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6개국의 가입을 승인했다.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동안 5개국으로 한정됐던 협의체가 외연을 확장하면서 세계 질서가 '다극적'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브릭스 국가들이 아르헨티나,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국을 새로운 회원국으로 초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 결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5개 회원국은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 기준, 절차 등에 합의했다"며 내년 1월 1일부터 이들 국가를 회원국으로 인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통신은 "브릭스 확장 논의가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였다"며 "모든 브릭스 회원국들이 공개적으로 블록(브릭스 협의체)을 성장시키는 것에 지지를 표명했지만, 얼마나 빨리 성장시키는지에 대한 의견이 나뉘었다"고 전했다.
그간 중국과 러시아 등은 브릭스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인도는 브릭스가 서방에 반하는 협의체로 비춰지면 안된다며 확장을 경계했고,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역시 브릭스가 G7이나 G20의 대항마가 되면 안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기존 회원국 정상들은 새 회원국 가입과 관련해 장시간 회의를 가졌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브릭스 회원국 확장과 관련해 "이는 꽤 오랫동안 논의가 진행돼 왔다"며 "우리는 이 확장 과정의 첫 번째 단계에 대해 합의했고 추가 단계가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3일 남아공의 아닐 수크랄 브릭스 대사는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에 "내일 오전 정상들이 국가 명단을 확정하기 위해 추가 회의를 가질 것"이라며 "확장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고, 오늘도 논의를 이어갔고 확장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 상당히 광범위한 논의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남아공 외무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22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요청했다. 비공식적으로는 40개국이 넘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는 BRICS-아프리카와 BRICS 플러스 대화에서 아프리카와 남반구 지도자들을 초대할 것"이라며 향후 더 큰 범위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세계 인구의 약 40%, 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던 브릭스가 외연을 확장하면서 세계가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이날 "브릭스의 확장은 지배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위치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목소리를 세계 의제의 중심에 두는 '다극적'인 세계 질서로 재편하려는 계획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한편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프리카와 글로벌사우스의 인프라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이 해야 할 역할과 관련, 신개발은행(NDB) 총재인 지우마 호세프의 명확한 비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브릭스 경제 파트너십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글로벌사우스가 직면한 공통 과제에 대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다뤘다"며 "브릭스가 유익한 경제 성장, 지속 가능한 개발 및 다자 간 시스템 개혁 필요성을 포함하는 비전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우리는 유엔 헌장에 명시된 목적과 원칙을 포함하여 포괄적인 다자주의와 국제법 유지에 대한 약속을 거듭 강조한다"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계속되는 분쟁을 우려하고 있으며, 대화와 포괄적인 협의를 통해 이견과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밝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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