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격려 차 전화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격려 형식을 빌려 윤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1일 오후 국회 본청 앞 단식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응원을 보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 전화드렸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권의 폭주와 퇴행이 너무나 심해서 최소한의 질서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하는 형국이라 국민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며 단식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걱정을 끼쳐서 죄송하다"면서 "더이상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 견뎌내고 있고 잘 견뎌내겠다"며 "전화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윤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의 격려 전화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원로로서 윤석열 정부의 퇴행과 폭주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제1야당 대표가 단식에 이르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차원에서 전화를 연결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현안에 대해 말하진 않았고, 포괄적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두 분이 우리 민주당을 대표하셨던 큰 정치인으로서 현 정부에 대해 걱정스러움을 같이 공감하고 당 대표의 단식 대해 걱정, 공감하는 게 당원과 지지자, 국민에게 큰 희망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이 이날 전화 통화 외 다른 정치적 행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두 의원은 "너무 나간 것 같다", "그런 말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문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을 여과 없이 내놓고 있다. 지난달 27일 SNS에 쓴 글에서는 "육사 교정 항일 무장 독립운동 영웅들의 흉상 철거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여론을 듣고 재고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부디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직접적으로 현안에 대해 정부에 촉구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 또한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아주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고, 같은달 13일에는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대해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되었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대회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었다.
지난달 7일에도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하여 국가폭력을 사과하고 위로하는 일, 특별재심으로 무죄를 밝혀주고 배·보상하는 일 등은 해원상생을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는 글을 SNS에 올려 지난 4.3 추념식에 불참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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