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주변국 및 자국 어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4일부터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인근 어업 활동과 국내 정치적 상황, 미국의 지지 등이 방류 시기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2일 일본 <지지통신>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처리수(오염수)의 해양방출에 대해 기상조건 등에 지장이 없으면 24일에 시작한다고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을 포함한 처리수 방출에 대해 현지 어업인들의 피해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지만 (정부는) 일정한 이해를 얻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오염수 방출에 대해 "중국의 반발이 불가피해 일본의 수산물 수출 차질도 우려된다"며 "피해 대책에 어업인 지원 등에 충당하는 총 800억 엔의 기금을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공영방송 <NHK>는 22일 각료회의에서 오염수 방류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24일부터 방류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방송은 일본 정부 관계자가 "방류 계획에 대한 어업인의 이해가 일정 부분 진행되고 있다"며 "24일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 등과 관저에서 만나 "정부가 해양 방류를 실시하는 이상, 앞으로 수십 년 걸린다 하더라도 안전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어업관계자 분들의 마음을 신중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안심하고 생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대책을 계속해서 강구할 수 있도록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러나 어업인들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은 사카모도 회장이 이 자리에서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한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우리 어업 관계자들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기는 했지만,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점과 사회적으로 안심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르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소문 피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서두르고 있는 배경에 대해 통신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9월 1일 저인망 고기잡이가 재개되기 때문에 그 전에 방출을 시작해 모니터링 결과를 공표하고 (오염수 방출에 대한) 안전성을 어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일본이 국제적 논란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은 것도 이번 결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NHK>는 당시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로 방류하는 계획에 미국이 지지와 이해를 표명한 데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 방식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정상회담 전인 16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 위치한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주최한 대담에 참석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해 3국(한미일) 모두 논의가 있어 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했고, 이것이 3국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이달 말에 후쿠시마로 저녁을 먹으러 갈 예정"이라며 오염수 방류 계획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했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해 사실상 오염수 방류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 정부는 아예 한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문제를 의제로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일본 정부의 의사를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결정에는 일본 국내 정치 상황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현재 일본은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개각을 해야 되는데, 방류 문제에 관련된 장관이 최소 4명이 있다"며 "갑자기 (장관을) 바꿔버리면 다시 방출 시기를 정하기가 힘들어지니까 일단 (방류 시기를) 정하고 나서 개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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