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올해 6월 중국의 16세부터 24세까지의 청년 실업률은 21.4%로 전월 대비 0.5% 상승하면서 청년 실업률 최고치를 갱신했다.
지난 4월 18일 중국 국가통계국 국민경제종합통계처 처장 겸 대변인 푸링후이(付凌晖)가 기자회견을 할 때만 해도 국내 경기가 회복되어 고용 수요가 늘면 청년 실업률도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023년 3월 19.6%, 4월 20.4%, 5월 20.8%, 6월 21.3%를 기록하면서 상승 추세가 지속됐다.
중국노동추세(中国劳动趋势)에서 2023년 5월 18일에 2023년 3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과 동월 OECD 회원국들의 청년 실업률(15세-24세)을 비교한 결과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스페인(29.6%), 코스타리카(29.13%), 그리스(24.5%), 이탈리아(23.45%), 터키(22.05%), 스웨덴(21.55%), 콜롬비아(20.82%), 슬로바키아(20.05%)에 이어서 9번째로 높았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왜 내려가지 않는 걸까?
대학의 지속적인 학부 정원 확대와 전공별 고용 수요 편차
중국은 1990년대부터 대학 학부의 정원을 늘리면서 고등교육 보급과 고급 인재의 확충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공공 부문과 민간에 필요한 인재들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중국도 단순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첨단기술이 필요한 산업으로 산업 구조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다수의 민영 기업들이 자신들이 필요한 전공을 중심으로 대졸 및 대학원 졸업생들의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그로 인해 최근에는 중국의 대학들 중에서도 대졸자들의 채용 수요를 반영하여 학부생 모집을 진행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컴퓨터 등의 이공계 인기 전공들의 충원을 늘리고 어문계, 인문학 전공의 정원은 늘리지 않거나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중국의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 이공계 인기 전공에 1지망 지원이 몰리는 반면에 어문계, 인문학 전공에는 상대적으로 1지망 지원이 적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7월 초에 방문했던 중국 산둥성의 모 대학의 교수도 상술한 바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요가 많은 이공계 인기 전공들의 정원은 늘리고 어문계, 인문학 전공의 정원은 늘리지 않거나 줄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문학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 학부를 졸업해도 민간 기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다수의 대학생들이 민간 기업보다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 상황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업종에 대한 규제
현재 중국 청년들이 선호하는 산업은 정보기술(IT), 금융, 교육이다. 그런데 중국 중앙정부는 2020년부터 알리바바를 비롯한 IT 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유발했던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马云)은 2023년 1월 금융 소비자들의 수요 충족을 위해 만든 빅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상실하기도 했다.
중국 중앙정부의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지속되면서 다수의 IT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대졸자들에 대한 신규 고용을 축소했다. 금융업에 대해서도 중국 중앙정부는 2021년 1월부터 반부패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권에 대한 사정을 진행하고 있고 동년 5월에는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国家金融监督管理总局)을 출범시키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금융활동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금융 관련 신규 고용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졸 청년들의 취업에 도움이 되었던 사교육 분야도 중국 중앙정부가 규제를 시행하면서 청년들의 실업과 취업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가 2021년 7월 25일부터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 부담과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솽젠(双减) 정책을 도입하면서 의무교육 과정과 학교 수업 관련 사교육 기관은 모두 비영리 기구로 전환되었고 기업공개 등의 자금 조달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온라인 교육 기업들의 창업은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대졸자들이 학원 등의 사교육 업체로의 취업이 어렵게 되었고 유명 사교육 업체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학생들의 유학 및 취업용 영어 강의를 시작으로 중국의 거대 학원기업으로 성장한 신둥팡(新东方)도 다수의 직원들의 해고와 실적이 부진한 지점 폐쇄 등의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신둥팡의 창업주인 위민훙(俞敏洪) 회장과 잔류 강사들은 새우를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과 퇴사한 청년들의 선택, '가정'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과 퇴사한 청년들 중에는 자신의 부모님이 계신 가정을 선택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취업하지 못한 대졸 청년들 중에는 자신의 진로를 준비하면서 부모님과 가사를 돕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전공 수요로 인해 단기간에 취업이 이려운 청년들은 육체 노동이나 농촌에서의 업무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이 계신 가정을 선택하게 된다.
이들이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캥거루족으로 비쳐질 수 있겠지만 단기간에 공공 부문이나 민간의 수요가 있는 분야로의 취업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가정에서 독립이 어렵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정에 머무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대학원 진학도 중국의 각 지역의 명문 대학 대학원 진학은 경쟁이 치열해서 합격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학업과 연구에 뜻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의 기업들 중에서도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곳들이 많아지면서 퇴사 후에 재취업을 하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가서 부모님들과 함께 가사를 도우면서 비는 시간에 파트타임 형식으로 일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자신의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취업을 포기하거나 퇴사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가정에서 지내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도 청년 실업률의 하락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 청년들의 농촌 취업 유도
중국 중앙정부는 도시에서 자신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가서 일하고 농촌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3년 5월에 중국의 대학생들에게 농촌 진흥과 농업의 현대화에 청년들이 기여할 것을 요청하면서 청년들의 농촌행을 독려한 바 있다.
중국의 농촌에는 기업형 영농과 지역별 협동조합의 농작물과 과수 재배를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들도 있지만 다수의 농촌은 청년들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들이 적지 않다.
청년들의 고급 지식과 체력을 활용해서 일손이 부족하고 상급 정부와의 행정적 연계를 강화해서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다수는 도시에 비해 사회간접자본과 청년들이 선호하는 도서관, 공연장 등의 문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유입을 유도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중국 함께 고민해야 하는 청년 문제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과 그 원인을 살펴보면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한국도 기업을 비롯한 민간 부문의 수요에 따라 대졸자들의 취업과 직업의 안정성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3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의학과 이공계의 인기 전공들을 선호하는 반면에 인문학 전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노동 및 고용, 인문학 전문가들이 양국의 청년 실업과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패널 조사와 비교 연구를 통해 양국의 청년 문제를 함께 진단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 모두 농촌에 청년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 양국의 전문가들이 농촌에서 청년들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영농 기술과 지식 교육 방안, 청년들이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농업을 통한 수입 증대 방안과 병원 및 보건소, 공연장, 영화관,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 운영, 도시와 농촌 간의 대중교통 확충)에 대한 논의를 통한 정책 제언을 하는 것도 한국과 중국의 보다 실질적인 청년 정책, 농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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