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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기도 어려운 잼버리"…지도자가 본 새만금잼버리 세가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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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하기도 어려운 잼버리"…지도자가 본 새만금잼버리 세가지 문제점

잼버리 경험은 보물상자...책임문제 넘어 평가와 대안의 장 마련이 우리의 과제

새만금잼버리대회가 끝나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 '네탓공방'과 준비부족에 대한 잼버리 관련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 스카우트대원들을 이끌고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한 지도자가 현장에서 직접 겪은 체험담을 공개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원들을 직접 지도하는 유닛(Unit, 대원 36명과 지도자 4명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실제 야영에 참가한 단위조직)의 지도자로 참가한 김영근 지도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체험기를 통해 "이번 새만금잼버리가 당장 중단돼야 할 만큼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 문을 연다.

그는 "잼버리대회는 다른 국제대회와는 달리 '야영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거창한 시설 인프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 필요하지 않은, 실패하려고 해야 실패할 수 없는 대회"라면서 "적절한 시설과 프로그램, 야영과 식사 문제만 해결하면 되는 그런 대회"라고 먼저 적시했다.

ⓒ김영근 지도자 페이스북

그런데 "새만금잼버리는 길게는 6년, 짧게는 1년 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허술한 준비상태로 인해 부끄러운 잼버리가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시작 전부터 언론을 통해서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고 대회 기간 내내 온열 환자가 속출했으며, 야영지의 배수 상태, 화장실과 그늘 시설 부족 등 문제들로 온 나라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적었다.

특히 전 세계 153개국에서 약 4만3000명의 지도자와 대원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준비가 매우 미비한 탓에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대한민국 정부, 그리고 전라북도에 대한 불만 여론이 폭증했으며 그 피해는 참가 당사자인 각국의 지도자들과 대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고 봤다.

그는 특히 "잼버리에 참가한 지도자나 대원, 또는 잼버리를 바라보는 국민 각자가 잼버리 파행의 가장 큰 원인에 대해 입장이 다를 것"이지만 이미 언론에서 제기한 준비 부족의 문제 외에 지난 7월 31일, 잼버리 시작 하루 전에 대원들을 데리고 참가한 일선의 스카우트 지도자로 보는 가장 큰 문제점 세 가지를 꼽았다.

ⓒ김영근 지도자 페이스북

개영식장에 왠 검색대...입장 늦어지면서 온열환자 속출

첫째, 8월 2일, 약 4만여 지도자들과 대원들이 몰려든 개영식장에서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난데없는 검색대 설치, 소지품 검사 등으로 입장이 늦어지면서 온열 환자들이 속출했고, 그때부터 여론이 급속하게 더 나빠졌다. 언론에서는 하나같이 부실한 잼버리 기사를 쏟아냈고, 그것을 본 대원들의 부모, 지인들은 끊임없이 전화를 해왔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폭염으로 인해 영내 과정활동이 중단되었을 때 이를 대비한 대체 프로그램, 가령 영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또 다른 플랜B가 없었다는 점을 꼽았다. 대체 프로그램이 마련되지 않아서 각 대원들은 영지 내 그늘에 앉아 더운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했다고 했다. 차라리 그때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 전북도내의 숲과 계곡, 지역의 다양한 문화체험으로 대체했더라면 잼버리 취지의 연속성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사전에 각 대지도자들이 한국대표단 회의에서 이와 같은 요구를 전달했으나 조직위에 한국대표단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고 결국 유닛의 지도자들은 개별적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각 나라의 대원마다 준비해 온 스카우트 패치나 항건, 티셔츠 등을 교환하는 교류 활동으로 잼버리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세 번째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미비된 시설들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자원봉사로 인해 시설 청소가 잘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갑작스레 태풍 ‘카논’이 북상한다는 이유로 참가한 모든 지도자, 대원들에게 잼버리장에서 갑작스럽게 ‘퇴영’ 조치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막 잼버리를 즐기기 시작했는데 갑작스런 퇴영조치도 당황스러웠었고 더군다나 태풍 등을 대비한 전라북도의 비상계획에 마련된 도내의 기관, 시설로의 분산 배치가 아닌 서울, 경기로 강제 이동되면서 영지의 각 유닛의 지도자들은 그야말로 혼란과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김영근 지도자 페이스북

잼버리 통제권한이 행정안전부로 넘어가면서 비상체제 더욱 혼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밤늦도록 아직 영지를 떠나지 못한 지도자와 대원들도 있었다. 퇴영 조치와 함께 잼버리 조직위의 모든 통제와 권한은 행정안전부로 넘어갔고 퇴영 후 3일이 넘었는데도 비상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아서 서울, 경기 어느 기관 혹은 시설에 어느 나라가 입소했는지, 또 몇 명이 입소했는지, 프로그램은 뭔지 정리가 되지 않아 연일 각 유닛의 지도자들에게 연락하여 상황 파악을 하는 데 급급했다고 했다.

그 이후 그나마 허술했지만 컨트롤타워였던 조직위의 권한마저 없어져 부재인 상태였고 결국 상암경기장에서 있었던 K-Pop 콘서트와 다음날 귀가 조치 때까지 차량 지원 등이 잘 이뤄지지 않아 혼란 속에 잼버리 하반기를 지내야 했던 점 등 세가지 문제를 꼽았다.

김영근 지도자는 "잼버리가 끝난 지금, 각 나라의 지도자나 대원들이 올린 SNS와 인터뷰를 보면 기존 언론이 떠들어 댄 ‘잼버리 파행’, ‘실패한 잼버리’로 결론짓는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고 했다. 대체로 ‘폭염에 힘들었지만, 의미 있었다.’라는 내용이 종종 확인된다고 한다.

잼버리는 야외에서 야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부족한 여건과 상황을 잘 개척하고 참가한 젊은 대원들이 국가, 인종, 성별, 종교, 문화 등을 뛰어넘어 서로 교류하는 세계시민의 장을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잼버리에 참가한 세계의 스카우트 지도자들과 대원들은 어느 정도 어려운 환경에서 치른다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며 폭염이나 각종의 부족한 시설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잼버리에 참가하지 않거나 스카우트 야영 활동을 잘 모르는 일반인의 시각과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지도자, 대원의 시각이 상당 부분 다르다는 것을 이번 과정에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폭염과 습한 기후로 활동이 제한되고 부족한 시설로 아쉬움은 있었지만 참가한 대원들은 매우 열정적인 활동을 했고 서로 다른 나라들의 대원들과 어우러지며 처한 여건에서 매우 즐겁게 활동을 이어갔다고 봤다.

준비기간에 충분한 여건 만들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서운함만이

따라서 준비 기간 동안 부족함 없이 충분한 여건을 만들었더라면 훨씬 더 다양한 잼버리 활동이 이뤄져서 각 나라 지도자들과 대원들에게 대한민국과 전라북도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서운함이 남는다고 했다.

특히 시작 단계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안정돼갈 때 중앙정부의 뒤늦은 개입으로 인한 혼란이 매우 아쉬웠다고 했다. 차라리 지방정부가 치르는 국제대회이니 최선의 여건을 지원해주고 퇴영 조치 같은 갑작스러운 혼란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성공적인 잼버리의 모습을 보여줬을지도 모르는데 그 또한 준비되지 않았던 결정이었기에 잼버리 파행을 자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잼버리의 끝은 여기가 아니어야 하며 잼버리가 우리에게 남긴 과제가 무엇인지 다양한 평가와 대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잼버리 기간 동안 각 나라의 지도자들과 대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엮어냈던 것들은 아직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한 '보물상자'"라면서 "잼버리 준비 부족의 책임 문제를 넘어 기후 위기의 문제, 환경과 새만금 개발 문제, 그리고 잼버리라는 야영 활동이 청소년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도민들이 나서서 평가와 대안의 장을 만들어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우리에게 남겨 놓은 결말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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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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