>는 2000년 개봉한 영화 <엑소시스트-디렉터스 컷>의 소설 버전이라 칭할 만하다.

▲<엑소시스트>(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문학동네

<페어리 테일>1,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도무지 쉬질 않는 작가, 그 창작력에도 한계가 없는 대가 스티븐 킹이 이번에는 변격(變格) 동화로 돌아왔다.

유산으로 마법의 우물을 상속받은 주인공 찰리 리드는 반려견 레이더를 살리기 위해 동화 속 세계로 뛰어든다. 동화 세계의 인물들은 찰리를 '세계를 구할 예언의 왕자'로 받든다. 동화 모험이 시작된다.

이야기의 얼개에서 보듯 <페어리 테일>은 <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등 우리가 익히 아는 동화를 오마주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주인공이지만 이건 스티븐 킹의 동화다. 찰리의 모험은 서스펜스와 기막힌 반전을 거쳐가며 독자를 기존 작품들과 전혀 다른 세계로 끌고 들어간다.

<이상한 그림>(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북다)

데뷔 소설인 <이상한 집>으로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에 오른 우케쓰가 두 번째 소설 <이상한 그림>을 내놨다. 주택 평면도를 약간 비틀어 섬뜩한 공포감을 만들어냈던 작가가 이번에는 몇 편의 그림으로 새로운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었다.

전작을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한 미완의 작품으로 본 독자라면 소설가로서 진일보한 작가의 면목을 <이상한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스터리적 트릭이 적극 구사됐고, 각 이야기는 느슨하게 연결되며 새로운 결론으로 나아간다.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그만큼 더 흥미로운 얼개만이 남아 있다.

▲<이상한 그림>(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북다

<불귀도 살인사건>(전건우 지음, 북다)

장르소설에 관심이 큰 독자라면 최근 들어 한국의 장르문학도 제 궤도에 안착해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다작가가 전건우 작가다. 호러에서 출발해 이제는 미스터리,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지평을 넓혀가는 전건우 작가가 <불귀도 살인사건>에서는 외딴 섬을 대상으로 한국적 호러의 기운을 미스터리와 융합했다.

주인공 유선을 비롯한 여러 인물이 조선시대처럼 계급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는 외딴 섬 불귀도에 상륙한다. 각자의 목적을 숨긴 채 섬에 들어온 이들이 익사체를 한 구 찾아내면서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혹 범인은 귀신이 아닐까?

밀실 미스터리적 장치를 근대와 전근대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공포와 엮은 작가의 솜씨가 빛난다.

<고통에 관하여>(정보라 지음, 다산책방)

<저주토끼>로 지난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소설가가 4년 만에 신작 <고통에 관하여>로 찾아왔다.

고통을 없애준다는 진통제를 만드는 제약회사와 고통은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종교단체 간 갈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두 거대 집단의 갈등 아래에서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이야기에서 보듯 기존 호러와 환상의 세계에서 한 발 벗어나 작가는 SF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독자에게 선보인다.

책 제목 그대로 작가는 고통에 관한 사유를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로 사용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작가가 바라보는 고통과 공포가 가득한 한국 사회가 소설에 투영된다.

▲<고통에 관하여>(정보라 지음) ⓒ다산책방

<명탐정의 제물>(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내친구의서재)

제2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 지난해 일본 장르문학계의 첫 손에 꼽히는 작품으로 여겨진 작품이 <명탐정의 제물>이다. 엽기적인, 혹은 비상식적인 설정과 미스터리를 융합해 새로운 이야기의 무대를 만드는 게 장기인 젊은 작가 시라이 도모유키가 이번에는 사이비종교와 밀실 트릭을 엮었다.

이야기가 서서히 전개되는 앞부분도 흥미롭지만, 책 후반부에 이르면 그야말로 트릭 해설과 사건풀이가 압도적인 양으로 독자에게 흘러들어온다. 책의 앞부분부터 단 한 부분도 놓쳐서는 안 되는 힌트로 가득하지만, 장담하건대 독자는 이야기 곳곳에 흩뿌려진 힌트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한즈미디어)

근래 중화권 미스터리 소설은 가장 신선한 미스터리의 뉴웨이브다. 소개되는 쿤룬을 비롯해 미스터 펫, 리보칭, 찬호께이 등의 작가들이 일본 미스터리의 영향에서부터 이제 완연히 독립한, 독자적인 중화 미스터리 세계를 엮어내는 중이다.

<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은 쿤룬의 이른바 '쿤룬 삼부곡'의 마지막 편이다. 1편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 지침서>에 이어 살인마 스녠이 다시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작가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온갖 살인에 의한 피범벅의 수렁에 밀어넣는다. 여기에 만화적인 캐릭터 설정이 어울리며 이 책은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스릴러와 미스터리에 블랙코미디가 어우러진, 난잡하면서 눈 떼기 어려운 세계를 그려낸다. 웹소설 스타일의 이야기가 어느덧 장르문학계에서 신조류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업자에게 잊혀진 시체 보관 기록>(쿤룬 지음, 진실희 옮김) ⓒ한즈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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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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