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간 18일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각각 명명된 2건의 결과물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일본을 포함한 3국 간의 안보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것이 일본과의 '동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17일 오후 용산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도출될 주요 결과물"이라며 "2개 문건은 채택이 확정돼 있고, 추가적으로 1개 문건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채택이 확정된 2건의 문서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미일 3국 정상은 이번 회의의 결과로서 3국 협력에 지속력 있는 지침이 될 '캠프 데이비드 원칙', 한미일 협력 비전과 그 이행방안을 담은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채택할 것"이라고 했다.
김 차장은 "우선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주요 테마별로 한미일 3국 협력의 주요 원칙을 함축하는 문서"라며 "3국 정상은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한반도, 아세안 그리고 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원칙을 천명할 것이다. 또한 경제 규범, 첨단 기술, 기후변화, 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에도 공동 대응한다(고 천명할 것)"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 대해서는 "한미일 정상의 공동 비전과 정상회의 주요 결과를 담아낸 공동 성명"으로 규정하면서 "이번 공동성명은 제목도 '정신'으로 표현될 만큼, 3국 협력의 비전과 실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3국 정상은 지정학적 경쟁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 핵확산 같은 복합 위기에 직면해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3국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를 천명할 것"이라며 "공동성명은 공동 비전, 구체 협의체 창설, 아세안과 태도국 그리고 역내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확장억제, 연합훈련, 경제협력과 경제 안보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 창설과 확장억제, 연합훈련이 3국 간에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군사동맹에 준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3국이 추구하는 협력체가 준안보동맹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 내지 의구심이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3각 안보협력 체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3각 안보 '동맹'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동맹은 일방이 공격당했을 때 자동적으로 다른 일방이 참여하는 관계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이 양자 차원에서 (이렇게) 작동하고 있다"며 "이번에 논의되는 한미일 안보 관련 협력 문제는, 어디까지나 특정 위협과 대상에 대해 유기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히 자기 나라의 안보이익과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될 때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일이 아세안·태도국과 공유하는 '역내 위협'이란 결국 중국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이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대중 투자 규제가 3국 정상회의에서 다뤄질지 묻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대중 투자 문제는 미국 국내 행정명령이고 미중 양자 간 문제"라며 "캠프 데이비드에서 일본, 미국과 함께 중국(에 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차장은 두 문건의 의미에 대해 "3국 협력 체제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하는 의미"라며 "30년 가까이 한미일 대화가 이어져 왔지만 세 나라의 국내정치 상황과 대외정책 노선 변화에 따라 한미일 대화의 지속 기반은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3국은 북한 위협에 초점을 둔 한반도 역내 공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범지역 협력체로 진화하게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미일의 역사를 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 차장은 "한미, 한일, 미일 3개의 양자 관계가 개별적으로 추진해온 안보·경제 협력이 한미일 3자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게 된 것은 오랜 기간 교착돼온 한일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정책을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한일 간 과거사 논의가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양국 협력의 미래를 가로막아 왔던 게 사실"이라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미국에서도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을 강화하는데 데 도움이 될 중요한 이니셔티브들을 발표할 것"이라며 "이 이니셔티브는 3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브리핑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커비 조정관이 말한 '이니셔티브'가 곧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니셔티브'는 미국이 별도로 미국 언론에 요약된 형태의 설명과 요약자료를 배포한 것"이라며 "(각국이) 국내 언론에 쉽게 해설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름을 바꿔 가며 이름붙이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한미일·한일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고위 관계자는 "오염수 방출 시점에 대해 한일 당국 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관련 보도는 전부 추측보도"라고 했다. 또 한일 양자 정상회담 역시 "한미일 정상회담 의제와 겹칠 것"이라며 "한일 양자회담에서도 오염수 논의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박았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 방미 일정 계획에 대해서는 "워싱턴 도착 후 내부 만찬을 가지면서 정상회의 준비사항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고, 18일 아침 워싱턴DC에서 캠프 데이비드로 이동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게 된다. 이어서 첫 일정으로 한미 양자 정상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는다"고 일정을 설명했다.
그는 "정상회의에 이어 3국 정상은 친밀한 분위기에서 오찬을 함께하면서 지역·글로벌 이슈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자유로운 의견을 환할 것"이라며 "오찬 이후 한일 양자회담을 개최하고, 오후 3시쯤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캠프 데이비드 일정을 마감한다. 이후 워싱턴으로 이동해 당일 저녁 귀국길에 오를 것"이라고 이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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