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을 앞두고 들여논 상품들이 모두 잿더미가 돼 버렸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21일 광주 광산구 비아5일시장.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타는 냄새가 풍기면서 지나가는 손님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곳은 전날 일어난 화재로 점포 10곳이 불에 타면서 하루 아침에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청과물 점포 벽면에는 미쳐 사용하지 못한 소화기와 전압기 등이 모두 녹아 형체를 잃고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골목 지붕도 뜨거운 열기에 거미줄처럼 녹아내려 흉가를 방불케 했다.
청과물 점포 내부는 배, 사과, 토마토, 오이 등이 그을린 채로 나뒹굴고 한켠에는 불에 타 사용하지 못하게 된 냉장고가 우두커니 세워져 있었다.
불에 탄 점포 4칸 중 2칸에서는 80대 할아버지와 70대 할머니 노부부가 과일과 채소를 팔았다.
이번 불로 전체 점포 130곳 가운데 점포 4곳은 완전히 불에 탔고 나머지 6칸은 일부 소실되거나 그을렀다. 소방서 추산 196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연성 물질이 많은 시장 화재 특성상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다행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른 1칸에는 외국인 상인이 운영하는 식료품 판매점이 있었고, 나머지 1칸은 비어 있었다.
전날 불이 시작된 청과물 점포에서 일해온 노부부의 아들 A씨(46)는 인근 상인들에게 미안함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잔해들을 치우고 있었다.
A씨는 "불찰로 인해 인근 가게까지 피해를 입어 상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장날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해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불이 난 청과물 점포인근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오모씨(88·여)는 쌓아둔 물건들이 불에 타거나 그을려 추석 장사는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오모씨(88·여)는 "불이 났다는 소식에 황급히 자녀들과 불 진화작업에 들어가 큰 화는 면했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제대로 된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노란색 '접근금지' 띠가 둘러쌓인 화재 현장을 바라보는 인근 상인들과 손님들도 안타까운 듯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인근 곡물판매상인 이양순씨(67·여)는 "청과물 판매 주인분들이 평소에 베풀기 좋아하고 성격이 밝아 시장 내에서도 평이 좋았던 분들인데 이런 일을 당해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복구는 둘째치고 당장 다음주가 추석인데 장사는 어떻게 하실지 걱정된다. 해당 지자체 등에서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청과물가게 단골이었다는 김지수씨(43·여)도 "과일이나 야채를 사러 올 때마다 사장님이 저렴한 가격에 덤까지 챙겨주셔서 자주 찾아왔다"며 "오늘도 과일을 사러 방문했는데 화재로 없어져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비가 내려 후텁지근한 날씨에 과일과 채소가 시들지 않을까 걱정한 주인이 선풍기를 켜놓고 귀가한 뒤, 과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산구 관계자는 "현장감식이 끝난 후 상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복구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며 "피해보상 부분도 면밀히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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