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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흉상 철거에 홍범도함까지? 전 해군참모총장 "역사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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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흉상 철거에 홍범도함까지? 전 해군참모총장 "역사 쿠데타"

해군참모총장 역임 황기철 전 보훈처장, 함명 변경에 "유감스럽고 부끄러운 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육사) 내 설치된 홍범도 흉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이후 해군 잠수함인 홍범도함의 함명 개정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역대 해군 참모총장 일부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황기철 전 보훈처장 및 해군참모총장은 지난 9일 전‧현직 해군참모총장 및 해군 주요 간부들이 모이는 정책자문회의에서 홍범도함 함명 개정과 관련한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황 전 처장은 "함명 변경이 기본 의제는 아니었지만 반대 의견이 있었고 전반적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그는 반대 의견이 나온 이유에 대해 "육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는 것과 함명을 바꾸는 것은 다르다. 그게(함명 개정) 가져올 파장은 굉장히 크다"라며 "후진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종종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보지 못했다. 해군에 몸담았던 사람들로서는 참 유감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다"라고 전했다.

한덕수 총리가 지난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개인 의견'으로 홍범도함 함명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이후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4일 국회 예결위에서 "홍범도함 명칭 (변경) 검토"를 언급한 것에 대해 황 전 처장은 "총리께서 그렇게 말씀하셔도 국방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방부나 또는 총리께서 말씀도 하셨지만 해군에 압박하거나 불합리한 지시를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이게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현직 총장이 주어진 권한으로 잘 처리할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총리나 국방장관이 개인 의견을 전제로 해도 해군에 압박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황 전 처장은 "그렇다.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 가니까 해군에서도 생각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해군(참모)총장이 아주 훌륭한 제독이고 해군의 최고지휘관으로서 해군이 지금까지 해왔던 자랑스러운 문화와 전통, 이런 부분들을 잘 고려해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저희들 예비역도 할 수 있으면, 또 밖에서라도 반대 의견 낼 건 반드시 내야 되고"라며 "몇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해서 함명이 바뀌면 승조원들의 사기라든지 배가 가지는 전투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전 처장은 "함명이 홍범도 장군이라고 그러면 승조원들이 그분이 활동했던 애국심과 항일독립무장투쟁에 대한 부분들을 가슴속에 다 새기면서 임무도 하지 않나"라며 "(함명은) 무형전력이다. (승조원들은) 자기(가 근무하는) 함명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수상 항해 중인 홍범도함 ⓒ방사청

그는 2016년 홍범도함의 함명이 결정됐을 때 논란은 없었냐는 질문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의병활동, 항일무장 독립운동을 했고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다. 당연히 존경하고 독립운동 정신을 선양해야 한다. 누가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나"라고 답했다.

황 전 처장은 홍범도 장군 흉상의 철거에 대해서도 "국민정서에 반하는 일이다. 명백히 실패한 역사 지우기 쿠데타"라며 "공적이나 역사적 평가가 달라진 것도 없는데 육사에서 흉상을 옮기니까 함명도 바꿔야 된다는 건 국방부나 정치권의 월권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정말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삼는 여권 인사들에 대해 황 전 처장은 "그때(홍범도 장군이 가입했을 때의) 공산당과 해방 후에 공산당이 다르지 않나. 소비에트 러시아가 보면 영국과 중국과 손 잡고 그랬다. 그 때 김일성이 있었나"라며 "역사를 아주 주관적‧편협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고 국민들이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지금 주적이라고 싸우는 건 북한인데 그 당시에 북한이 생길 줄 알았나, 대한민국 독립이 중요한 거지"라며 "지금도 훈장(수여) 할 때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거나 단순 가담한 사람들은 그렇게 따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의 이중 서훈 문제를 제기하면서 서훈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황 전 처장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수여할 때는 의병활동과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항일 독립투쟁에 대한 공적 때문에 수여한 것이고 뒤에(2021년)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우호 협력과 고려인들의 정체성 및 자긍심 등을 고취한 것"이라며 서훈 사유의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중복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 전 처장은 "그보다 더 높은 게(훈장) 있으면 줘도 시원치 않은 판에 뭘 뺏어가고 한다는 것인가"라며 "풍찬노숙하면서 독립운동하기 위해서 헌신한 분들(에 대한 대접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9일 회의에서 홍범도함 함명 개정과 관련한 현재 해군 측의 의견을 들었냐는 질문에 황 전 처장은 "그런 건 없었다. 왜냐하면 정식으로 검토 지시가 내려온 것도 아니라서"라고 답헀다.

한국의 경우 해군함정의 함명은 해군 규정에 따라 결정된다.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에 따르면 함정의 통상 명칭은 해군의 '함명 제정 기준'을 적용하는데, 2020년 해군에서 펴낸 단행본 <해군의 함정명칭 어떻게 제정되는가?>에 따르면 해군은 '해군 전력발전업무 규정'에 따라 함명을 정한다.

위 규정에 따라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이 '함명 제정위원회'를 실시한 뒤 참모총장 승인으로 함명을 제정하게 된다. 지난해 7월 27일 차세대 이지스구축함(DDG) 정조대왕함 진수식과 관련해 해군과 방위사업청이 공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이같은 절차에 따라 함명이 정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전 처장은 해군 함명 제정 권한은 원칙적으로 해군에 있는 것이라며 "함명제정위원회에서 (제정)한다. 참모총장이 해군의 정통성, 정체성, 상징성, 국민의 인지도 등 여러 가지를 다 고려하고, 예를 들어 항일독립투쟁하신 분들 같으면 한국독립운동연구소 자문도 거치고 장병들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서 진수식 때 발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함명 개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1999년 이리함이 있는데 이곳 행정지명이 변경되어 익산함으로 바꾼 적이 있고 금화함을 김화함으로 (바꿨는데) 그건 한자라 의미가 달라진 것도 없다"며 "(함명 변경을 했더라도) 의미가 달라진 것은 없다. 의미가 바뀌어진 것은 한 척도 없다"고 전했다.

▲ 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한편 지난 9일 회의와 관련해 장도영 해군 서울공보팀장은 1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함명 (개정) 관련 역대 총장님들의 개인적인 말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서 해군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함명 변경과 관련해 "현재 해군이 홍범도함 함명 변경 관련해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의견 수렴이 현재 필요한 것으로는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이전 입장과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해군은 그간 함명 개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런데 여기서 "의견 수렴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언급이 더해지면서 함명 개정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국방부에서 해군에 함명 개정 검토 지침을 내렸냐는 질문에 장 팀장은 "제가 알기로는 따로 그런 지침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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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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