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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세금으로 굴리지만 엿장수 맘대로… '영천시 노조 전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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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세금으로 굴리지만 엿장수 맘대로… '영천시 노조 전용차'

영천시, 음주운전 적발에도 "단체협약을 근거로 제공… 문제 없어"

경북 영천시가 공무원 노동조합의 요구로 전용차량을 제공하고, 유류비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 노조 간부가 만취 상태로 해당 차량을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 후에도 '단체협약'을 근거로 내세우며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영천시를 두고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민의 눈높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노조 등 3곳 중 1곳 이상의 단체협약이 관계 법령을 위반해 불법 또는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확인됐다며 즉시 시정명령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혀, 영천시의 노조 전용차량 제공을 둘러싼 위법 논란의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행안부 "노조에 차량 제공, 부당노동행위(경비원조)의 대표적 사례"

지난달 15일 새벽 1시께 영천시 공무원 노조 한 간부가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업무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 그가 만취 상태로 운전한 차량은 영천시가 제공한 노조전용 업무차였다.

22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음주운전 논란에도 영천시는 노조에 차량을 제공한 것은 '단체협약'을 근거로 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 논란을 키웠다.

취재에 따르면 영천시는 2008년 제공한 노조 전용차량을 지난 5월 4100만 원을 들여 교체해 줬다.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천시민들의 혈세로 노조의 운영비(유류비, 제세공과금 포함)를 원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공무원 조사관계 자문사례집'에는 "노조활동에 차량 제공은 부당노동행위(경비원조)의 대표적 사례"라고 나와 있다.

관련 법령 및 판례 등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자들의 자주적 결사체로 대외적 자주성이 핵심 가치로 사용자가 노조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노조에 최소한 규모의 사무소 제공 등 자주적인 활동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반면 단체교섭 등의 과정에서 차량 제공 등의 운영비 원조는 '운영비의 횟수와 기간, 차량 지원의 수혜 대상(전체 또는 불특정 조합원인지, 특정 조합원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을 판단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영천시는 노조 전용차량을 시 공용차량으로 뒤늦게 전환했다. 하지만 십수년 간 전용차량 제공과 유류비 지원 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법령·시민 눈높이 위에 단체협약… 문제 없나?

<프레시안>이 확보한 '영천시-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2018년 단체협약서(이하 협약)'에는 노조 전용차량 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협약 13조(업무차량 지원)은 "기관은 조합이 활동에 필요한 차량 요청 시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명기돼 있다.

문언 자체로 보면 '차량의 요청 시' 영천시는 우선적으로 업무용 차량을 지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영천시 조례에 따르면 '차량의 요청' 방법은 "전산시스템으로 배차신청 기안문을 사용일 하루전에 부서로 전송"해야 한다.

영천시가 노조 전용차량을 구입해 제공하고, 그 관리·배차 승인까지 모두 노조에 일임한 것은 '실제 필요 여부를 불문하고 계속 지원'하는 행태로 불합리하며, 이는 노조 자주성 침해 위험이 높아 부당노동행위에 가깝다는 풀이가 나오는 지점이다.

이와 더불어 차량 지원의 수혜대상도 전체 노조원이 아닌 특정 조합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영천시가 공개한 '차량운행일지'에 노조전용 업무차량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16회가 운행됐는데, 영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 운전원(이용자)는 전부 특정 조합원 1인이었다.

고용노동부, 공공부문 노조 단체협약 37% '불법·무효'

앞서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공무원과 교원,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단체협약과 노동조합 규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 공무원 165개, 교원 42개, 공공기관 272개 기관 등 총 479개 기관의 단체협약 중 179개 기관(37.4%)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해 불법 또는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확인됐다고 고용노동부는 밝혔다.

고용부는 불법인 단체협약·노조규약에 대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하고, 이에 불응할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수준의 형사처벌 절차를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노동계에서는 노사 자율로 협정을 체결한 내용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비판하며 "법은 최소한의 기준이고 단체교섭과 협약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노사관계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용부는 "민간부문과 달리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은 교섭해서는 안 되는 사항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고, 국회나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의 권한을 제한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역 일각에서는 불합리하거나 무효인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며, 영천시가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에 불법 또는 무효로 판단되는 내용이 더 없는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영천시-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영천시지부 2018년 단체협약서 ⓒ 프레시안(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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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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