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본인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에게 '부결시켜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병상에서 낸 상황과 관련,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생명을 건 야당 대표의 단식투쟁이 '방탄 단식'으로 비치게 됐다는 점에서 메시지가 부적절했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당이 "심리적 분당"을 맞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은 2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SNS에 올린 메시지가 역풍이 생각보다 상당한 걸로 보인다"며 "저거 나온 후에 심리적인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번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때 원고에도 없던 즉석 발언으로 '포기하겠다'고 했지 않느냐"며 "체포동의안이 오면 가결 호소 할 거라고 봤다. 그게 상식적 수순 아니냐"고 했다. 그는 "그런데 저렇게 나올 거라고, 부결 호소문을 낼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나"라며 "(다들) 깜짝 놀라는 분위기더라. '아이고, 더는 당 같이 못 하겠다' 이런 얘기들도 하더라"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유 전 의원은 나아가 "결국 이번에 (체포동의안) 부결이 된다 한들, 그것은 중요한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금 너무 내분에 휩싸이는 걸 걱정해서 조금 뒤로 미루자는 뜻이지 결국 정기국회 끝나면 12월에 가서 일전불사(를 하겠다), 이런 것 아닐까"라고 내다봤다.
유 전 의원은 "체포 동의안이 더 오든 안 오든, 총선을 앞두고 어떻게 할 거냐에서 아마 서로 타협을 해 보겠지만 타협이 안 되면 갈라지는 것도 불사할 것 같다"며 "국정감사, 예산 처리하고 나서 비대위가 됐든 총선 체제로 넘어가는 그때 가서 일전불사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날 이 대표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저는 입장을 안 내는 게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이었다"고 하기도 했다.
비명계에서는 더욱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 스스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원고에도 없는 내용으로, 국민의 대표 300명이 있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 앞에 생중계되는 그 자리에서 '정치 수사에 대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했는데 갑자기 부결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제1야당 대표가 아무 사전 절차나 사과도 없이 약속을 그렇게 뒤집어버리니 당에 대한 신뢰도 추락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제 개딸 등 강성 지지자 말고 이 대표의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방탄 단식이라고 하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어떤 미사여구를 쓴다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고 보인다"고 탄식하며 "여당만이 아니고 언론에서도, 심지어 진보 언론사라고 하는 <한겨레신문>도 '떳떳하게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는 라라고 하는 사설을 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런 얘기를 들을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이 대표가 그런 메시지를 낸 이유가 뭐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체포동의안 자체가 두려웠던 것 아니겠느냐"며 "오늘 표결에 대해 개딸 등 강성 팬덤들에 '가결 표결이 예상되는 의원들을 색출해서 겁박하라'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가결되면 분당'이라는 세평에 대해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훨씬 더 어려운 국면에서도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수습해 왔던 측면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출신들 정신차려야 된다. 당이 이토록 망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단 한 마디 하지 않고 이재명 체제와 공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후 예정된 체포동의안 표결과 관련, 유 전 의원은 "가결 가능성도 좀 있다고 본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의원은 "가결표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 하나는 소위 친명이라고 하는 친구들이, 원래 수도권 선거는 미리 지역 가서 밭 간다고 해서 별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1년 전쯤부터 가서 소위 비명 (의원) 지역에 현수막 걸고 사무실 얻어놓고 공공연히 자객 노릇 하겠다고 떠들지 않느냐"며 "지금 그런 걸 당하고 있는 의원들이 부결 표를 찍겠느냐"고 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결을 예상했다. 최 전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하고 총선을 치르게 생겼다. 검찰이 너무 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고 있다"며 "그래서 부결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헀다.
최 전 의원은 "당내에 검찰의 행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의 존재를 언급하며 "1차 체포동의안 때에 비해서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 최근 움직임에 대해 "의원들도 위기감이 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원욱 의원은 "확실한 판단은 못 하겠다"며 "까 봐야 안다"고 했다. 그는 "2월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18명은 가결표를 던지고 20여 명이 무효 또는 기권표를 던졌는데, 그때 가결표를 던진 18명 정도는 이번에도 가결표를 던지리라고 보이고 그 다음에 나머지 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이 지금 어떻게 지금 표심이 바뀔 것인지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특히나 어제 이 대표가 '부결해 달라'고 하면서 '이게 가결되면 당내 분열이 너무 심해지는 거 아니야?' 이런 걱정들도 있고, '부결되면 당이 완전히 방탄 정당 이미지로 고착되는 거 아니야?' 하는 이런 두 심정이, 저한테마저도 지금 교차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만나 "변한 건 없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얼른 기운을 차리셔야 된다. 이제 좀 (단식을) 중단하시라"며 "저희가 힘을 모아서 대처하고 싸워나가겠다. 대표님이 계셔야 힘이 된다"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최선을 다하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비공개 대화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강서구청장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인데 민주당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당이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