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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이후 '부글부글' 전북민심…"덤터기 씌우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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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이후 '부글부글' 전북민심…"덤터기 씌우는데 가만히 있으라고?"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1] 조직위가 해야 할 걱정, 부안 군민·도민들이 다 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끝났으나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처럼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16일 성명을 내고 “새만금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책임 전가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의 사과와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적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개최지역인 전라북도 책임론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새만금잼버리 야영지가 위치해 있는 전북 부안 군민을 비롯해 전북 도민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는 <새만금잼버리 리포트> 기획 첫 번째로 전북 부안 군민과 전북 도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지난 8일 새만금잼버리 야영지에서 철수하는 잼버리대원들 ⓒ부안군민 이병노씨 제공

대회 유치 후 6년 내내 걱정한 부안 군민들

전북 부안군민 오세정(52)씨는 지난 수년 동안 기다려온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난 데 대해 "기대를 엄청 많이 했었는데 너무나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씨는 부안군민들이 대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다고 털어 놓았다. "평소에 새만금 야영지 부근을 자주 지나 다녔는데, 그때마다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눈에 띄고 너무 미흡하지 않나"라는 생각들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 씨는 "그런 걱정을 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면서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부안군민들부터 대회 유치 후 6년 내내 허허벌판이었던 새만금 야영지를 바라보며 대회가 정상적으로 추진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서로 나눴다는 말이다.

오씨는 "외국인들이 이렇게까지 많이 부안에 다녀간 적이 없는데 그래서 더욱 대회가 비정상적으로 끝난 후에 먼 길을 떠나 부안을 찾아 왔던 외국인 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평소 사진촬영이 취미인 부안군민 이병노(64) 씨는 개영식 날 대회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역사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새만금 야영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인근 야산에 올라가 망원렌즈로 개영식 장면을 촬영했다.

이 씨는 "대회 전 부안 사람들은 많은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새만금잼버리로 부안이 알려질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가 알려지고 다 잘 될 것 같다는 커다란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전 세계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조그마한 소도시 부안에서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세계적인 큰 행사가 부안에서 열리는데 대해 엄청나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부안 출신 조성구(68) 씨도 고향에서 열리는 잼버리대회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반가워했다. 그러나 조 씨는 각종 시설 미흡으로 잼버리 대원들이 상당히 힘들어 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개영식이 열린 날에도 "높은 분들이 온다고 학생들을 몇 시간씩이나 줄 세워 놓았다가 수백여 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더구나 태풍까지 겹치면서 대회 자체가 조기 철영 사태를 맞게 되면서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했다.

"맨날 또랑이나 파고 물 퍼내고 있었어"

부안군에 사는 박경식(67) 씨는 "나무 한 그루도 심지 않은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그 큰 규모의 잼버리대회를 치렀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 물도 안 빠졌고 그래서 가끔 가서 보면 맨날 또랑이나 파고 물 퍼내고 있었거든. 그리고 사람 아무도 없었어. 아니 한 번이라도 현장을 살펴보고 거기서 한 번이라도 자본 사람 있는가 몰라. 텐트 치고 야영 예행 연습도 없이 4만 명이나 참가하는 국제대회를 어떻게 해 버렸는가 몰라."

박 씨는 "누가 보더라도 준비가 덜 된 새만금 야영지에 전 세계 150여개 나라에서 온 4만여 명의 대원들이 며칠이라도 머문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태풍에 대비해서 대원들을 다른 도시로 이동시킨 것은 그나마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도로는 잘 닦아 놨어. 그래 태풍 온다고 하니까 1400여 대가 넘는 관광버스가 차질없이 쭉쭉 빠져서 그 많은 대원들을 다 서울 등 다른 도시로 이동시킬 수 있었어. 태풍 오는 것에 대비해서는 잘 나갔어. 거기 그대로 있었으면 정말로 우세스러울 뻔했지."

▲대회 초반 취재기자가 확인한 남자 화장실 3곳의 변기 6개 모두에 변이 그대로 남아있고 막혀 있었다. 80년대 화장실이 23년 세계 잼버리에 사용됐다. ⓒ노컷뉴스 송승민 기자

"요즘에도 '푸세식' 화장실 쓰는데 있어요? 외국 손님 초대해 놓고"

전주시 덕진구 권오인(62) 씨는 "잼버리대회를 통해 우리 전라북도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나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며칠 뒤에 철영을 해버렸다"라며 "또 태풍 때문에 전국 각지로 흩어지는 그런 아쉬움도 좀 있다"라고 말했다.

권 씨는 조직위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화장실의 경우 "수 많은 외국인들이 왔는데 '푸세식' 화장실이 설치돼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사실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거의 사라진 '푸세식' 화장실이 어떻게 거기에 설치될 수 있으며, 더운 날씨에 그런 걸 설치해 놓을 수가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새만금과 인접한 전북 군산에 사는 두준태(56) 씨는 "폭염과 함께 태풍까지 겹치면서 어린 학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지 못하고 전국 각지로 흩어지게 돼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전북 무주군 오 모(45) 씨도 "새만금잼버리 대회는 개최 시기와 장소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많은 대회였다"라며 "무더위가 한창인 8월에 나무 한 그루 없는 갯벌 간척지에서 강행을 한 것부터 예견된 결과였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그러나 예산집행과 조직위가 제대로 가동되었다면 사전 예방도 가능했다고 본다"라며 "전북도민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한 대회"라고 덧붙였다.

전주시 효자동 윤재진(55) 씨는 "대회가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흡했다. 여가부나 전북도, 부안군 등이 대회를 치를 역량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잼버리 부지를 농지 기준으로 조성하면서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점과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모습을 보면서 매우 실망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임실군 김 모(49·여) 씨는 "초반 폭염과 화장실 등 위생문제나 준비소홀 등의 문제들은 있었으나 자치단체와 대학의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 영외활동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북 임실군은 에콰도르, 피지 스카우트 대원들이 지난 8일부터 5일간 임실군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지난 12일 안전하게 고향을 향해 출국할 수 있도록 환송했다. ⓒ임실군

"전북책임론? 덤터기 씌우면 가만히 못 있지."

그러나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전북책임론'에 대해 인터뷰한 전북도민들은 한결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안 이병노 씨는 "청소년영화제도 수년간 해 봤는데 영화제 같은 행사는 집행위원장이 실권을 갖고 다 하고 조직위원회는 따라오는데 잼버리는 조직위원들이 다 모든 권한을 갖게 돼 있더라"면서 "총체적인 문제는 의사결정권이 있는 현 정부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이 씨는 "그런데 그 책임을 전부 전북에 덮어 씌우려고 하는데 전라북도 사람들이 그럼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며 "전북도에 책임을 그냥 덤터기 다 씌우고 있다. 지금 전북에 덤터기 씌우면 전라북도 사람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부안 오세정 씨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모든 걸 다 주관해서 전체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국가 전체가 지금 책임져야 될 부분이다. 전 세계 사람을 불러 모은 일이었다. 전북에서만 한 게 아니다. 이 나라에서 다 같이 (책임을) 생각해야 될 부분이지 전북에 다 미루는 거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 씨는 "부안의 이미지만 안 좋아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전북 익산 박 모(43) 씨는 "새만금 잼버리가 초기에 부실하게 운영된 점은 공감하고 정부와 조직위, 전북도 등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초기의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태풍이 와서 마지막까지 원만하게 치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전북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끼고 패배감을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잼버리 파행의 책임에 대해 "정치권을 포함한 중앙 정부와 조직위, 전북도 모두에게 있다"라며 특히 "이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연일 정치권에서 서로 공방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전북도민의 자존심은 더욱 구겨지고 있다. 정쟁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전체적인 책임은 조직위에 있어"

전주 완산 전준영(56) 씨는 "기본적으로 잼버리의 책임은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정치권에서나 일부 언론에서 전라북도의 책임을 묻는데 너무 과하다. 집행을 책임진 전라북도가 책임이 전혀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조직위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첫째다. 또 하나는 소외된 전라북도가 어떤 개발이나 다른 입장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잼버리로 한꺼번에 몰아서 정치권이 전라북도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것은 그것 또한 전라북도와 도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안타깝고 잘못된 지적이다.

새만금 개발 문제와 새만금 잼버리의 장소 선정의 문제는 별도의 과정인데 그것을 뭉뚱그려서 마녀사냥처럼 전라북도의 책임을 과하게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전 씨는 "정치권에서 마치 자기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하면서 그 책임을 전라북도에 묻는 것은 전북에 대한 이중의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라북도 정치권에서는 명확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된다"라며 "전북도민이 이처럼 무시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북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무주 오 모(45) 씨는 "국가적인 행사의 결과를 전북에 떠넘기는 것은 이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물론 전북도 개최지 선정 과정과 선정 이후 준비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는 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군 김 모(49) 씨도 "전북책임론은 지역주의에 편승한 과도한 정쟁화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와 조직위 책임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지만 책임소재는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 박경식 씨는 "전북의 책임이 있다면 공무원들이 확실하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해야 했었고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어떻게든 정부의 지원도 받아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면서 "새만금잼버리대회가 엄청난 큰 행사였는데 그걸 부안군이나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은 너무 함량 미달이다. 부안군이 해낼 일도 아니고 정부에서 해낼 일이다"라고 억울한 심정을 내비쳤다.

"전북책임론, 비열한 정치꾼의 얘기일 뿐"

권오인 씨는 "잼버리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전북 도지사 책임이 있다고 하는데 모두가 책임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곳은 아마 현 정권이지 않나 생각한다" 고 소견을 밝혔다.

권 씨는 "전북에도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겠지만 전북에만 그 실패 원인을 다 몰아붙이는 것은 아주 비열한 정치꾼들의 얘기"라고 비판했다. 전북이 일정 정도 도의적 책임은 있겠지만 전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 씨는 "참 정말이지 전라북도는 왜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을 맺었다.

▲해충에 물린 잼버리대원 ⓒ프레시안

"논에 물 대듯이 늘 물에 잠기던 곳인데, 이상없다?"

4만 여 명이 모이는 국제대회를 유치해놓고 6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치면서 조직위의 그 누구도 그늘 하나 없는 땡볕과 해충이 들끓고 배수조차 잘 되지 않는 진흙탕에서 대회가 열리기 전에 한 번이라도 야영을 해 보았느냐고 묻는 부안과 전북도민들.

논에 모내기를 위해 물을 받아 놓듯이 물에 늘 잠기는 지역에 대회를 유치해 놓고 이상이 없다고 장담하던 대회 공동위원장과 조직위의 행태는 이미 새만금잼버리 대회의 파행을 예고해 놓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 정치권, 서울의 시각으로 보면 전라북도, 김관영 전북지사가 '변방 지역', '일개 도지사' '힘없는 지역'으로 보여 연일 몰아 붙이는 기세다.

이에 전북도민들은 도민 전체가 움직이게 되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전북도민, 전라북도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북 도민들의 속은 지금 '손대면 툭하고 터질 것'처럼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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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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