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장관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故)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이 장관이 사퇴하는 건 '면피성 사표'이자 '증거인멸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권센터는 12일 성명을 내고 "이 장관 교체 시도는 윤석열 대통령 외압 의혹의 주요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라며 "사표가 수리된다면 국민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개입한 이들이 서로 공모하여 한 쪽은 사표를 내고 한 쪽은 이를 수리하며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중 이 장관이 대통령실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장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탄핵 추진 논의를, 국민의힘 측에선 자진사퇴론을 거론하고 있는 최근 상황이 이 장관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탄핵이 추진될 시의 업무정지 등) 안보 공백만큼은 막기 위해서 깊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이 장관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관련 '대통령 개입설'을 제기하고 있는 군인권센터 측은 이번 사의 표명에도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 등 국무회의 참여자들이 외압 의혹 관련 국정조사 등이 진행될 것을 우려해 "(이 장관에게) 반강제로 사표를 받아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성명에서 센터는 "이 장관은 현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발당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가 예정된 상황"이라며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4, 제2항 제3호에 따라 사의를 표명해도 대통령은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되며, 동조 제1항과 공무원징계령 제23조의2에 따라 수사기관에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야당에서 (수사 외압 관련)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 주요 참고인인 이 장관이 (탄핵으로 인한) 업무정지 상태로라도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자진사퇴로 민간인 신분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며 "민간인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긴 하지만, 출석요구 시 (출석하지 않고) 버티기에는 민간인 신분이 훨씬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강제구인 절차가 있지만 지금도 벌금을 낼지언정 출석엔 응하지 않는 식의 '버티기' 전략이 종종 활용될 뿐더러, 애초에 여당에서 (이 장관에 대한) 출석 합의를 안 해줄 수도 있다"라며 "현재 이 장관은 국회 국방위 회의 등에 계속해서 출석 중이고, 이 과정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등의 말 실수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개입 외압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 측에선 지금의 상황이 전혀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자진 사퇴 배경에 관한 생각을 덧붙였다.
이날 성명에서 센터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직무상의 이유로 수사를 받아야 할 장관을 면피성 사표로 퇴임시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경우엔 "그 자체로 수사 외압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이 장관이)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국회가 장관을 탄핵하면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며 장관 교체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실상 탄핵이 되나, 후임자도 없이 장관을 갑자기 끌어내리나 차관이 직무대리를 하게 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 때문에 전무후무한 인사농단을 하면서 궤변을 늘어놓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센터가 지난 8일 시작한 '박정훈 대령 복직 탄원 서명운동'은 서명이 시작된 지 3일 만인 지난 11일 2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센터는 "탄원운동 서명은 오는 14일까지 받을 계획이며, 15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박정훈 대령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해임 집행정지신청 담당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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