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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피하려 등급 하향까지 감수한 세종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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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피하려 등급 하향까지 감수한 세종호텔

[거인들의 발걸음] 또 한 번 간절함을 담아…세종호텔 오체투지 후기

'오체투지 행진 이번이 몇 번째이세요?'

하마터면 무례하게 들릴 수도, 상처를 후벼 팔 수도 있을 질문을 세종호텔 조합원에게 던질 뻔했다. 다행히 그 질문이 막 목구멍을 넘으려는 순간 다시 삼킬 수 있었다.

9월 19일부터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했다. 오체투지 행진은 21일까지 이어진다. 세종호텔 사측은 민주노조를 지속적으로 탄압하다가 지난 2021년 12월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 12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조합은 정상영업 제안을 전하기도 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추가로 신청하지도 않았다. 물론 사측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않아도,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아도 경영을 잘할 수 있을 만큼 자산이 충분했다.

2023년 9월 현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일상이 전처럼 회복됐고, 많은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서울을 찾고 있음에도 사측은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심지어 호텔 등급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식음료 사업을 축소하고 노동자들의 자리를 외주인력으로 채우고 있다. 4성급이었던 세종호텔은 2023년 8월 9일 3성급으로 하락했다. 호텔업 등급평가기준에 따르면, 식음료업장이 2개 이상 설치‧운영되어야 4성급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사측은 지난 4월 말부터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고 1층 식당 공간에 한해 식음료업장 1곳을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 맡겼다.

▲19일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한 조합원들. ⓒ김경미

19일, 오체투지 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부당한 정리해고를 사법부의 판결로나마 바로잡아지기를 바라며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131개 시민사회단체와 1012명의 시민들도 함께 참여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를 포함한 전문가들도 의견서를 함께 제출했다.

사실 세종호텔 조합원들이 오체투지 행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세종호텔 조합원들은 수년 동안 계속된 사측의 구조조정과 노조탄압에 맞서 이미 2012년 초부터 로비점거파업, 선전전, 집회 등을 펼치며 싸움을 이어왔다. 2015년에만 '쌍용차 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폐지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과 '정리해고‧비정규직 철폐 오체투지 행진'에 함께했다. 이후에도 다른 여러 사업장의 오체투지 행진을 같이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노동자들이 단식과 오체투지 행진은 진행하지 말았으면 한다. 누구는 무더운 여름날, 서늘하게 에어컨 밑에서 지내는데 우리는 쏟아지는 강하디강한 볕을 그대로 받으며 요구한다. 또 누구는 추운 겨울날 더위를 못 이겨 반팔 옷을 입을 만큼 따뜻하게 보내는데 우리는 칼 같은 바람을 그대로 받아내며 요구한다.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 때로는 법조차 인정하는 것들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그러느라 늘 몸과 마음에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데 몸을 더 상하게 하고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단식과 오체투지는 피했으면 한다. 물론 노동자들이 그 방법들을 택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고민, 여러 시도들이 이어졌음을 알지만 그렇더라도 단식과 오체투지는 피했으면 한다. 그래도 단식과 오체투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고, 실행하는 노동자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19일에 이어 20일과 21일에 계속되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와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행진' 일정은 아래와 같다.

마음 가득한 지지와 응원 부탁드린다.

▲ 20일(수요일)

10:00~12:00 신사역 6번 출구 → 한남오거리

13:30~17:30 한강진역 1번 출구 → 전쟁기념관

▲ 21일 (목요일)

11:00~12:10 전쟁기념관 → 숙대입구역 4번 출구

13:30~17:00 숙대입구역 4번 출구 → 세종호텔

18:00 투쟁 문화제(세종호텔 앞)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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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글을 쓰고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책을 만들며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대한문 분향소 농성을 계기로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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